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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

달콤한 인생

by 나?꽃도둑 2021.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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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느닷없이 초콜릿을 손에 쥐어주면서 하는 말

"우리 달콤하게 살자."

갑자기 뭥미? 왜그래 뭘 달콤하게 살어?
이 말이 번개 스치듯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다행히 입속으로 나오지 않고 꿀꺽 식도를 타고 위장속으로 내려가버렸다.
대신 나는 멋쩍게 히죽 웃었다.
그동안 들큰쌉싸름한 인생을 살아왔는데 갑자기 달콤함이라니... 정말 적응 안되는 말이었다.
그것도 준비없이 훅 치고 들어오다니...
적어도 그런 말을 하기 전에 분위기를 미리 잡던가, 가끔 달콤함의 언저리라도 맛보게 했어야 이렇게 당황하지 않지

나 참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술로 의기투합하는 사이에 초콜릿이라니?

그깟 초콜릿 두 세개 먹는다고 갑자기 달콤한 인생이 되는 것도 아닐테고

설령 초콜릿이 달콤한 인생의 은유이자 상징물로 둔갑했다고 해도 적응 안되는 건 마찬가지다.

설마 이병현이 나왔던 영화처럼 반어법은 아니겠지? 의심 또 의심...

 

 

 

초콜릿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들었다. 달콤한 맛이다. 아무 생각 없게 만드는 달콤함...

인생도 이처럼 달콤하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매일이 전쟁터 같은 삶의 연속인데 눈을 감고 달콤함을 즐기기엔 인생은 너무 현실적이다.

적어도 꿈결을 헤매는 듯 달콤함을 느끼려면 꽃길 위에만 있어야 하는데

인생의 8할은 울퉁불퉁 자갈밭에다 진흙탕 길이었다. 

 

자화상에서 서정주 시인은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고 고백하고 있고 

이혜린 작가는 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고 고백하고 있지만

나를 키운 건 8할이 독서였고 그 독서로 인해 자갈밭과 진흙탕 길을 잘 헤쳐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생각 없는 달콤함에 익숙하지 못하다.

오히려 달콤함에 코박고 죽을 까봐 더럭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남편이 달콤하게 살자는 말에 선뜻 동의할 수 없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원하지만 원할 수 없는 양가감정 상태로 있는게 오히려 더 좋다.

달콤함은 짧게! 들큰쌉싸름은 길게!

그래야 살 맛이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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