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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

바람이 분다

by 나?꽃도둑 2021.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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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이소라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무도 없는 길을 걸었다.

매서운 바람이 뒤에서 몸을 밀어낼 정도로 강하게 불어와서 노래를 멈췄다.

패딩 후드를 뒤집어 쓰고 천천히 바람을 느끼며 걸었다. 

바람은 성난 파도가 되기도 하였고 휘몰아치는 거미줄이 되기도 하였다.

바람은 마음에 어떤 풍경을 만들어냈다.

몸에 새겨지는 감각들...

먼 곳에서 불어온 바람이 나를 깨우고 주변의 모든 것들을 흔들어 깨웠다.

세상이 흔들렸다. 휘몰아치는 바람을 만난 것들은 모두 느낀다.

바람을 그냥 아는 것과 만나 경험함으로써 느끼는 것은 다른 것이므로...

이 모든 순간들이 너무 소중해진다.

추위 따윈 저리가라. 나는 느끼므로써 존재한다.

 

 

 

 

 

무언가를 느낀다는 것은 내 마음의 한 부분을 빼앗기지 않으면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한자로 느낄 감(感)은 마음(心)과 다 함(咸)이 겹합되어 있는 글자다.

마음이 어떤 것에 자극을 받으면 몸도 같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바람을 느낀다는 것,

바람결과 바람이 부는 풍경이 내 마음과 몸에 그대로 새겨지는 일이다.

느낌은 어제의 나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아는 것도 사람을 성장시키지만 느낀다는 것은 매우

감각적이고 활동적인 영역이다.. 무언가를 알고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신비의 영역으로 삶의 세계를 확장해간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그것이 예술이든 철학이든 종교든 삶이든... 앎으로 인한 것보다 느끼는 것으로 인해 더 깊어지고

풍부해진다. 느낌은 하나의 모습이 아니다. 여러 모습과 생각과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바로 느낌의 영역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고 어떤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관점과 느낌이 다르면 해석도 달라지는 법. 

그리고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바람이 분다.

바람을 느끼며.. 어제 내가 보았던 세상이 아님을 느낀다.

 

 

출처 https://www.youtube.com/channel/UCTDCTuqv_uKcxhPG-NQHtBA

 

 

바람이 분다 / 이소라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향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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