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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함양의 이곳저곳

부산 범어사 계단 위에서

by 나?꽃도둑 202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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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대웅전으로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계단을 따라 걸려있는 예쁜 등을 보기 위해서다.
쭈욱 이어진 계단을 따라 가던 시선은 모퉁이를 따라 가지 못했다.
어디까지 이어진 걸까... 그 너머를 상상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판타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너머를 상상하는 데서 태어난다.
눈에 보이는 세상은 가끔 시시하고 지루하다.
너무나 일상적인, 펑범하고 단조롭고 단순한 삶은 매너리즘과 나태에 빠지게 한다.
우리 인간은 꿈을 꾸는 존재다
이 세상에 있지도 않은 일들을 상상하고 계획하며 실현하기도 한다.

공상과 상상에서 과학의 많은 부분이 싹터 발전했듯
상상력은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엉뚱함을 터부시해왔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이고 평범한 사람의 범주는 튀지 않아야 하고

사회에 순응하는 사람이다.




휘어진 길 구불구불한 길 보다
곧게 뻗은 길로 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자주 구불구불 휘어진 길 그 너머를 상상하곤 한다.

획일적이고 일상적인 것에서 도망쳐 마음껏 판타지를 즐기곤 한다.

 

계단의 맨 끝에서 이게 오르막 계단인지 내리막 계단인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안과 밖을 구분할 때 내가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있는 위치에 따라 안팎이 뒤집히듯, 시작과 끝도 뒤집힌다.
가끔 뫼비우스 띠처럼 분명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인간은 갑자기 산 위에서 내려올 수 없기에

어차피 밑에서 위로 올라가야 하며

시작점은 항상 산 아래 있기 때문에 내가 어디에 있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오르막!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해석되고 규정된다.

내가 서 있는 위치가 판단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내리막! 

 

안 되겠다... 다른 세상으로 도망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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