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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온갖 잡다한!)43

딸기 수확 체험 체류형 동기 중 아이 아토피 때문에 함양에 귀농해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여동생이 있다고 했다. 그녀의 소개로 다섯 명이 우르르 딸기 하우스엘 가게 되었다. . 소개를 한 그녀는 딸기밭 주인과 잘 아는 사이라고 했다. 남편 분은 퇴직을 했고 아내 분은 학교 선생님인데 두 분이서 딸기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함양읍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주인은 없었고 개 세마리만 우리를 반겼다. 주인은 딸기밭 지킴이로 묶어 놨을 텐데 짓지도 않고 낯선 사람을 보고도 좋아 꼬리만 흔들어 대는 순한 애들이었다. 각자 만원만 내고 10kg를 따가면 된다고 했다 좋은 건 다 수확하고 남은 볼품 없고 맛이 떨어지는 끝물의 딸기이겠거니 했다. 그냥 주스나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딸기밭에 들어선 순.. 2022. 4. 20.
통도사의 가을을 걷다 통도사는 우리나라 삼불사찰 중 하나로 가람의 규모나 오랜 역사로도 유명하지만 소나무길도 빼놓을 수 없다. 통도사에 가기 위해서는 걷든지 자동차를 이용하든지 둘 중 하나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은 계곡물을 따라 이어진 '무풍한송로' 다. 등이 굽은 노송과 하늘로 곧게 뻗은 늠름한 소나무, 비바람에 못 이겨 휘어져 구불거리는 소나무들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하다. 서로의 어깨를 맞대거나 가지를 붙잡고 오랜 세월을 견뎠을 고고한 기품이 서려있다. 소나무는 대부분 위는 적갈색을 띠고 있고 아래 부분은 흑갈색을 띠고 있다. 소나무길의 또 다른 특징은 수많은 이름이 새겨진 바위들이다. 집채 만한 큰 바위부터 작은 바위에까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에서부터 이름 없는 기생에까지 다양하다. 통도사를 방문하였던 사람들.. 2021. 11. 23.
가을산, 맨발로 걷다 요즘 가을산은 울긋불긋 그야말로 색의 잔치다. 그리고 온갖 소리들로 가득하다. 바람결에 나뭇잎들이 쓸리는 소리, 쏴아 쏴아~ 이제 막 나뭇가지의 손을 놓아버린 마른 잎들이 하염없이 떨어진다. 여기 저기서 툭, 투둑, 툭 쌓인 낙엽 위로 떨어지면서 인사가 분주하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이곳이 나의 천국이로구나.... 여름부터 산길을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조심 조심... 느릿느릿... 맨발에 닿는 흙과 크고작은 돌멩이, 밖으로 나온 나무 뿌리, 낙엽의 감촉이 생생하다. 그때부터 변화가 찾아왔다. 걸음이 느려지다보니 풍경에 오래 머무르게 되었고 온갖 소리와 숲에서 나는 냄새에 민감해졌다. 오감이 열리는 순간을 경험한 것이다. 느낀다는 것, 그것은 향유다. 발가락 사이로 파고들던 부드럽고 따뜻한 흙은 11월.. 2021. 11. 8.
봄, 바람난 토끼들~ 봄이라고 불러야 하나? 텃밭학교 정원에 산수유도 피어나고 앞산 진달래도 피었다. 토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봄, 바람난 토끼들... 이제 곧 여기저기서 새끼들이 태어날 것이다. (긴장된다...) 일 년 전 두마리에서 시작된 토끼는 개체수를 뻥튀기하듯 늘려갔다. 임신기간이 한 달 조금 더 된다고 하니... 모든 녀석들이 가임기에 있으니 둘이 친한 척 붙어 있는 것만 봐도 긴장된다. 일단 눈에 띄었다하면 떼어놓기 바쁘다. 그동안 태어나고 죽고 탈출하고 별별 일이 다 있었지만 언제봐도 귀여운 녀석들이다. 하지만 이제 더는 토끼가 태어나는 것을 아무도 원치 않게 되었다. 우리나라 출산율을 생각하면 암울하지만 토끼의 출산율도 마찬가지로 암울하다~ 2021. 2. 22.
방탄소년단 뷔와 데이트를... 요즘 자주 피로를 느낀다. 2개월 전, 목디스크 진단 이후 매주 도수치료를 받고는 있지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일단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다. 나와의 약속인 매일 글을 써야하는 일도 가끔 고역이다.당분간 쉴까... 그러다 영원히 손을 놓을 것 같아.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그래서 몇 가지 규칙을 세워두었다. 휴일은 아무것도 안하고 무작정 쉬기. 가끔 걷기, 짧게라도 운동하기!자는 시간도 아까워했는데 이젠 낮잠도 마음놓고 잔다. 오늘도 장장 네 시간을 어딘가를 헤매다 왔다. 식당엘 갔다.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이 북적이는 식당이었다.그런데 낯 익은 얼굴이 눈에 확 들어왔다. 모자를 눌러쓰고 부모님과 남동생으로 보이는 가족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앗! 뷔다 뷔!"내가 .. 2021. 2. 21.
마늘가방 밤 9시가 조금 넘은 지하철 안은 뜨문뜨문 자리가 있을 만큼 한산했다. 친구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마늘 냄새가 진동을 했다. "와 진짜 지독하다" 낮게 소근 대며 우리는 마늘을 먹었을 법한 인물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늘을 먹었다는 소리는 고기를 먹었다는 소리고, 고기를 먹었다는 소리는 술을 마셨을 것이라는 추측 아래, 술을 한잔 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친구 옆에 앉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우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저 사람 왜 저래? 지금 우리를 의심하는 거야? 미안하지만 우리는 칼국수밖에 안 먹었거든! "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마늘 냄새는 흐릿해지다가도 가끔 강하.. 2021. 2. 9.
반신욕의 묘미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접이식 욕조가 드디어 왔다. 코로나19로 인해 목욕탕에 발길을 끊은지 6개월을 넘어서자 한계치에 다다른 건지 온몸이 근질근질하고 찌뿌뚱했다.도저히 견딜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접이식 욕조를 사게 된 것이다.습관이란 이렇게 무서운 법,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라는 옛날 영화제목처럼 몸은 너무나 정직하다. 포장을 뜯자마자 뜨거운 물 받고 바로 입수!미야모토 테루의 을 읽으려고 들고 갔지만 책을 열어보지도 못했다.광고에서처럼 덮개 위로 고개와 팔을 내밀고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덮개를 덮는 데 실패했다.누가 위에서 덮어주지 않으면 사진에서처럼 완벽한 모습을 재현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아무튼 노곤노곤 따듯따듯 30분이 지나자 머리 밑에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욕조를 떼어낸 게 후회되.. 2021. 2. 8.
고양이 밥주기 딜레마 2 다섯 마리의 새끼들이 점점 커가자 또 다른 걱정거리가 찾아들었다. 새끼를 낳아 삶의 터전으로 삼는다면 고양이 개체수가 점점 늘어날 것이었다. 그래서 중성화 수술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가끔 고양이 사료를 후원해주시는 분의 소개로 휴일에 포획틀을 놓아 데려가기로 했다. 일요일에 그 일이 이루어졌다. 수술 후 3일에서 5일 정도 지나 다시 있던 곳에 풀어준다고 하니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4일 째 되던 날, 새끼고양이들이 돌아왔다. 그런데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다 풀어놓고 가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가는 고양이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 며칠을 기다려도 끝내 돌아오지 않아서 나는 그런가보다 여겼다. 그렇게 네 마리는 터줏대감 마냥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오전 오후 밥 때가 되면.. 2021. 2. 6.
고양이 밥주기의 딜레마 1 작년에 삼색고양이 한 마리가 텃밭학교 근처에 나타났다. 체격은 작았지만 좀 퉁퉁하니 걸음도 느렸다. 잘 먹었는지 살이 쪘다고만 생각했는데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있는데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텃밭학교 사무실 바로 뒤에서 뭔가 꼼지락대는게 보였다. 어미가 나타나겠지 싶어 기다렸다. 새끼는 어미를 찾는지 계속 울어대고 새끼를 버린 건지 오후가 되도록 어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안쓰럽고 배가 고프겠다 싶어 가끔 나타나는 고양이들을 위해 준비된 사료와 캔이 있어서 캔 하나를 따서 놓아두었다. 퇴근시간이 되도록 새끼고양이는 그 자리에 있었다.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밤새 잘 있기를 바라며 퇴근했다 그리고 뒷날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아 가보니 새끼고양이도 캔도 .. 2021.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