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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책] 이야기의 탄생

by 나?꽃도둑 2021.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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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이야기에 열광한다. 끊임없이 나오는 책이나 영화, 뒷담화나 가십거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보낸다.

우리의 끝이 죽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살아가듯 끊임없이 반복되고 생성되는 이야기를 마치 처음 대하는 것처럼 눈을 반짝이고 귀를 열어둔다.

왜 그럴까?... 어느 책에선가 읽은 한 대목이 생각난다. 희미한 기억에 의존하자면 대략 이렇다. 인간의 진화 속에는 뒷담화나 소문이 필수였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약했던 인간은 뭉쳐야했고 무리에 해가되는 요소들을 없애기 위해 소문과 뒷담화를 이용해 문제가 있는 인간을 제거하거나 소외시킴으로써 무리에 득이 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또한 거짓 소문과 왜곡, 권모술수와 비틀기와 과장하기, 모함으로 라이벌을 누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책 서문에서도 인간은 원래 남들에 관해 소문을 퍼트리는 존재였다는 것을 짧게 언급을 하고 있다.

 

 

인간은 겪어보지 못한 일을 이야기를 통해 상상하거나 간접체험을 한다. 그로인해 불안과 혼란을 줄이고 위험에 대처하거나 위험요소를 줄였다고 하니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것에 이야기가 있었다니 말이다.  문자가 없던 시대에는 구전으로 퍼져나갔고 문자가 가능한 시대부터는 기록으로 남겼다. 민담, 설화, 신화, 오늘날의 소설 등 실제와 허구가 섞인 이야기들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이야기에 울고 웃고 분노하고, 감동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며 나와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타인과 사회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찰하고 좀 더 나은 나와 너가 되는데 이야기의 역할이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의 힘은 이야기의 탄생과 함께 했다. 우리가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날까지의 모든 시간이 서사가 되듯 우리는 이야기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인간의 처음과 같이 시작한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삶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에 대해 말하는 책과 영상물들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서사문학을 창출하는 작가와 소비하는 독자가 있는 현대의 이야기 산업의 구조속에서 <이야기의 탄생>은 인간이 좋아하는 스토리의 원칙들이 있음에 주목하고 뇌과학으로 풀어낸 책이다. 이야기의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인간이 어떤 이야기에 더 끌리는지 단어의 배치나 전달 방식에 따라 뇌가 받아들이는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를 탐구하였다. 추상적 개념보다는 구체적 묘사나 은유를 통해서, 들려주는 것보다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듯 써야 뇌는 이야기를 더 잘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한 플롯 연구도 빼놓지 않았다. 이야기가 뇌에서 비롯된다는 저자의 주장과 그 근거로 내세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느끼는 오감의 감각적인 부분들을 뇌가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뇌는 이야기의 프로세서라 할 만 하다.

 

 

목차에서 보듯이 매혹적이고 강렬한 이야기는 결함있는 자아가 외부 세계와 빚는 갈등속에서 하게 되는 극적질문과 욕망과 행위를 기가막힌 플롯으로 구현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독자를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인 이야기의 탄생을 사례와 근거를 들어 뇌과학과 심리학으로 설명해 놓았다는 점이다.
뇌 구조의 사소한 차이로 인해 인생과 플롯이 크게 달라지듯 인물의 성격은 이야기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또한

작가에 의해 창조된 세계는 다 보여주지 않는 방식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모호한 정보를 흘려 수수께끼를 풀게 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한다. 이 책은 그냥 이야기를 소비하는 독자보다는 작가나 서사문학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해 보인다. 아무튼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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