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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과 황홀 사이 달리는 차안에서 찍은 사진들이라 몽롱하다.... 노을과 황홀 사이 개와 늑대의 시간... 2021. 1. 26.
가지 않은 길 일요일 오후 4시쯤 남편과 간비오산에 올랐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돌멩이가 있던 흙길 위에 야자매트가 깔려있어서 이전보다 걷기에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걸으려니 숨쉬기가 힘들었다. 좋은 공기 마시러 산에 와서 이게 뭐하는 건가 싶어 아무도 없을 땐 마스크를 내렸다가 사람의 그림자만 보이면 얼른 올려썼다. 산중턱에서 두 갈래의 길이 나왔다. 어디로 갈 것인가?... 프로스트도 두 갈래의..길 위에서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노래하지 않았던가 다니던 길은 익숙해서 안심이고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은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인 모험의 길이다. 우리는 모험의 길을 택했다. 동네 뒷산에서 길을 잃어 조난당하는 일은 없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걷다보니 또 여러 갈래로 뻗은 길이 나왔다. 가늘고 길게 뻗은 길들이.. 2021. 1. 25.
[영화] 로맨스 조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상 옐로우 파인트리상을 수상한 는 이광국 감독의 첫 장편이다. 5년간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한 이광국 감독은 누구나 꿈꾸는 마법 같은 이야기에 대해 기존 영화 문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를 통해 보여준다. 3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스타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이감독이 도저히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자 다음 차기작을 위해 시골에 갇혀 지내게 된다. 심심풀이로 부른 다방레지에게서 우연히 '로맨스 조'의 기묘한 러브스토리를 듣게 된다. 다방에 한 아이가 '초희'라는 이름을 가진 엄마를 찾는다며 찾아오게 되고, 다방레지는 배달 간 여관에서 방을 잘못 찾는 바람에 '로맨스 조를 만나게 된다. 자살을 기도했던 로맨스 조는 다방레지에게 첫사랑 초희와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는데... 서사.. 2021. 1. 24.
겨울비 내리는 풍경속으로 모처럼 겨울비가 내렸다. 우산을 쓰고 해리단길을 걸었다.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에 가느다란 빗줄기가 선명하게 보였다. 일직선으로 빼곡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는데 어디로 가는 거지?...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하염없이 걷다가 문뜩 여기가 어디지?...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돌아갈 길을 찾을 만큼 비에 심취한다 가만히 앉아서 빗소리 듣는 것도 좋고,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비 노래 듣는 것도 좋아한다. 어릴 적 방학만 하면 할머니 집에 가서 살았다. 비오는 날 문지방에 턱을 괴고 비 내리는 마당을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 풀잎이나 흙마당에 튀어오르던 빗방울의 리듬을 온몸으로 느끼며 비와 친구가 되었다. 한번도 싫증이 나거나 귀찮아 .. 2021. 1. 23.
[책] 겨울밤 0시5분/황동규 겨울밤 0시 5분 /황동규 별을 보며 걸었다. 아파트 후문 정류장, 마을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려다 그냥 걸었다. 추위를 속에 감추려는 듯 상점들이 셔터들을 내렸다. 늦저녁에 잠깐 내리다 만 눈 지금도 흰 것 한두 깃 바람에 날리고 있다. 먼지는 잠시 잠잠해졌겠지. 얼마 만인가? 코트 여며 마음 조금 가다듬고 별을 보며 종점까지 한 정거를 걸었다. 마을버스 종점, 미니 광장 삼각형 한 변에 얼마 전까지 창밖에 가위와 칼들을 바로크 음악처럼 주렁주렁 달아놓던 철물점이 헐리고 농산물센터 '밭에 가자'가 들어섰다. 건물의 불 꺼지고 외등이 간판을 읽어준다. 건너편 변에서는 '신라명과'가 막 문을 닫고 있다. 나머지 한 변이 시작되는 곳에 막차로 오는 딸이나 남편을 기다리는 듯 흘끔흘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2021. 1. 22.
지구인 1. '생활이 지저분하여 다양한 병균을 보유하고 있어 식용으로 부적합 함' '남녀 암수가 분명하나 옷을 구분 짓지 않고, 동성애도 하고 성격이 변화무쌍 한 것이 인간이다'라고 규정한 한 여행가를 알고 있다. 그는 아주 오래전 말들의 나라 휴이넘을 다녀온 후 인간에 대해 거침없는 표현을 했다. 그래도 너무 하지 않는가? 인간은 이성과 합리성에 기대어 저들 스스로 고상하고 고등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는데…….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걸로 봐서는 여행가의 판단은 영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2. 지구인들은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의견이 분분하기 짝이 없다. 신이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것을 창조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 있는.. 2021. 1. 21.
해운대의 야경 드디어 걷기운동을 시작했다. 목디스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이시영 씨한테 받은 자극때문에 용기를 냈다. 스위트 홈에서 모든 사람을 놀래킨 등근육 때문은 아니다.(황새 따라하다간 다리 찟어질 뱁새이므로 꿈도 못 꿀 일.) 새벽에 가뿐하게 10km 뛰는 것 때문도 아니다.(백로 노는데 까마귀는 가지 말아야 할 일..) 일주일 만에 끌어올린 프로선수에 버금가는 탁구 실력 때문도 아니다(언간생심...어찌 감히...) 내가 그녀에게 자극을 받아 게으론 나를 거리로 내몬 것은 바로 그녀의 열정이다. 처음 '스위트 홈'에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성실함에 반했고... 웃기고 재밌는 틱톡 동영상과 그녀가 출연했던 예능까지 보게 되었다. 재밌고 씩씩하고 털털하고 엉뚱하고 귀엽고 먹보 매.. 2021. 1. 20.
[영화] '두만강', '댄스타운' 이란성 쌍둥이 같은 영화 삶의 조건을 구성하는 공간과 시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이제 만나러 갑니다' (약칭 이만갑) 를 본 적이 있다. 탈북과 북송으로인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한국에 정착하기까지의 눈물겨운 과정을 들려주는 탈북미녀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북한을 탈출해서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 수는 수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북한을 탈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고 있다. 그들 중 많은 이가 중국 땅에 닿기도 전에 익사나 동사, 총에 맞거나 굶주림으로 죽는다고 한다. 겨우 살아남은 자들은 중국이나 동남아 일대로 숨어들어 온갖 수난을 겪으면서도 망명을 꿈꾸며 살고 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중국 동포와 북한 동포의 연민과 갈등을 보여주는 영화 과 한국에서 새터민으로 살아가는 한 여성.. 2021. 1. 19.
바다와 고양이2 지난 일요일 해동용궁사 근처 바닷가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났다. 해동용궁사 건너편 일출봉이 있는 해안로를 따라 걷고 있는데 쌍둥이처럼 생긴 두 녀석이 우리를 보자마자 스스럼없이 촐랑촐랑 다가왔다. 꼬리를 잔뜩 치켜세우고 와서는 다리에다 얼굴을 부벼대며 냐옹냐옹거렸다. 경계심이라곤 전혀 없는 거의 개냥이 수준이었다. 딸이 마구 쓰다듬어도 가만있었다. 우리집 고양이도 이렇게까지 애교는 없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키우다가 누가 버린 건가?....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둘 다 귀끝이 조금 잘려 있었다. 중성화 수술을 한 길고양이들이었다. 혹시 배가 고파서 그런가 싶어 딸이 뭐라도 사오겠다며 아빠한테 돈을 받아들고는 왔던 길을 뒤돌아 뛰어갔다. 남편도 먹을 게 있으면 사오겠다며 원래 우리가 가려던 길로 가버.. 2021.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