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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30

슬프고도 아름다운 봄날 나의 우주에서 빛나던 별들 중 하나인 이모가 빛을 잃고 스러져갔다. 뇌졸중으로 병원에 가신지 14일 만이다. 세상천지에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데 이모의 세계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슬픔도 날리고 벚꽃잎도 날렸다 방울 방울 떨어저내리는 눈물처럼 꽃잎은 무심히도 날렸다 언니를 잃은 엄마는 아무렇지 않다고 하시지만 마음속은 온통 얼룩져있다 눈물과 회환과 추억과 서러움으로... 웃음기가 사라진 한풀 꺾인 목소리에서 얼룩진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봄날이다. 봄날은 내게 아주 특별한 계절이다. 사계절 중에 가장 좋아하기도 하지만 가장 슬픈 계절이기도 하다 내가 사랑한 할머니, 아버지, 이모를 모두 봄에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월호의 아이들.. 그렇게 봄은 오고 봄은 그렇게 갔다. .. 2021. 4. 9.
비 오는 날에 비/ 원구식 높은 곳에 물이 있다. 그러니까, 물이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물은 겸손하지도 않으며 특별히 거만하지도 않다. 물은 물이다. 모든 자연의 법칙이 그러하듯, 낮은 곳으로 흐르기 위해, 물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이 평범한 사실을 깨달은 후 나는 네게 “하늘에서 물이 온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너와 내가 ‘비’라고 부르는 이 물 속에서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자전거를 타고 비에 관한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내리는 이 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지금 이 순간 이 비가 오지 않으면 안 될 그 어떤 절박한 사정이 도대체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하염없이 어디론가 물처럼 흘러가는 것인데, 어느 날 두.. 2021. 2. 26.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이소라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무도 없는 길을 걸었다.매서운 바람이 뒤에서 몸을 밀어낼 정도로 강하게 불어와서 노래를 멈췄다.패딩 후드를 뒤집어 쓰고 천천히 바람을 느끼며 걸었다. 바람은 성난 파도가 되기도 하였고 휘몰아치는 거미줄이 되기도 하였다.바람은 마음에 어떤 풍경을 만들어냈다.몸에 새겨지는 감각들...먼 곳에서 불어온 바람이 나를 깨우고 주변의 모든 것들을 흔들어 깨웠다.세상이 흔들렸다. 휘몰아치는 바람을 만난 것들은 모두 느낀다.바람을 그냥 아는 것과 만나 경험함으로써 느끼는 것은 다른 것이므로...이 모든 순간들이 너무 소중해진다.추위 따윈 저리가라. 나는 느끼므로써 존재한다. 무언가를 느낀다는 것은 내 마음의 한 부분을 빼앗기지 않으면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한.. 2021. 2. 17.
행복에 대한 놀라운 발견 행복은 필수불가결한 삶의 조건 중 하나다. 삶에서 행복이 빠져버린다면 삶의 가치와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물론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명예나 권력, 재산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보다는 사람들과의 폭넒은 관계나 여행, 수집 , 가족애, 취미, 자아실현 등 여러 이유들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과연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아무리 행복에 대해 주관적 판단이 우선된다고 해도 객관적이거나 규범적인 행복에의 판단은 사적인 영역에 개입할 수 없는 걸까?... 행복에의 기준과 그에 따른 만족도는 지극히 사적이라고 여긴 나는 행복에 대한 의구심이 속시원히 해결되지는 않았었다. 행복한 삶에 대한 추구는 가족, 집단 사.. 2021. 1. 31.
달콤한 인생 남편이 느닷없이 초콜릿을 손에 쥐어주면서 하는 말 "우리 달콤하게 살자." 갑자기 뭥미? 왜그래 뭘 달콤하게 살어? 이 말이 번개 스치듯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다행히 입속으로 나오지 않고 꿀꺽 식도를 타고 위장속으로 내려가버렸다. 대신 나는 멋쩍게 히죽 웃었다. 그동안 들큰쌉싸름한 인생을 살아왔는데 갑자기 달콤함이라니... 정말 적응 안되는 말이었다. 그것도 준비없이 훅 치고 들어오다니... 적어도 그런 말을 하기 전에 분위기를 미리 잡던가, 가끔 달콤함의 언저리라도 맛보게 했어야 이렇게 당황하지 않지 나 참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술로 의기투합하는 사이에 초콜릿이라니? 그깟 초콜릿 두 세개 먹는다고 갑자기 달콤한 인생이 되는 것도 아닐테고 설령 초콜릿이 달콤한 인생의 은유이자 상징물로 둔갑했다고 해도 적응.. 2021. 1. 28.
겨울비 내리는 풍경속으로 모처럼 겨울비가 내렸다. 우산을 쓰고 해리단길을 걸었다.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에 가느다란 빗줄기가 선명하게 보였다. 일직선으로 빼곡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는데 어디로 가는 거지?...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하염없이 걷다가 문뜩 여기가 어디지?...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돌아갈 길을 찾을 만큼 비에 심취한다 가만히 앉아서 빗소리 듣는 것도 좋고,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비 노래 듣는 것도 좋아한다. 어릴 적 방학만 하면 할머니 집에 가서 살았다. 비오는 날 문지방에 턱을 괴고 비 내리는 마당을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 풀잎이나 흙마당에 튀어오르던 빗방울의 리듬을 온몸으로 느끼며 비와 친구가 되었다. 한번도 싫증이 나거나 귀찮아 .. 2021. 1. 23.
물고기도 고통을 느낄까?... 동물권에 대한 생각 한 양식협회 집회 과정서 방어 등 물고기 내동댕이 동물권 보호단체 "어류도 고통 느껴..명백한 과학적 사실" '물고기 학대 논란'에 '어류 고통 인지' 진위도 관심 횟집 수족관에 있는 각종 물고기 학대 논란까지 확산 - 출처 아시아경제뉴스 2020.12.20일자 (관련뉴스 하단에 있음) 지난 달 27일 서울 여의도 경남어류양식협회 사람들이 정부의 일본산 활어 수입에 반대하며 방어, 참돔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항의한 것에 동물보호단체가 이들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는 뉴스가 떴다. 고발장은 어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물고기 학대를 그 이유로 내세웠다. 여기에 댓글이 2000개가 넘게 달렸다. 물고기 학대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인간의 식습관의 문제와 동물권 전체로 확대되어 설전이 뜨거웠.. 2020. 12. 20.
겨울나무에 관한 생각 나무가 뼈대를 드러냈다. 봄에 움을 틔워 참새혓바닥 같은 연둣잎을 길러내고는 여름 한철 눈부실 정도로 짙푸른 생을 보냈다. 가을이 되어서야 한 잎 두 잎 떨구며 제발등을 덮기 시작하였다. 더러는 바람에게 내어주고 더러는 흙에게 내어주고 더러는 새와 곤충들에게 내어주더니 겨울이 오기전 서둘러 모든 잎을 다 떨구어냈다. 비로소 맨몸으로 선 겨울나무가 되었다. 잎을 다 떨군 겨울 나무를 우리는 나목이라 부르기도 하고 헐벗은 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낸 겨울나무는 자신을 내버려둔다. 그 자리에 하늘이 들어앉고 해와 달이 걸터앉아 쉬어가고 빈가지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고 새들이 잠시 쉬어가도 겨울나무는 동안거에 든 스님처럼 침묵으로 오로지 내면에만 집중한다 밖으로 난 통로를 닫고 안으로 침잠하여.. 2020. 12. 10.
글쓰기의 기쁨과 슬픔 오늘도 맥주를 마셨다. 남편이 한잔하면서 야구 보는 걸 좋아해서 일주일 중 삼사일을 마시며 산다.맛있는 안주를 준비해놓고 부르는데 그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고질병이다.그렇다고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500ml 한 캔 아니면 두 캔에 알달딸해지니 하수 중에 하수다.나는 술 마시고 난 뒤 주로 두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말 많음과 쏟아지는 잠이다.맨정신일 때보다 기분이 업된 상태라 목소리 톤도 높아지고 말을 많이 한다. 그러다보면 서서히 술에서 풀려나곤 한다.잠이 쏟아지는 날은 피곤한 날이다. 그러면 일단 자야한다. 정말 단순한 삶이다. 그런데 자기 전 치르는 의식이 있다.블로그를 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취중에 쓰거나 중간에 일어나 글쓰기를 하려고 알람을 맞춰놓는다.일단 자자! 그리고 깨어나 쓰리라!매.. 2020.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