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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함양의 이곳저곳27

부산 미포항 내가 사는 해운대 부근엔 고깃배가 드나들며 정박하는 작은 항구가 열 곳이 넘는다. 그중 비교적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은 해운대 미포항, 청사포, 수영만, 송정 끝자락에 있는 구덕포항 광안리 근처에 있는 민락항이다. 또 해운대를 조금만 벗어나면 장어구이집이 즐비한 연화리, 멸치축제로 유명한 대변항도 있다.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횟집의 풍경은 어딜가나 비슷한 모습이지만 작은 항구는 저마다 특색이 있기도 하다. 배에서 내린 생선을 받아 바로 좌판에서 파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해녀들이 따올린 해산물을 파는 곳도 있다. 지난 일요일에 남편과 미포항에 다녀왔다. 해운대 해수욕장 끝자락에 위치한 미포항은 영화 로 유명한 곳이면서 배에서 바로 내린 생선과 해산물을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산물 새벽장이 서는 셈이다... 2020. 10. 23.
해운대 송정의 아침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좋지 않다.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어서 좋다. 이제 막 떠오른 햇빛이 바다위에 어른거리는 것처럼 시작의 떨림 같은 게 느껴져서 좋다.. 나는 동터오기 전과 해지기 전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다. 세상을 다 드러내거나 감추는 것보다 여린 빛으로 세상을 드러내는 방식에 더 마음이 끌린다. 여린 빛의 배경으로 드러나는 수많은 실루엣들.... 그건 한 폭의 그림이자 마음에 오래 남는 여운이다. 저 햇빛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거쳐 이 지구에 와 닿을까? 과거의 빛,, 모든 반짝이는 것들은 순간이기도 하지만 과거로부터 온 빛에 의한 것임을 안다. 지구의 자전으로 낮과 밤이 반복되고 그 경계선에 있는 의미하게 꺼져가거나 살아나는 빛들을 나는 오랫동안 사랑해왔다. 이 무렵의 빛의 .. 2020. 10. 22.
부산 범어사 계단 위에서 늦은 오후, 대웅전으로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계단을 따라 걸려있는 예쁜 등을 보기 위해서다. 쭈욱 이어진 계단을 따라 가던 시선은 모퉁이를 따라 가지 못했다. 어디까지 이어진 걸까... 그 너머를 상상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판타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너머를 상상하는 데서 태어난다. 눈에 보이는 세상은 가끔 시시하고 지루하다. 너무나 일상적인, 펑범하고 단조롭고 단순한 삶은 매너리즘과 나태에 빠지게 한다. 우리 인간은 꿈을 꾸는 존재다 이 세상에 있지도 않은 일들을 상상하고 계획하며 실현하기도 한다. 공상과 상상에서 과학의 많은 부분이 싹터 발전했듯 상상력은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엉뚱함을 터부시해왔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이고 평범한 사람의 범주는.. 2020. 10. 15.
감천문화마을 먼 바다를 내려다보는 집들 산비탈에 서로의 어깨를 딛고 아슬아슬하게 층층이 서 있는 집들 그 사이 사이로 구불구불 바람이 몸을 틀고, 총총 별이 머물다 간다 2020. 10. 14.
해운대 해리단길 점점 복잡해지는 해운대를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살고 있다. 18년을 산 신도시 좌동에서 바로 옆 동네인 우동으로 이사온 지 4년이 되어간다. 함께 했던 반려견 하루를 보낸지 2년이 넘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시간은 너무나 빠르고 세상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해운대는 더 심하다. 매일 업데이트 되는 세상을 나는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은데... 세상 너희들은 왜 자꾸 변하는 거니?... 없던 자리에 불쑥 솟아오른 고층빌딩과 낡은 건물이 리모델링 되어 근사한 카페로 변신하고 거리가 정비되고 새로운 건물이 늘어선 자리엔 사람들이 북적이곤 한다. 온통 낯섦 투성이다. 마치 여행자처럼 신기하게 기웃거리게 되고 분명하게 무엇.. 2020. 10. 8.
해운대 송정의 밤 풍경 송정 밤풍경은 언제 봐도 좋다. 땅거미가 내려 앉을 무렵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까지도 고즈넉해진다. 해가 진 자리에 붉게 물든 노을과 반짝 반짝 불빛들이 켜지고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 다정하게 데이트 중인 연인들... 해안을 따라 달리기를 하거나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시간이다. 송정 해안도로를 달리다 송정 해안도로를 달린다 자동차 불빛까지도 눈부시고 아름답다. 이곳에 오면 모든 것이 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생의 찬란한 순간을 매번 목격하게 되는데 붉게 물든 구름 한 조각 한 조각조차도 생명력이 있음을 느낀다. 해안도로를 따라 늘어선 카페와 서핑보드대여점, 음식점을 지나쳐 달린다 밤의 한가운데를 향해 달려간다. 이제 곧 밤이 올 것이다. 밤은 풍경을 지웠다가 다.. 2020. 10. 3.
감천문화마을을 걷다 일요일 오후, 감천문화마을을 가기 위해 아미동 비석마을을 지나 천천히 반달고개를 올랐다. 그리 멀지 않은 길이지만 오르막이라 한 발 한 발 천천히 숨을 고르며 가야했다. 가는 동안 자동차와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쳐 갔다. 삶의 터전인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한데 섞여 시끌법적했다. 예전에는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길 위로 달구지, 장사치들, 마을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부산역과 자갈치 시장까지 걸어다니던 고달픈 삶의 길이기도 했다. 나는 길 위에서 시간여행자가 되어 감천문화마을로 들어섰다.감천문화마을은 사연이 참 많다. 부산 산동네들은 근대사와 함께 형성되어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만 이곳은 태극도라는 종교 신앙촌으로 시작되었다.전쟁 직후 부산에는 산등성이마다 피난 온 사람들이 지은 천막과 판자촌이 .. 2020. 9. 30.
해운대 노을 나는 일출보다 일몰을 더 좋아한다. 특히 분홍빛 하늘에 환장한다. 퇴근 길에 기가막힌 해질녘 광경을 보게 되었다. 차가 막히는 외곽도로를 피해 달맞이 길로 들어섰는데 푸른빛과 분홍빛이 한데 어우러진 하늘이라니! 숨 막히도록 황홀했다. 차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황홀하다. 해질녘 노을은 해가 넘어가기전 짧은 시간 동안 하늘을 물들이곤 하는데 매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프랑스에선 해질녘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부른다. 해질녘은 붉그스름하게 물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다. 완전히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상태로 매우 아름답고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곳에서 나의 시간도 멈춘다. .. 2020. 9. 21.
부산 흰여울 문화마을을 걷다 부산의 영도 흰여울마을은 절벽 위에 옹기종기 해안을 따라 길게 자리 잡고 있다. 마을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멀리 송도와 마주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송도에 버금갈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하여 이송도라 불렀다. 문화마을로 지정이 되면서 흰여울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원래 이곳에 터를 잡고 살던 사람들은 이송도라 부른다. 두 개의 이름이 공존하는 흰여울마을은 바다 건너 멀리 암남공원, 송도와 마주하고 있고, 송도에서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거제도가 보인다. 맑은 날씨엔 주전자 섬 뒤로 멀리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을이 형성된 봉래산 줄기를 따라 한 고개를 넘어가면 태종대가 나온다. 해안가에 조성된 갈맷길을 따라 파도소리를 들으며 태종대까지 걸어 갈 수도 있다. 가파른 절벽 위 해안을 따라 형성.. 2020.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