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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

행복에 대한 놀라운 발견

by 나?꽃도둑 2021.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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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오동도 동백꽃

 

행복은 필수불가결한 삶의 조건 중 하나다. 삶에서 행복이 빠져버린다면 삶의 가치와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물론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명예나 권력, 재산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보다는 사람들과의 폭넒은 관계나 여행, 수집 , 가족애, 취미, 자아실현 등 여러 이유들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과연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아무리 행복에 대해 주관적 판단이 우선된다고 해도 객관적이거나 규범적인 행복에의 판단은 사적인 영역에 개입할 수 없는 걸까?...
행복에의 기준과 그에 따른 만족도는 지극히 사적이라고 여긴 나는 행복에 대한 의구심이 속시원히 해결되지는 않았었다.  행복한 삶에 대한 추구는 가족, 집단 사회 관계망과도 얽혀 있어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OECD에서 각국의 생활환경과 삶의 질을 측정해 행복지수 순위를 발표하곤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경제발전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부산시청 뜰

 


내 주변만 둘러봐도 그렇다. 가진 게 많음에도 불행한 사람을 보면 왜 그럴까 나라면 그 정도의 재산과 권력이라면 행복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역시 이 기준은 나의 판단기준일 뿐 당사자의 기준은 아닐 것이다.

며칠 전 연세대 철학과 김형석 명예교수의 행복에 대한 인터뷰(중앙일보)를 보게 되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왜 행복하지 않는가에 대한 단순하지만 명확한 답변에서 내가 의구심을 가졌던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올해 102세가 된 김형석 교수는 절대 행복해지지 않는 두 부류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로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과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들이라고 밝혔다.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물질적 가치만 쫓는데 그것은 기본적으로 소유욕이라고 하였다. 소유욕은 욕망과도 관련이 있어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속에서 만족할 줄 모르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이기주의자는 인격을 못 가진다고 지적했다. 인격은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선한 가치이므로 인격의 크기가 자기 그릇의 크기이므로 그 크기 만큼의 행복이 담긴다고 하였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행복에 대한 관용구는 잠시 잊기로 했다. 
행복에 관한 유명한 작품인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에서 행복이나 소중한 것은 언제나 평범한 것들이며,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가까이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너무나 뻔한 교훈이지 않는가.. 행복에 대해선 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 여긴 나는 행복에 대해 굳이 알려고 책을 찾아 탐독한 적이 없다. 마이크 센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었을 때도 돈과의 교환가치를 가지지 않는 것들을 행복과 연결짓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102세가 된 김형석 교수의 말에서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하게 된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행복에 대한 기본적인 설정.

바로 삶에서 행복을 빼 버린다면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 같은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전에는 각자의 기준 대로 충족하고 살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가진 게 아무리 많아도 행복하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긍정적이고 만족하는 삶의 태도 없이는 삶이 풍요로워지기는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수 오동도 동백

 

1세기를 살아낸 김교수의 통찰은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해주었다. 각자의 기준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행복에 대한 기본 설정과 태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알기 전에 이미 나는 행복에 대해 느끼고 있었으므로 완전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의 틀이 조금만 바뀌어도 인식은 새로워질 수 있다. 행복에 대한 놀라운 발견은 나의 발견이기도 하다.

 

 

 

 

flower-thief20.tistory.com/71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숲을 볼 것인가, 아니면 나무를 볼 것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한.미.영 동시 출간되는 마이클 샌델의 2012년

flower-thief20.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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