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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함양의 이곳저곳

서암정사의 봄날

by 나?꽃도둑 2022.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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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정사 올라가는 길

 

서암정사 가는 돌계단 입구

 

아, 눈부셔!


함양군 마천면에 위치한 서암정사는 멀리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고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유명한

칠선계곡을 마주하고 있다. 그야말로 천혜의 절경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사찰을 보아왔지만 입구에서부터 온통 마음을 빼앗거버린 것은 서암정사가 처음이었다.
계절탓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고요한 산사에 발을 들인 순간 온 세상이 꽃으로 환해지는 열락에 들었으니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봄날이었다.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두루 갖춘 서암정사는 단번에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고 숨바꼭질하듯

지리산에 펼쳐진 화엄의 세계로 나를 서서히 끌어들였다.

 


마치 꽃에 정신이 팔려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마주한 꿈결 같은 곳, 돌기둥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돌담길을 따라 길을 안내하는 등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석굴을 지나니

대웅전의 중층의 겹처마 끝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 가볍고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오죽 사이로 보이는 대웅전 뜰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어화둥둥 내사랑은 미운 데가 어디있을까...
마치 첫 눈에 반한 것처럼 고즈넉한 풍경에 무심히 들어앉은 산사와 풍경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너무 쉽게 사랑에 빠져들었다.

고목옆에 하얗게 핀 옥매화

 

 

 

석굴법당으로 올라가는 길

 

 

대웅전 뒤로 돌계단을 조금 오르니 서암정사에서 가장 유명한 극락전 석굴법당이 있었다.

둥근 언덕처럼 보이는 곳에 꽃들이 피어 있었고 붉은 단풍나무 네 그루가 참배객을 맞았다.

그 아래 작고 하얀 문으로 들어서자 부처님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온화한 미소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촛불에 일렁이는 거대한 암벽 전체에는 아미타불 부처와 보살들,10대 제자, 신장단이 빼곡히 조각되어 있었다. 

바윗굴 속에 법당이 있는 것은 여러 번 봤지만 굴이 협소하거나 그 깊이가 앝아 소박했었다.

하지만 서암정사의 석굴법당은 입구는 좁았지만 법당내부는 많은 사람이 들어가도 될 만큼 넓고 웅장했다.

 

천연거암에 새겨진 부처들

 

 

석굴법당을 나와 돌계단을 한참 올랐다.

대나무 숲과 아름드리 나무 숲 가운데 또 하나의 놀라운 장소가 있었다.

거대한 천연 바위에 새겨진 사천왕상과 부처상, 글자가 새겨진 비석들이었다. 

더위와 추위, 비와 바람에 시달렸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석불이었다.

이런 장소에 머물다 보면 경건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부처님의 광대한 진리 앞에 몸을 낮추고 수행과정을 묵묵히 견뎌내는 승려들과 불자들,

바위를 갈고 쪼아내서 부처를 조각해낸 석수 장인들의 노고가 한땀 한땀 서려있는 곳이 아니던가,

저절로 고개를 숙이고 합장을 하고 돌아서 나왔다.

 

서암정사에서 유명한 황목련. 일반 목련과 달리 잎이 먼저 나고 5~6월에 만개함

 

아름다운 봄날, 함양군 마천면에 위치한 서암정사에서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삶이 온통 봄날 같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헛된 공상마저도 달콤해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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