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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하이쿠4

3월에 읽는 하이쿠 보이는 곳마음 닿는 곳마다올해의 첫 벚꽃 -오토쿠니 파란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벚꽃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그림이 있었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꽃이었다. 건물을 오려내면 파란하늘과 꽃만 남을 것이다. 이미지가 너무 닮은 풍경이다. 보통 남쪽 지방의 벚꽃 개화시기는 3월 중순쯤인데 벌써 벚꽃이 피다니 무슨 일일까?...봄이 되어도 벚꽃이 피고 진 것도 모른 채 봄을 보낸 적도 있고벚꽃이 언제 피나하고 기다리며 봄을 맞은 적도 있다.그런데 올해는 느닷없이 벚꽃이 피었다. 너무 때 이른 개화 앞에 어리둥절하다.올해의 첫 벚꽃이다.보이는 곳 마음 닿는 곳마다 기다리지 않아도 느닷없이 핀 벚꽃 때문에 기다리는 설레임보다 앞선 건 어리둥절이다.피어도 너무 많이 피었다.왜 그랬니?.. 꽃샘 추위에 질까 걱정된.. 2021. 3. 2.
겨울밤에 읽는 하이쿠2 한겨울 칩거다시 기대려 하네이 기둥 -바쇼 그야말로 한겨울 칩거다.사방은 고요하고 세상은 정지되어 버렸다.갈 곳도 없고 갈 곳도 잃어버린 채 멍하니이 자리에서 삶이 얼어붙었다.무엇에 기대어 살아야 할까...다시 일어서고자 할 때 삶이 휘청이면 어쩌지?그때 무엇에 기대야 할까...다시 기댈 수 있는 기둥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텐데그게 너라도 상관 없고또 다른 나라도 상관 없다.그래도 기울어버린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게 나 자신이었으면 하는 것은결국 삶은 혼자 서는 것이므로내 안의 단단한 기둥 하나쯤을 가지고 싶은 거다. 모조리 죽어버린 들판에 내 발자국 소리 -호사이 이 짧은 한 줄의 시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풍경을 담아내는지 정말 감탄스럽다.모조리 죽어버린 겨울 들판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시인이 그.. 2021. 1. 16.
1월에 읽는 하이쿠 밑바닥의 돌 움직이는 듯 보이는 맑은 물 -소세키 좋은 시는 명쾌하게 이해되는 시가 아니라 독자에 의해 새로운 의미가 창조되는 함의를 지닌 시이며 시적 순간으로 데려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소세키의 하이쿠는 시적 순간으로 데려가는 시라고 할 수 있다. 맑은 물 밑바닥의 돌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나 역시 경험한 적이 있다. 마치 물결 따라 돌이 흘러가는 듯한 돌이 물결이 되는 순간을 만난 것이다. 살면서 이러한 시적순간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보고 느껴야 하는데 우리는 사는게 바쁘다 는 이유로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보고 느낀다는 건 몸과 마음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일인데 우리는 불감증 환자처럼 아무런 감흥도 생각도 없다. 너무나 상식적이거나 단편적인 지식으로만 사물을 보고 판단하여 무심히 지나쳐.. 2021. 1. 4.
겨울밤에 읽는 하이쿠 쓸쓸함이밑빠진 듯 내리는진눈깨비여 -조소 눈 녹아온 마을에 가득한아이들 -잇사 자가격리 4일 째. 창밖으로 보는 겨울 풍경은 한없이 쓸쓸하다.하얀눈이 쌓이진 않았지만 세상은 온통 얼어붙어 있다.소박했던 삶도 일상의 자유도 사람들과의 만남도 일시정지된 상태로 겨울을 맞은 셈이다.고립되고 소통부재의 시간속에 갇혀뻥 뚫린 마음속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쓸쓸함을 견디고 있다.엄청난 일을 겪었을 때 대자연의 위엄 앞에 인간은 살기 위해, 미치지 않기 위해 웃음을 발명했다고 한다.웃어야 하나?...이 어이 없는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인간의 오랜 발명품인 웃음은 해결책이 되어줄까...다행이 남편은 경미한 증상을 보이고 있어서 낙담할 상황은 아니지만 쉽게 웃음은 나오지 않는다.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 수는 줄어들 기미를.. 2020.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