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94

거제도 해국 바닷가에서 자라는 국화를 해국이라 한다. 거제도 대계리에서 만난 연보라색 해국은 가을 햇살을 듬뿍 받고 있었다. 해풍에 피고지고를 반복했는지 시든 꽃잎과 이제 막 피려는 꽃봉오리가 함께였다. 바닷가 바위틈이나 경사진 언덕 같은 곳에서 자라는 해국은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해풍에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며 생을 보내지만 꽃은 너무 곱고 우아하다. 사람이든 생물이든 다 저마다 나고자라는 자리가 있다. 천적을 피해 험난한 바위산에 둥지를 트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이렇듯 암벽 사이에 싹을 틔워 꽃을 피우는 식물도 있다. 그냥 지나치면 모를 일이다 관심이 없으면 모를 일이다 여기 좋은 시가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일단 해국을 보려면 허리를 굽히고 고.. 2020. 11. 5.
11월에 어울리는 하이쿠 한밤중 몰래벌레는 달빛 아래밤을 뚫는다 -바쇼 11월이 되면 해가 일찍 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한다.농촌에서는 밤이 길어지면 일찍 잠자리에 든다.모두가 잠든 한밤중벌레는 달빛 아래 밤을 뚫는다고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울음소리로 밤을 뚫는 건새벽을 바라는 마음에서일까?얼마 남지 않은 생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일까?아, 모르겠다...벌레들만이 알 일이지.아니 시인은 알고 있었을테지그 비밀을 폭로하기 전 한밤중까지 잠 못 이루며 집밖으로 귀를 열어두었을테지.세상의 모든 사물과 내통하는 자,시인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혼자 자다가눈떠져 깨어 있는 서리 내린 밤 -지요니 24절기 중 열여덟 번째 절기인 상강이 되면 밤 기온은 서리가 내릴 정도로 매우 낮아져서 춥다.겨울잠 자는 벌레는 모두 땅에 숨고 사람들은 움츠.. 2020. 11. 4.
박지선 씨 사망 소식을 듣다 깜짝 놀랐다. 포털 사이트 검색 1위에 박지선 씨와 모친의 사망 소식이 올라와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사람의 죽음이라 그런지 순간 멍해졌다. 평소에 얼마나 밝고 씩씩했는데...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어머니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사람의 일은 참으로 모를 일인가보다. 낮이 짧으면 밤이 길듯이 키가 크면 그림자가 길듯이 남한테 자신을 드러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견뎌야 할 고충과 개인적인 이유, 그게 뭐든 지병이든, 경제적 고난이든 도저히 탈출구를 찾지 못했기에 자신을 놓아버린 게 아닐까...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 힘으로 살아라 죽을 힘을 다해 살아보라고 하는데 그건 그래도 살고자 하는 사람한테 위로나 용기.. 2020. 11. 3.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감독 ㅣ 안토니오 캄포스 주요 출연진 ㅣ 아빈 역( 톰 홀랜드), 윌라드 역(빌 스카스가드), 샌디 역(라일리 키오) 칼 역(제이슨 클락) 프레스턴 목사 역 (로버트 패틴슨) 는 도널드 레이 폴록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50대 중반에 쓴 첫 장편소설로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았는데 영화에서는 직접 나레이션을 맡았다. 미국 어느 시골의 작은 마을, 전쟁터에서 막 돌아온 윌라드가 있다. 가족들은 윌라드가 교회에 가길 원하지만 가지 않는다. 전쟁에서 무수한 죽음을 목격한 그는 신에게 기도하는 것에 의미를 잃어버렸다. 윌라드가 기도를 시작한 건 아내가 아프면서다. 집 근처에다 십자가를 세우고 병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살려달라고 기도한다. 윌라드는 아들 아빈이 좋아하던 개를 제물로 바치면서까지 기.. 2020. 11. 2.
그대들의 잔치... 간밤 파티가 끝나고 버려진 꼬깔모자 그대들의 머리위에서 빛나던 왕관인데.. 이렇게 버려져도 괜찮은가? 빛나던 노래는 이미 사라졌고 인생의 또 다른 달콤함을 찾아 떠난, 그대들이 머물렀던 자리에 남는 이 쓸쓸함은 뭔지 나는 그저 슬프다. 2020. 11. 1.
[책] 몬스터 콜스 시본 도우드,패트릭 네스 (지은이),짐 케이 (그림),홍한별 (옮긴이)웅진주니어2012-03-05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샀다. 거실 벽면이 책으로 꽉 차 있어서 더는 책을 사지말자고 결심했는데영화의 원작이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역시 잘 된 건 뭔가가 있다!한 마디로 영화와 책 모두 좋았다. 영화는 책이 구현할 수 없는 몬스터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공포와파괴성을 극대화했고, 책은 내면의 몬스터를 형상화하여 상상하게 하고 내 안의 잠재된 것을 돌아보게 하였다. 는 영국의 대표적 청소년 소설 작가 두 명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책이다. 두 사람 다 카네기 메달 작가로 시본 도우드가 작품을 구상해놓았던 것을, 패트릭 네스가 완성한 작품이다.패트릭 네스는 그건 마치 이어달리기에서 바통을 받은 기분이었다.. 2020. 10. 31.
르네 마그리트 <연인들> 을 읽다 답답한 연인들... 얼굴에 뒤덮인 하얀색 천을 걷어주고 싶다. 불투명한 미래...불투명한 관계, 불투명한 소통, 불투명한 오해와 질투, 뭣하나 분명한 게 없나보다. 서로를 원하나 온전하지 않고 키스를 하고 있으나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없나보다. 하얀천은 자꾸 입속으로 감겨들고 갈망하는 호흡은 가빠지고...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현실과 직면하고 있다. 저들을 가로막는 문제가 무얼까?.... 서로의 민낯을 마주할 수 없는데는 분명 어떤 상황이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는 연인들 서로를 원하지만 자꾸 어긋나는 연인들 갈망하지만 그게 해소가 되지 않는 연인들 마음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는 연인들 거짓된 사랑을 하는 연인들 숨어서 몰래 만나야 하는 연인들 있어도 존재하지 않는 연인들 코로나 .. 2020. 10. 30.
빵구 씨의 또 다른 가족 집을 나갔던 빵구 씨를 길에서 발견했다. 멀리서도 빵구 씨임을 알아보고 드디어 그가 집으로 돌아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집 앞에 나타나 울던 전생의 아내인 흰고양이 아내와 자식들을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빵구 씨의 기막힌 사연을 그의 아내로부터 들었던 터라 직감적으로 전생의 아내와 자식들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남의 가정사에 이러쿵 저러쿵 할 마음은 없지만 조금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쩌자고...전생의 아내와 자식들을 데리고 나타난 건지... 남자들은 가끔 앞 뒤 안 재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기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전생의 아내와 자식들은 빵구 씨와 똑 같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흩어지면 죽을 것 같은 결의까지 보였다. 하긴 여기까지 따라나선 건 보통 결심이 서지 .. 2020. 10. 29.
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 2018년에 방영된 tvN 16부작 수목드라마 를 넷플릭스에서 3일에 걸쳐 정주행했다. 평소에 드라마를 아예 보지 않는데 파울로 코엘료가 하도 극찬을 하길래 호기심이 발동했다. 전에도 BTS를 극찬했었고 아무튼 최고를 알아보는 식견을 믿고 시작했다. 휴~ 16부작... 내 취향도 참...책이든 드라마든 시리즈는 그냥 안 본다. 시간 맞춰 기다려야하고 아무튼 길게 말하는 거 나하고 안 맞다. 드라마는 단막극 선호하고 책은 단행본 위주로만 보게 된다. 남들 다 읽었다는(?) 박경리의 토지나 조정래의 태백산맥, 최명희의 혼불도 나는 안 읽었다. 소설보다 시를 좋아하는 것도 구구절절 시시콜콜 주저리주저리 늘어지는 것에 별 매력을 못 느껴서일 것이다. 나도 안다. 별 시덥잖은 이유라는 것을... 는 나의 이러한 .. 2020.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