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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함양의 이곳저곳

해운대 해리단길

by 나?꽃도둑 2020.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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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복잡해지는 해운대를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살고 있다.

18년을 산 신도시 좌동에서 바로 옆 동네인 우동으로 이사온 지 4년이 되어간다.

함께 했던 반려견 하루를 보낸지 2년이 넘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시간은 너무나 빠르고 세상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해운대는 더 심하다.

매일 업데이트 되는 세상을 나는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은데... 세상 너희들은 왜 자꾸 변하는 거니?...

 

없던 자리에 불쑥 솟아오른 고층빌딩과 낡은 건물이 리모델링 되어 근사한 카페로 변신하고

거리가 정비되고 새로운 건물이 늘어선 자리엔 사람들이 북적이곤 한다.

온통 낯섦 투성이다. 마치 여행자처럼 신기하게 기웃거리게 되고 

분명하게 무엇을 하는 가게인지 몰라 그 앞에서 갸웃거리기도 한다.

 

 

 

 

 

 

해리단길은 관광지로 갑자기 유명세를 탔다. 해운대구청에서 조성한 '문화와 감성이 어우러진 해리단길'은

2019년 지역골목활성화 우수사례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최고 골목으로 선정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해리단길은 원래 기찻길 뒷편 해운대 토박이들이 살던 낙후된 곳이었다.

동해남부선 철도가 폐선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 해운대역 뒷편 골목에 한 집 두 집

카페나, 식당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카페와 식당들이 구석구석 즐비한 골목이 되었다.

해리단길에 사람들이 제법 찾기 시작할 무렵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버린 것이다.

거리에 그 많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가게를 열어 시작하려던 사람들과 취직한 사람들의 꿈이 어이없이 좌절되었다.

 

 

 

 

 

빠르게 변하던 해리단길의 낯섦과 코로나19 사태로 일어난 또 다른 낯섦을 나는 매일 경험하고 있다.

그 와중에 변하지 않은 몇 가지가 있다는게 가끔 위안이 되곤 한다.

해운대역사와 오래된 나무들

철도가 있던 길가 숲에 사는 고양이들이다.

 

 

 

나는 급변하는 것에 적응을 더디게 하는 편이다. 익숙하거나 친숙한 것들이 좋다.

아날로그 감성이라 어쩔 수 없다.

세련되고 잘 정돈된 거리를 걷는 것보다

허름하지만 정감 있는 오래된 골목길을 더 좋아한다.

도시의 길을 걷는 것보다 

시골길과 숲속에 난 오솔길을 걸을 때 더 행복하다.

 

사람도 새로운 사람보다 오래도록 알고 지내던 사람이 더 좋고

건물도 길도 물건도 마찬가지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이 좋다.

 

오랜 시간이 주어지면 거기에는 이야기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시간이 깊어지고

삶이 깊어지고

생각이 깊어지고

사연이 깊어진다

 

바람에 다 낡고 허름해져도

난 그 바람을 탓할 생각이 없다...

 

 

 

 

 

여행자의 눈에는 허름한 계단도 예술의 공간이 되곤 한다. 이 계단 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는지 모른다

 

 

 

 

해리단길 맛집 라멘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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