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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온갖 잡다한!)

딸기 수확 체험

by 나?꽃도둑 202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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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형 동기 중 아이 아토피 때문에 함양에 귀농해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여동생이 있다고 했다.
그녀의 소개로 다섯 명이 우르르 딸기 하우스엘 가게 되었다. .
소개를 한 그녀는 딸기밭 주인과 잘 아는 사이라고 했다. 남편 분은 퇴직을 했고 아내 분은 학교 선생님인데
두 분이서 딸기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함양읍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주인은 없었고 개 세마리만 우리를 반겼다.
주인은 딸기밭 지킴이로 묶어 놨을 텐데 짓지도 않고 낯선 사람을 보고도 좋아 꼬리만 흔들어 대는 순한 애들이었다.

각자 만원만 내고 10kg를 따가면 된다고 했다
좋은 건 다 수확하고 남은 볼품 없고 맛이 떨어지는 끝물의 딸기이겠거니 했다. 그냥
주스나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딸기밭에 들어선 순간 큼직하고 싱싱한 딸기들이 주렁주렁 달린 것을 보고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또 딸기꽃은 어찌나 이쁜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좋은 딸기를 10kg에 만원에 주다니....
따 가는 우리로서는 횡재지만 힘들게 농사 지은 것을
일손을 못 구해 제 때 수확을 놓친 농부의 마음은 어떠할까....
그나마 이렇게라도 따 가지 않으면 버리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내 쓰였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을 데려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체류형 함양살이 단톡방에 공지를 했다.
상당히 호응이 좋아 신청자가 점점 늘어났다.
그들은 다음 날 오기로 결정이 되었다.


10kg를 수확하는 데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가져간 두 개의 바구니에 나눠 담고는 하나는 트렁크에 실었다.
트렁크에 자리가 부족하자 남은 것은 각자 앉은 자리 앞에 두거나 안고 출발했다.
차 안이 온통 딸기의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로 진동했다.
봄날 꿈같은 시간을 딸기밭에서 보냈다. 돌아오는 창밖의 풍경은 나른하고 황홀했다.


집에 오자마자 딸기 꼭지를 하나 하나 칼로 베어내고 여러 번 물에 씻어냈다.
매우 싱싱한 것은 생과로 먹으려고 따로 한 통을 챙겨두고 나머진 그대로 갈았다.
꿀이나 설탕, 물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100%의 순수한 딸기주스가 패트병으로 세 병 반이 나왔다.
색깔도 어찌나 선명하고 이쁜지... 냉동고에 넣어두었는데 손님이 오면 한 병씩 꺼내 마실 생각이다.

봄철 과일로선 딸기만한 게 없다. 피로회복, 혈관건강, 다이어트와 피부에도 좋다고 하니 냉동실만 쳐다봐도
든든하고 흐뭇하다. 단지 속이 냉한 체질은 조금 주의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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