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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그림3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을 읽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상하다.. 하늘은 낮이고 지상은 밤이다. 상식과 완전 배치되는 이질적인 두 세계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쪽과 저쪽이 다른 두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기 위해서는 현실은 잠시 잊기로 하자. 빛의 제국으로 가는 두 갈래의 길부터 찾기로 하자 아니 그보다 어느 쪽이 진짜 빛의 제국인 걸까... 밤이 찾아온 지상의 집에는 불이 켜져있다. 집 주위의 나무는 잎이 무성하고 벽난로 굴뚝에선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다. 춥지 않은 늦봄이나 여름 쯤으로 보인다. 뜰과 방안 불빛은 그다지 밝지 않은 은은한 조명에 가깝고 어른거리는 사람의 그림자라곤 없다. 이제 막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 노부부의 방일까? 빛의 제국에서는 어둠과 빛이 함께 존재해야만 서로의 존재를 극명하게 드러내게 마련이다. 지상의.. 2021. 2. 18.
르네 마그리트 <생략> 을 읽다 마그리트 그림집을 보다가 피노키오의 코를 가진 사람을 발견했다. 르네 마그리트는 이 그림에 대해 '생략'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자 한 것일까? 제대로 달려있지만 보는 기능과는 멀어보이는 인형눈과 모자 위에 달린 또 하나의 눈, 긴 총부리의 코, 오른손 위에 얹혀진 또 다른 손은 참으로 기괴하다. 전시안 같은 눈으로 누군가를 꿰뚫어 보고 있지만 시선이 곱지 않다. 진짜 마음을 감추고 있지만 코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싫어도 아닌 척, 못이기는 척 끌려가기도 하고 가짜 위로와 칭찬도 넘쳐나지만 그것에 대해 대수롭게 않게 여긴다. 아무리 페르소나로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그 진짜 속마음은 본인은 알 것이다. 피노키오의 코는 거짓말하지 못하는 속.. 2020. 11. 25.
마그리트의 <보상받은 시인>그림 읽기 그림을 보면서 무릎을 딱 쳤다. 그림에 기가막히게 떨어지는 문장이 생각났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마음속에 꽃이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한 법륜 스님의 말씀이다.의 마음속에 붉은 노을이 가득 들어 있다.본다는 것은 관심이 없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마음에도 들어오지 않는 법, 꽃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이미 내 마음속에 꽃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은 관심과 사랑이 있다는 소리다.나는 이러한 문장을 좋아한다.구구절절 미주알고주알 늘어놓는 것보다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면 충분한.이러한 문장은 통찰 없이는 쓸 수 없다. 행복하다...마그리트의 그림을 보는 것도 이 그림에 맞는 문장을 만난 것도... 2020.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