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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온갖 잡다한!)

가을산, 맨발로 걷다

by 나?꽃도둑 2021.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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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을산은 울긋불긋 그야말로 색의 잔치다. 

그리고 온갖 소리들로 가득하다. 바람결에 나뭇잎들이 쓸리는 소리, 쏴아 쏴아~

이제 막 나뭇가지의 손을 놓아버린 마른 잎들이 하염없이 떨어진다.

여기 저기서 툭, 투둑, 툭 

쌓인 낙엽 위로 떨어지면서 인사가 분주하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이곳이 나의 천국이로구나....

 

 

여름부터 산길을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조심 조심... 느릿느릿... 맨발에 닿는 흙과 크고작은 돌멩이, 밖으로 나온 나무 뿌리, 낙엽의 감촉이 생생하다.

그때부터 변화가 찾아왔다. 걸음이 느려지다보니 풍경에 오래 머무르게 되었고

온갖 소리와 숲에서 나는 냄새에 민감해졌다.

오감이 열리는 순간을 경험한 것이다. 

느낀다는 것, 

그것은 향유다.

 

 

발가락 사이로 파고들던 부드럽고 따뜻한 흙은 11월이 되고 차가워졌다.

낙엽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 바스락대는 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빠르게 앞만 보고 걸으면 만날 수 없고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것들이다.

멈춰 서서

나뭇가지와 이파리 사이에서 일렁이는 햇빛을 신기루인 듯 바라보다가

풀꽃과 오래 눈맞추다가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나무에 마음을 빼앗긴다.

걷는다. 느리게, 아주 느리게...

바람 한 가닥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단풍든 가을산

 

집에 있으면 산이 그립고 산에 있으면 내려가기 싫을 정도다.

신발을 신고 산에 다닐 때는 몰랐던 감정이다.

느낀다는 것,

아주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맨발로 느리게 걸으면서 배웠다.

이제 나의 마음속에는 향긋한 냄새와 아름다운 소리와 빛으로 가득하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숲이 내게 대가 없이 준 선물로 인해...

 

 

산길에서 보이는 해운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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