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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함양의 이곳저곳27

서암정사의 봄날 함양군 마천면에 위치한 서암정사는 멀리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고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유명한 칠선계곡을 마주하고 있다. 그야말로 천혜의 절경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사찰을 보아왔지만 입구에서부터 온통 마음을 빼앗거버린 것은 서암정사가 처음이었다. 계절탓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고요한 산사에 발을 들인 순간 온 세상이 꽃으로 환해지는 열락에 들었으니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봄날이었다.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두루 갖춘 서암정사는 단번에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고 숨바꼭질하듯 지리산에 펼쳐진 화엄의 세계로 나를 서서히 끌어들였다. 마치 꽃에 정신이 팔려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마주한 꿈결 같은 곳, 돌기둥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돌담길을 따라 길을 안내하는 등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석굴을 지나.. 2022. 4. 29.
해운대 빛축제 해운대 빛축제는 올해로 8회를 맞았다. 과거에 거북이들이 산란하던 구남로 일대와 신라 진성여왕의 천연두를 치료해준 해운대 온천의 스토리텔링을 접목하였다. '해운대 전설, 빛으로 담다'를 주제로 11월 27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구남로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다.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고층빌딩의 불빛과 빛축제에서 물결치고 반짝이는 빛들이 흘러가는 밤, 파도소리는 빛에 잠겨들어 아득하게만 들려왔다. 지금의 해운대해수욕장 부근의 구남로와 해운대 시장이 있는 곳은 매립되기 전엔 거북이들의 산란장소였다고 한다. 올해의 주제를 잘 형상화한 작품으로 거북이 조형물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파도가 밀려갔다 밀려오는 모습을 빛으로 표현한 조형물이다. 빛의 움직임으로 인해 빛의 파도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빛의 .. 2021. 12. 25.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을 걷다 2 흰여울마을은 요 몇 년 사이에 벌써 세 번 째 방문이다. 갈 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된다. 바다는 날씨에 따라 빛깔이 달라진다. 청록색이었다가 맑은 파란색이었다가 잔뜩 흐리면 회색빛이 되곤 한다. 바다빛깔에 따라 흰여울마을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이번에는 대기가 아주 맑아 상쾌하게 느껴지는 날씨였다. 평일이라 사람도 많지 않았고 느린 걸음으로 걷기에 딱 좋았다. 해안 산비탈에 길게 형성된 흰여울마을은 바다를 내려다보며 아슬아슬하게 형성되어 있다. 길게 이어진 담이 없다면 한발만 내딛으면 그야말로 아득한 낭떠러지다. 지금은 옛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처음 이곳에 정착해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겹고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금은 아름다운 문화마을로 형성되었지만 원래 흰여울마.. 2021. 11. 24.
청사포 북청화첩 모노레일청사포역에서 건널목을 건너면 벽면에 강아지 벽화가 있는 건물을 만나게 된다. 낡고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갤러리카페로 운영 중이다. 북청화첩! 깊은 청록색인 북청색 화첩이라니.... 건물의 지붕이나 문 뿐만 아니라 바다도 북청이다. 푸른바다를 화첩삼아 청사포 해안을 따라 자리잡은 모든 것이 그림이 되는 곳이다. 북청화첩, 이보다 잘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차 한잔 시켜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내키면 그림도 그릴 수 있다. 색을 입히든 입히지 않든 자유다. 어떤 형식에도 매이지 않는... 청사포에는 해녀할머니가 살고 있다. 소라나 멍게, 해삼, 돌미역을 따서 난전에 앉아 팔기도 한다. 마침 이곳 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가 소장한 물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2021. 11. 15.
해운대 송정 솔밭공원 해운대 송정 솔밭공원은 해변 끝자락에 작은 섬처럼 봉긋하게 솟아 있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곰솔, 동백, 사철나무와 키작은 관목들이 서식하는 아담한 숲이다. 측면에서 보면 송정해변과 해변을 끼고 줄지어 서 있는 건물들이 보이고, 산책길을 따라 쭉 가면 공원의 중간 지점인 곳에 팔각정이 드넓은 바다를 보며 서있다. 맑고 화창한 날이면 먼 바다 너머로 수평선이 또렷하게 보인다. 수평선을 타고 푸른빛이 하늘가로 점점 번져간 듯 세상은 온통 푸른색의 그라데이션으로 풍부함과 깊이를 지녔다. 다 같은 푸른색이 아닌듯... 미묘한 차이를 쫓는 시선에도 즐거움이 담긴다. 암벽에는 보라빛 해국이 여기저기 한아름씩 피어 있다. 어디를 바라보든 한 폭의 그림이다. 2021. 11. 11.
해운대 백사장 오랜만에 해운대 백사장을 걸었다. 봄날씨 마냥 포근한 탓인지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마린시티에서 바닷가 길을 따라 쭉 걷게되면 티파니 여객선 선착장을 지나 동백섬 가는 길로 들어서면 바로 옆에 조선비치호텔이 보인다. 동쪽을 바라보고 선 조선비치호텔은 길게 뻗은 해운대백사장을 한눈에 내려다 보고 서 있다.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 유람선선착장까 길이가 2km 가까이나 된다.해수욕 철이 아닌 시즌에는 해운대백사장에 다양한 구조물이나 행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번 겨울에는 빛의 축제가 있었던 구조물이 그대로 있었다.코로나19가 있기 전 해운대는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었다.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관광객들도 제법 많았다 '해운대'라는 이름은 신라의 유명한 학자인 최지원이 이곳에 유람와서 스스로 자신의 호.. 2021. 2. 7.
해운대의 야경 드디어 걷기운동을 시작했다. 목디스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이시영 씨한테 받은 자극때문에 용기를 냈다. 스위트 홈에서 모든 사람을 놀래킨 등근육 때문은 아니다.(황새 따라하다간 다리 찟어질 뱁새이므로 꿈도 못 꿀 일.) 새벽에 가뿐하게 10km 뛰는 것 때문도 아니다.(백로 노는데 까마귀는 가지 말아야 할 일..) 일주일 만에 끌어올린 프로선수에 버금가는 탁구 실력 때문도 아니다(언간생심...어찌 감히...) 내가 그녀에게 자극을 받아 게으론 나를 거리로 내몬 것은 바로 그녀의 열정이다. 처음 '스위트 홈'에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성실함에 반했고... 웃기고 재밌는 틱톡 동영상과 그녀가 출연했던 예능까지 보게 되었다. 재밌고 씩씩하고 털털하고 엉뚱하고 귀엽고 먹보 매.. 2021. 1. 20.
부산 '해동용궁사' 며칠 전 가족끼리 송정옛길을 걷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 7시에 출발하기로 해놓고선 눈을 뜨니 7시가 넘었다. 베란다 창문을 열었는데 바람도 불고 제법 추웠다. 저절로 움츠려드는 몸과 마음. 조금만 더 있다가 출발하자 싶어 미기적미기적 창밖을 봤다가 시계를 봤다가 하면서 토스트를 준비했다. 결국 8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딸은 추워서 걷기 싫다고 그냥 드라이브만 하면 안되냐고 은근히 투정을 부렸다. 그래서 일단 따뜻한 커피부터 마시기로 했다. 내친김에 송정까지 달렸다. 송정옛길은 해운대와 송정을 잇는 길이어서 송정에서 해운대로 넘어가도 상관 없는 코스였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송정옛길을 포기했다. 걷기에 멀다는 것과 산길을 걷기에는 춥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딸의 한마디 "뭐 볼 거 있나?"가 결정적.. 2021. 1. 17.
해운대 해운정사 해운정사는 가끔 지나다니는 길에 위치한 사찰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면 도로가 마비가 될 정도로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유명한 사찰이라는 말만 들었지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은 없다. 일단 저 계단 위에 선뜻 발을 올려 놓을 수가 없다. 위로 쭉 뻗은 계단을 보고 있으면 아득하니 극락으로 가는 계단인가 싶다.. 그런데 어제 남편하고 밥 먹으러 가던 길에 놀라 멈춰 섰다. 부처님 오신 날도 아닌데 형형색색 예쁜 등이 입구에서부터 계단을 타고 걸려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안구정화에 영혼까지 세탁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름다운 광경에 영혼이 탈탈 털려가며 사진을 찍느라 남편이 사라진 것도 모르고 있었다. 하여간 기다릴 줄 모르는 원시인 같으니라고..... 한 곳에서 오래 머물 줄 모르는 DN.. 2021.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