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94

해운대 해리단길 점점 복잡해지는 해운대를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살고 있다. 18년을 산 신도시 좌동에서 바로 옆 동네인 우동으로 이사온 지 4년이 되어간다. 함께 했던 반려견 하루를 보낸지 2년이 넘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시간은 너무나 빠르고 세상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해운대는 더 심하다. 매일 업데이트 되는 세상을 나는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은데... 세상 너희들은 왜 자꾸 변하는 거니?... 없던 자리에 불쑥 솟아오른 고층빌딩과 낡은 건물이 리모델링 되어 근사한 카페로 변신하고 거리가 정비되고 새로운 건물이 늘어선 자리엔 사람들이 북적이곤 한다. 온통 낯섦 투성이다. 마치 여행자처럼 신기하게 기웃거리게 되고 분명하게 무엇.. 2020. 10. 8.
과대광고에 낚이다 휴대폰을 바꿨다 온갖 감언이설에 넘어간 그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일 비싼 걸 했더란다 그 흔하게 주는 선물도 하나 못 받았다고 씩씩거리는데, 며칠 후, 휴대폰 대리점에서 전화가 왔더란다 그러면 그렇지! 잔뜩 부풀어 달려간 그녀, -VIP 000님이시군요! 저희들이 마련한 선물입니다! 내민 건 이천 원이면 살 수 있는 물병이더란다 -장난치나요? 이거 주려고 바쁜 사람 오라 한건가요? 그녀가 발끈하자 직원은 바로 치고 들어오더란다 -고객님, 다른 거라도 챙겨 드릴까요? 휴대폰 케이스라도? 뭐 그거라도…… 말의 꼬리를 삼키기도 전에 나타난 직원, 옛날 그 옛날 할아버지가 신었을 법한 검정고무신 같은 걸 내밀더란다 -장난치나요? 누가 이딴 걸 써요? 좀 고급진 거 없어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그런 건 주문하.. 2020. 10. 7.
[속보] BTS - Dynamite 도널드 트럼프 커버하다 속보 참새처럼 조잘조잘 주절주절 쫑알쫑알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커버했다는 소식이다. 물론 믿거나말거나 카드라 통신이다. 소식에 의하면 커버를 너무나 그럴싸하게 해서 대선을 앞두고 인기몰이중이라는데 역시 비즈니스맨 답게 치고 빠지는 걸 귀신같이 잘 한단 말이지...쇼맨십은 또 얼마나 좋아~ 요즘 대세인 BTS를 등에 업고 날아보시겠다는 속셈인 거 같은데... 그나저나 코로나에 걸려 치료중에 친히 나오셔서 지지자들에게 손도 흔들어주시공.. 욕도 한 바가지 얻어 드시공..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어... 암튼 다이너마이트처럼 붐붐 터져야 할텐데... 출처 BoringMusics 약 8000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트럼프 씨는 트위터리언으로 유명하다 140자로 제한된 글.. 2020. 10. 6.
종이 컵 종이 컵 나는 길가에 버려졌다 아직 내 몸엔 그대의 손자국이 선명하다 립스틱 자국 또한 붉다 격렬했던 한때 나는 온전했고, 티끌 없이 순결했다 하지만 나는 구겨진 채 버려졌다 2020. 10. 5.
대추 한 알 / 장석주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러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다. 이 시로 초등학교 아이들과 학교에서 수업을 했었다. 대추 한 알을 자신으로 치환시켜 패러디 시를 써보게 하는 수업이었다. 자료를 남기지 않아서 아이들의 글을 여기에 실을 수는 없지만 재밌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건 분명하다. 아이들은 시를 쓰면서 킬킬대기도 하고 진지하게 몰입하기도 했다. 진심으로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고심하는 듯 .. 2020. 10. 4.
해운대 송정의 밤 풍경 송정 밤풍경은 언제 봐도 좋다. 땅거미가 내려 앉을 무렵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까지도 고즈넉해진다. 해가 진 자리에 붉게 물든 노을과 반짝 반짝 불빛들이 켜지고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 다정하게 데이트 중인 연인들... 해안을 따라 달리기를 하거나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시간이다. 송정 해안도로를 달리다 송정 해안도로를 달린다 자동차 불빛까지도 눈부시고 아름답다. 이곳에 오면 모든 것이 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생의 찬란한 순간을 매번 목격하게 되는데 붉게 물든 구름 한 조각 한 조각조차도 생명력이 있음을 느낀다. 해안도로를 따라 늘어선 카페와 서핑보드대여점, 음식점을 지나쳐 달린다 밤의 한가운데를 향해 달려간다. 이제 곧 밤이 올 것이다. 밤은 풍경을 지웠다가 다.. 2020. 10. 3.
빵구 씨의 자유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빵구 씨를 만났다. 빵구 씨는 빨간 모자를 쓰고 있었고 곧 달려갈 자세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발견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딘가를 바라보며 팔 하나는 이미 발 보다 앞으로 나가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한쪽 팔이 줄에 묶여 있어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어디 가시려구요?" 나는 빵구 씨에게 물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몇 사람이 빵구 씨 앞을 지나며 킬킬거렸다. "빵구똥구네!" 분명 이름이 빵구 씬데 빵구똥구라니.... 남의 이름을 함부로 바꿔서 불러도 되나?... 그것도 유희적 대상으로 삼아 킬킬대다니 정말 예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지나가자마자 나는 빵구 씨 앞에 섰다. "한 쪽 팔은 왜 묶인 거예요?" 빵구 씨는 금방이라도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질 것 같.. 2020. 10. 2.
추석을 맞아... 1 최악이다...코로나19에...팔은 테니스 엘보에 발목은 삐어서 시큰거리고.... 아~~~~~~~~~~ 아~~~~~~켁켁 목도 안 좋아 비명도 길게 못 지르겠다. 2 이번 추석에는 납골당에 계시는 아버지를 뵈러 갈 수가 없다. 납공당을 폐쇄한다는 문자가 서너 번은 온 것 같다. 염병할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대해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다면 미래사회로 한 걸음 다가선 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건지 정확하게 알려 줄 사람? 거기, 누구 없어요?... 3 튀김을 하고 있다. 식어도 맛있는 고구마 튀김, 말만 동그랑 땡인 사각 고기전, 내 얼굴 만한 부추전,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명태전, 계속 돌리다 마지막에 먹게 되는 두부전. 이상 다섯 가지다.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다.. 2020. 10. 1.
감천문화마을을 걷다 일요일 오후, 감천문화마을을 가기 위해 아미동 비석마을을 지나 천천히 반달고개를 올랐다. 그리 멀지 않은 길이지만 오르막이라 한 발 한 발 천천히 숨을 고르며 가야했다. 가는 동안 자동차와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쳐 갔다. 삶의 터전인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한데 섞여 시끌법적했다. 예전에는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길 위로 달구지, 장사치들, 마을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부산역과 자갈치 시장까지 걸어다니던 고달픈 삶의 길이기도 했다. 나는 길 위에서 시간여행자가 되어 감천문화마을로 들어섰다.감천문화마을은 사연이 참 많다. 부산 산동네들은 근대사와 함께 형성되어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만 이곳은 태극도라는 종교 신앙촌으로 시작되었다.전쟁 직후 부산에는 산등성이마다 피난 온 사람들이 지은 천막과 판자촌이 .. 2020.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