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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22

글쓰기의 기쁨과 슬픔 오늘도 맥주를 마셨다. 남편이 한잔하면서 야구 보는 걸 좋아해서 일주일 중 삼사일을 마신다. 맛있는 안주를 준비해놓고 부르는데 그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어서 함께 마신다. 고질병이다. 그렇다고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500ml 한 캔 아니면 두 캔에 알달딸해지니 하수 중에 하수다. 나는 술 마시고 난 뒤 주로 두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말 많음과 쏟아지는 잠이다. 맨정신일 때보다 기분이 업된 상태라 목소리 톤도 높아지고 말을 많이 한다. 그러다보면 서서히 술에서 풀려나곤 한다. 잠이 쏟아지는 날은 피곤한 날이다. 그러면 일단 자야한다. 정말 단순한 삶이다. 그런데 자기 전 치르는 의식이 있다. 블로그를 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취중에 쓰거나 중간에 일어나 글쓰기를 하려고 알람을 맞춰놓는다. 일단 자자! 그.. 2020. 11. 18.
6천500만년 전 고대 물고기 기사! 정말 재밌는 댓글 모음 아침에 뉴스를 보다가 아주 재밌는 기사를 발견했다. 6천500만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물고기 아스프레테(Asprete)에 관한 기사였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아스프레테가 루마니아 발산강에서 발견되었다는 기사도 흥미로웠지만 댓글에 완전 빵 터졌다. 댓글에 대댓글이 달리며 자신들이 알고있는 물고기 이름과 내놓은 생각과 의견들이 흥미진진하고 의미심장하고 웃겼다.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은행나무는 페름기(2억 3천~2억 7천만 년 전)에 초기 형태의 은행잎 모양이 이 지구상에 나타났다는데 6500만년 되었다는 아스프레테 물고기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고대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 속에는 이 물고기 자체를 믿지 않거나 부정하는 의견도 많았다. 6500만년 전 모습을 한 물.. 2020. 11. 10.
어린왕자 앨범 속에서 어린왕자를 찾아냈다. 2018년에 출간 70주년과 통도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이영섭 조각가의 기획전에 가서 찍었던 사진들이다. 딱 이맘 때 즈음으로 기억한다. 통도사 주변이 온톤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맑고 시린 가을 하늘로 어린왕자가 두른 목도리가 휘날렸던 것이.... 이영섭 조각가는 세계 최초로 발굴 기법을 고안하여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는 작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술교사로 발령을 받았지만 교사직을 포기하고 전국으로 한국의 미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의 독특한 작품은 1998년 고달사지 발굴현장에서 영감을 얻어 발굴 기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발굴 기법은 나무를 깎거나 돌을 쪼는 보통의 조각과 다르다. 먼저 작가는 한지 위에 조각하고자 하는 모.. 2020. 11. 9.
향유고래 https://news.v.daum.net/v/20201107143101884 새끼에 모유 먹이는 초대형 향유고래..희귀 장면 포착 [서울신문 나우뉴스]좀처럼 보기 힘든 거대 고래의 모유 수유 장면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러시아 사진작가인 마이크 코로스텔레브(38)와 동료들은 인도양에서 다이빙을 하며 해양생물 news.v.daum.net 나는 고래를 좋아한다. 한때 고래에 빠져 지냈다. 고래에 관한 영상과 책을 다 찾아서보고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을 들락거렸다. 급기야 직접 고래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마음앓이를 할 정도였다. 혹등고래의 노랫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고, 귀신고래가 눈앞에 나타났다가 깜쪽같이 사라지곤 했다. 오랫동안 마음이 잡혀 놓여지지 않았다. 어쩌면 고래를 기다리며 사는 인생.. 2020. 11. 7.
이별의 노래 몇 년 전 어느 날의 일입니다. 늦은 귀가여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그때 어느 한 남자의 고독한 시간과 마주쳤던 일입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인 4단지와 2단지 사이에는 10미터 남짓한 다리 하나가 있고, 그 밑으로는 장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 날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오후 늦게 그쳤던 걸로 기억합니다. 퇴근하는데 길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다리를 막 건너려고 하는데 개울을 따라 난 길을 걸어 올라오던 한 남자가 보였습니다. 조금 비척거리는 걸로 봐서는 술자리가 끝난 뒤 귀가 중인 것 같았습니다. 가로등 불빛 아래 남자는 배가 조금 나온 사십대 중반이나 후반 정도로 보였습니다. 내가 다리 위를 거의 지났을 무렵, 남자는 다리 밑을 막 지나는 게 보였습.. 2020. 10. 19.
대추 한 알 / 장석주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러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다. 이 시로 초등학교 아이들과 학교에서 수업을 했었다. 대추 한 알을 자신으로 치환시켜 패러디 시를 써보게 하는 수업이었다. 자료를 남기지 않아서 아이들의 글을 여기에 실을 수는 없지만 재밌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건 분명하다. 아이들은 시를 쓰면서 킬킬대기도 하고 진지하게 몰입하기도 했다. 진심으로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고심하는 듯 .. 2020. 10. 4.
지하철 에피소드 2 1 아기 울음소리가 지하철 안을 가득 메웠다. 태어난 지 몇 달이나 되었을까? 포대기 안에서 두 주먹을 쥐고 팔 다리를 뻗대며 울어댔다. 자그마한 체구의 젊은 엄마는 아기를 달래려고 연신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나는 자리를 양보했다. 그런데 엄마가 자리에 앉자마자 아기는 더욱 악을 써대며 울어댔다. 아기의 엄마는 얼른 일어나 아기를 달래느라 애를 쓰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기와 엄마의 소통의 부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역에서 바로 내렸으니까 말이다. “그래 그래. 내리자... 내리자.......” 아기는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울음을 딱 그쳐버렸다. 2 “노란 머리에 파란 눈 아가씨들 너무 떠드는 거 아니요? 거 조용히 좀 하시오, 동방예의지국에 와서....어험.” 아저씨는 대뜸 외국인 두 .. 2020. 9. 27.
지하철 에피소드 1 1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앞 전동 칸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몰려오고 있었다. 나는 거의 튕겨져 오르는 스프링처럼 벌떡 일어나 다른 칸으로 가는 문 앞으로 달려갔다. 무슨 영문인지 누구에겐가 물어볼 정신도 없었다, 그저 알 수 없는 공포로 인해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쩌릿한 느낌과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빨리 문 열어요”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렇다고 누구하나 나를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시선이 문 쪽을 향해 있었다. 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로 들락거렸다. 누군가가 문을 열던 그때 전동차가 정거장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한 승객의 휴대폰 배터리가 폭발하여 소음과 함께 연기가 자욱해져 잠시 혼란이 있었으니 이제 안심하여도 좋다는 .. 2020. 9. 26.
시 한편 읽고 가실게요~~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 유홍준 벤자민과 소철과 관음죽 송사리와 금붕어와 올챙이와 개미와 방아깨비와 잠자리 장미와 안개꽃과 튤립과 국화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죽음에 대한 관찰일기를 쓰며 죽음을 신기해하는 아이는 꼬박꼬박 키가 자랐고 죽음의 처참함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아내는 화장술이 늘어가는 삼십대가 되었다 바람도 태양도 푸른 박테리아도 희망도 절망도 욕망도 끈질긴 유혹도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별일 없냐 별일 없어요 행복이란 이런 것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운 것 죽음을 집 안으로 가득 끌어들이는 것 어머니도 예수님도 귀머거리 시인도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ㅡ시집『喪家에 모인 구두들』(실천문학사, 2004) ----------------------.. 2020.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