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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 2018년에 방영된 tvN 16부작 수목드라마 를 넷플릭스에서 3일에 걸쳐 정주행했다.평소에 거의 드라마를 보지 않는데 파울로 코엘료가 하도 극찬을 하길래 호기심이 발동했다.전에도 BTS를 극찬했었고 아무튼 최고를 알아보는 식견을 믿어보기로 했다. 휴~ 16부작...내 취향도 참...책이든 드라마든 시리즈는 그냥 안 본다. 시간 맞춰 기다려야하고 아무튼 길게 말하는 거나하고 안 맞다. 드라마는 단막극 선호하고 책은 단행본 위주로만 보게 된다. 남들 다 읽었다는(?) 박경리의 토지나조정래의 태백산맥, 최명희의 혼불도 안 읽었다. 소설보다 시를 좋아하는 것도 구구절절 시시콜콜 주저리주저리 늘어지는 것에 별 매력을 못 느껴서일 것이다.나도 안다. 별 시덥잖은 이유라는 것을... 는 나의 이러한 시덥잖은 이유에.. 2020. 10. 28.
부산 기장군 연화리 부산시 기장군 연화리, 이곳에 가면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다. 바닷물에 길게 빛기둥을 세우고 저마다 반짝 반짝 빛을 내는 불빛들... 멀리 산등성이의 실루엣이 배경이 되어주는 곳이다. 아, 물론 바닷가 마을답게 해산물도 풍부하고 멀리 불빛을 쏘아주는 등대도 있다. 작은 항구엔 작고 큰 배들이 정박해 있고, 방파제에는 밤 낚시꾼들이 삼삼오오 바닷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부산시 기장군 연화리는 북동쪽에 대변항을 두고 있고 기장 팔경의 하나인 죽도와 연죽교로 연결되어 있다. 연화리는 온갖 해산물이 풍부하지만 장어구이로 유명한 곳이다. 바로 옆 동네인 칠암과 격년제로 '기장붕장어축제'를 열기도 한다. 연죽교의 조명은 시시각각 변한다. 연죽교 위에서 바라본 해안가 마을의 풍경은 평온하고 아름답다. 치열.. 2020. 10. 27.
바다와 고양이 지난 일요일, 거제도 대계리 마을 갯바위에서 태어난지 두 달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 고양이를 만났다. 어쩌다 험난한 갯바위까지 왔는지 알 수 없으나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듯 했다. 낚시꾼 근처에 가만히 엎드려 있거나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매우 익숙해 보였다. 이 아이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고양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저 아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하고 궁금해졌다. 코끝에 감기는 비릿한 바다내음과 일렁이는 물결과 수면에 부서지는 눈부신 햇빛을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도하고 의연하고 신중한!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은 자유로운 삶, 하지만 모든 걸 스스로 해내야 하는 고단한 삶, 끝이 .. 2020. 10. 26.
광안대교를 달리다 국내 최대의 해상 복층 교량인 광안대교를 달렸다. 광안대교는 수영구 남천동 49호 광장에서 해운대구 센텀시티 부근을 잇는 다리로 1994년 8월 착공해 2003년 1월 6일 개통되었다. 광안대교를 달리다보면 해운대 오륙도와 해수욕장, 동백섬, 달맞이 언덕이 한눈에 펼쳐진다. 발 아래 드넓은 바다가 파랗다. 속이 다 뻥 뚫린다. 광안대교는 매년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나고 얼마 뒤 11월에 부산불꽃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광안대교에서 바다로 쏟아져내리는 빛줄기는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 같은 장관을 이룬다. 불꽃축제에 떠밀려 딱 한 번 가봤는데 황홀하고 멋지다. 하지만 환경오염 때문에 불꽃축제를 지지하지 않는 입장이라 더는 가지 않기로 했다... 다 좋을 수 없는 게 세상의 이치가 아닐런지... 광안대교는 계.. 2020. 10. 25.
부산 미포항 내가 사는 해운대 부근엔 고깃배가 드나들며 정박하는 작은 항구가 열 곳이 넘는다. 그중 비교적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은 해운대 미포항, 청사포, 수영만, 송정 끝자락에 있는 구덕포항 광안리 근처에 있는 민락항이다. 또 해운대를 조금만 벗어나면 장어구이집이 즐비한 연화리, 멸치축제로 유명한 대변항도 있다.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횟집의 풍경은 어딜가나 비슷한 모습이지만 작은 항구는 저마다 특색이 있기도 하다. 배에서 내린 생선을 받아 바로 좌판에서 파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해녀들이 따올린 해산물을 파는 곳도 있다. 지난 일요일에 남편과 미포항에 다녀왔다. 해운대 해수욕장 끝자락에 위치한 미포항은 영화 로 유명한 곳이면서 배에서 바로 내린 생선과 해산물을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산물 새벽장이 서는 셈이다... 2020. 10. 23.
해운대 송정의 아침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좋지 않다.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어서 좋다. 이제 막 떠오른 햇빛이 바다위에 어른거리는 것처럼 시작의 떨림 같은 게 느껴져서 좋다.. 나는 동터오기 전과 해지기 전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다. 세상을 다 드러내거나 감추는 것보다 여린 빛으로 세상을 드러내는 방식에 더 마음이 끌린다. 여린 빛의 배경으로 드러나는 수많은 실루엣들.... 그건 한 폭의 그림이자 마음에 오래 남는 여운이다. 저 햇빛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거쳐 이 지구에 와 닿을까? 과거의 빛,, 모든 반짝이는 것들은 순간이기도 하지만 과거로부터 온 빛에 의한 것임을 안다. 지구의 자전으로 낮과 밤이 반복되고 그 경계선에 있는 의미하게 꺼져가거나 살아나는 빛들을 나는 오랫동안 사랑해왔다. 이 무렵의 빛의 .. 2020. 10. 22.
[영화] 몬스터 하우스 감독 ㅣ길 키넌 주요출연진 ㅣ 디제이 역(목소리) 미첼 무소 차우더 역(목소리) 샘 러너 제니 역(목소리) 스펜서 로크 네버크래커 역(목소리) 스티브 부세미 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야심차게 선보인 첫번째 CG 애니메이션이다. 스필버그와 저멕키스, 최강 흥행 콤비가 제작하고 길 캐넌이 감독하였다. 평소에 애니를 즐겨보긴 하지만 의 매력은 케릭터의 동작과 표정연기가 실감났다. 미세하게 얼굴근육이 움직이며 표정을 만들어내는데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무엇보다 몬스터하우스에 매료되었다. 영화 포스터에 반해서 영화를 봤을 정도이다. 디제이 앞집에는 사람들을 얼씬도 못하게 하는 성질이 고약한 네버크래커 할아버지가 산다. 호기심이 많은 디제이는 앞집을 관찰하며 수상히 여긴다. 할아버지는 마당으로 굴러들어온 건 절대로 .. 2020. 10. 20.
이별의 노래 몇 년 전 어느 날의 일입니다. 늦은 귀가여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그때 어느 한 남자의 고독한 시간과 마주쳤던 일입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인 4단지와 2단지 사이에는 10미터 남짓한 다리 하나가 있고, 그 밑으로는 장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 날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오후 늦게 그쳤던 걸로 기억합니다. 퇴근하는데 길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다리를 막 건너려고 하는데 개울을 따라 난 길을 걸어 올라오던 한 남자가 보였습니다. 조금 비척거리는 걸로 봐서는 술자리가 끝난 뒤 귀가 중인 것 같았습니다. 가로등 불빛 아래 남자는 배가 조금 나온 사십대 중반이나 후반 정도로 보였습니다. 내가 다리 위를 거의 지났을 무렵, 남자는 다리 밑을 막 지나는 게 보였습.. 2020. 10. 19.
가을밤에 읽는 하이쿠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 -잇사 우리는 인생을 계절에 비유하기도 한다.태어남과 모든 것이 튀어오르는 성장의 봄을 만나청춘과 삶의 절정인 여름이 지나면삶을 관조할 줄 알게 되는 가을을 맞게 된다.눈치 챌 겨를도 없이 어느새싱싱하던 나뭇잎이 시들어가고삶에도 생기를 잃어가게 된다. 하지만 깊어진다.비로소 나와 주위를 둘러보게 되면서세상 모든 만물에 생성과 소멸이 있음을 알게 되고애잔한 마음을 품게 된다. 시인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그것도 이 가을 저녁에 온 몸으로 씌여진 싯구이기에 더욱 더 절절하게 와 닿는다.왜 그런 표현을 했을까?...스산해진 가을 저녁에 귀밝고 마음이 환해진 시인은여름 한철을 살다간 모든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을까...한 시절 함께 살았지.. 2020.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