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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99

[책] 바다의 세계사 몇해 전 친구들과 부관훼리를 타고 일본여행을 갔다. 부산항에서 밤에 출발해서 아침에 시모노세키항에 닿는 배였다. 우리는 선실에 짐을 내려놓고 갑판으로 나갔다. 멀리 부산항의 불빛이 아스라이 멀어지고 있었다. 몸을 가누기 힘들만큼 바람이 불어서 난간을 잡고 섰다. 배가 지나는 자리엔 검푸른 바다가 몸을 뒤집으며 끊임없이 허연 포말을 일으키고 있었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서 있던 나는 참으로 복잡한 기분에 휩싸였다. 아주 먼 옛날부터 온갖 사연으로 바닷길을 따라 오갔을 사람들의 영광과 빛나던 업적, 국가 간의 교역과 교류, 침략, 눈물과 한숨을 집어삼키고 침묵에 빠진 거대한 바다 앞에서 설레임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역사는 왜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는가? 그동안 역사는 땅에서 쌓아올려지고 일어나고 남.. 2021. 2. 20.
[책] 환상의 빛 ㅣ미야모토 테루 20세기 후반 일본 순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미야모토 테루의 은 '환상의 빛, 밤 벚꽃, 박쥐, 침대차' 총 네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환상의 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으로 1995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환상의 빛'은 유미코가 7년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전남편에게 띄우는 편지형식을 취하고 있다. 태어난 지 석달 된 아들 유이치와 자신을 남겨두고 자살한 남편을 잊기 위해 유이치가 막 네살이 될 무렵 자신이 살던 아마사키에서 재혼하기 위해 멀리 떨어진 해변마을 소소기로 오게 된다. 유미코는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곳으로부터 멀리 달아났다고 여겼지만 불쑥불쑥 찾아드는 건 남편이 왜 자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지난 7년을 돌아보며 죽은 남편을 만나 결혼.. 2021. 2. 13.
[책] 게임하는 인간 호모루두스 이 책에서는 게임이론의 발생서부터 현재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흐름을 11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내시가 만들어 낸 수학의 바탕위에 만들어진 게임이론이 이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과학의 보편적 언어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게임이론은 사람들 사이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나타나는 인간행동의 창발과 확산 그리고 안정화까지 모든 영역을 다루는 인간행동을 연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지만 이제는 수학, 경제학, 진화 생물학, 사회학, 인류학 생물학 등 모든 분야에서 도입해서 연구 중인 학문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진화생물학+게임이론은 행동과학과 생물학으로 사회과학+ 게임이론은 인간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복잡한 네트워크의 난해한 패턴을 하나씩 풀어내어 비밀을 밝혀 줄지도 모르며 전략을.. 2021. 2. 4.
[책]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분쟁 속에서 희생당하거나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난민들, 정치적이거나 종교적 이유로 희생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고한 민간인들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우리는 고통을 경험하지만 지금 여기서 일어나지 않은 일은 현실이 될 수 없기에 타인의 고통은 이미지화 되어 우리는 그것을 감상하거나 소비해버리곤 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가상현실 공간일 뿐이다. 우리는 기껏 다른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슬퍼할 줄 알고 연민만을 보내게 된다. 어떤 힘에 의해 가해진 폭력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것이 고작 그게 다라면? 은 그러한 질문에 숙고하길 바라고 있다. 나는 몇해 전, 악명 높은 북한 정치범수용소인 요덕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 2021. 1. 29.
[책] 겨울밤 0시5분/황동규 겨울밤 0시 5분 /황동규 별을 보며 걸었다. 아파트 후문 정류장, 마을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려다 그냥 걸었다. 추위를 속에 감추려는 듯 상점들이 셔터들을 내렸다. 늦저녁에 잠깐 내리다 만 눈 지금도 흰 것 한두 깃 바람에 날리고 있다. 먼지는 잠시 잠잠해졌겠지. 얼마 만인가? 코트 여며 마음 조금 가다듬고 별을 보며 종점까지 한 정거를 걸었다. 마을버스 종점, 미니 광장 삼각형 한 변에 얼마 전까지 창밖에 가위와 칼들을 바로크 음악처럼 주렁주렁 달아놓던 철물점이 헐리고 농산물센터 '밭에 가자'가 들어섰다. 건물의 불 꺼지고 외등이 간판을 읽어준다. 건너편 변에서는 '신라명과'가 막 문을 닫고 있다. 나머지 한 변이 시작되는 곳에 막차로 오는 딸이나 남편을 기다리는 듯 흘끔흘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2021. 1. 22.
[책]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요리 프로그램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텔레비전 채널마다 방송을 할 만큼 인기의 배경에는 요리와 오락을 접목시켜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리는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하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낸다. 요리사는 맛의 극대화를 위해 요리의 팁을 알려 주곤 하는데, 요리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제 무엇을 넣을 것인가의 순서의 문제, 불의 세기와 조리시간, 양념의 양 등 음식재료간의 궁합들로 인해 요리는 한층 더해진 맛과 영양의 두 마리 토끼를 쫓게 된다. 그야말로 맛과 영양의 과학이다. 그만큼 과학은 일상생활에 깊숙이 관여한다. 과학은 모든 것에 보다 보편적이고 신뢰할 만한 것인지에 대해 대답을 하려고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틀 안에서는 대답할 수 없.. 2021. 1. 15.
[책] 이야기의 탄생 우리 인간은 이야기에 열광한다. 끊임없이 나오는 책이나 영화, 뒷담화나 가십거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보낸다. 우리의 끝이 죽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살아가듯 끊임없이 반복되고 생성되는 이야기를 마치 처음 대하는 것처럼 눈을 반짝이고 귀를 열어둔다. 왜 그럴까?... 어느 책에선가 읽은 한 대목이 생각난다. 희미한 기억에 의존하자면 대략 이렇다. 인간의 진화 속에는 뒷담화나 소문이 필수였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약했던 인간은 뭉쳐야했고 무리에 해가되는 요소들을 없애기 위해 소문과 뒷담화를 이용해 문제가 있는 인간을 제거하거나 소외시킴으로써 무리에 득이 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또한 거짓 소문과 왜곡, 권모술수와 비틀기와 과장하기, 모함으로 라이벌을 누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책 서문에서도.. 2021. 1. 12.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배르베르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사람이다.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그의 저작들은 우리가 눈으로 보고 인식하는 세계 너머로 데려다주곤 한다.한때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할 만큼 과학에 대한 지식을 갖춘 베르베르는 자신의 경험과 관심을 문학적 탐구로 이어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 , , , , ,, 등이 있다. 또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묘한 지식으로 가득하다. 베르베르가 열네 살 때부터 30년 이상 계속 써온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들, 발상과 인식을 뒤집게 하는 사건이나 에피소드, 미스터리와 수수께끼, 독특한 해석이 들어간 이야기들을 모은 으로 먼저 출간한 것에 새로운 항목들이 추가되어 나온 확장판이 바로 이다. 책장을 넘기.. 2020. 12. 15.
폴링 업(Falling UP)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 셀 실버스타인의 은 기발하고 재미난 상상력이 넘쳐나는 책이다. 작가의 다양하고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재밌는 책이다. 이 사람은 재능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재즈와 포크 가수와 작곡가로 글쓰기와 그림까지 유명하지만 철저하게 은둔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은 길고 짧은 글에 재밌는 삽화도 곁들여져 읽으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과 온가족이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허를 찌르기도 하고 웃음 대폭발을 일으키기기도 하고 철학적이고 풍자적이고 은유로 가득해서 정말 기지가 넘쳐난다. 고양이와 아이와 엄마 "난 고양이이며 앞으로도 죽 그럴 거라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고양이가 말했다. "왜 내가 밤에 어슬렁거리며 다닌다고 해서 놀라는 거야? 왜 내가 야옹.. 2020.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