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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이곳저곳

부산 '해동용궁사'

by 나?꽃도둑 2021. 1. 17.

 

 

 

 

며칠 전 가족끼리 송정옛길을 걷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 7시에 출발하기로 해놓고선 눈을 뜨니 7시가 넘었다.  베란다 창문을 열었는데 바람도 불고 제법 추웠다. 저절로 움츠려드는 몸과 마음. 조금만 더 있다가 출발하자 싶어 미기적미기적 창밖을 봤다가 시계를 봤다가 하면서 토스트를 준비했다.

결국 8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딸은 추워서 걷기 싫다고 그냥 드라이브만 하면 안되냐고 은근히 투정을 부렸다. 그래서 일단 따뜻한 커피부터 마시기로 했다. 내친김에 송정까지 달렸다. 송정옛길은 해운대와 송정을 잇는 길이어서 송정에서 해운대로 넘어가도 상관 없는 코스였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송정옛길을 포기했다. 걷기에 멀다는 것과 산길을 걷기에는 춥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딸의 한마디 "뭐 볼 거 있나?"가 결정적이었다. 그래서 남편이 제안했다. "해동용궁사는 어때?" 오케이 만장일치로 용궁사로 향했다. (애들은 뭐 볼 거 있어야 좋아하지...그래)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절 해동용궁사는 부산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해안가 절벽에 있는 사찰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고려말의 선승인 혜근 선사가 가뭄이 들자 선몽에 따라 이곳에 보문사를 짓고 기도하였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때 전부 불에 타 소실되었다가 .1974년 이 절의 주지인 정암스님이 관음도량으로 복원할 것을 발원하고 백일기도를 하였는데 꿈에서 흰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것을 보았다 하여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해동용궁사 입구에 들어서자 같은 관복을 입은 열 두 동물의 얼굴을 한 십이지상이 나타났다. 육십갑자 십이지상은 중국에서 기원한 것으로 , 고대 능묘의 호석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벽화나 부조 형태의 십이지상은 다른 사찰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나 석상 형태로 봉안한 것은 해동용궁사 한 곳뿐이라고 한다.

 

 

춘원 이광수의 시비를 지나 해동용궁사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니 석굴이 나타난다.

'터널을 지나니 설국이었다.'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유명한 문장을 이곳에서 떠올린 건 뜻밖의 놀랍거나 새로운 세상을 만났을 때의 감탄사와 같은 거였다. 석굴을 지나니 용궁사로 내려가는 108계단으로 이어지고 그 너머 넘실대는 푸른바다와 용궁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용문석굴은 거북이가 토끼를 속여 데리고 온 바닷속 궁궐인 용궁으로 가는 입구처럼 보였다. 다 드러내지 않고 태곳적 신비를 가지고 있는 해동용궁사는 해안가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다.

 

 

 

 

토막 상식!

 

해동용궁사는 대개의 사찰이 산중 깊숙이 있는 것과는 달리 발아래 바닷물이 보이는 수상 법당(水上法堂)이다. 우리나라의 관음 신앙이 주로 해안이나 섬에 형성되어 있는데,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의 낙산사,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의 보리암,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해동용궁사 이 세 절이 한국의 3대 관음 성지이다. 특히 해동용궁사는 바다와 용과 관음 대불이 조화를 이루어 그 어느 곳보다도 깊은 신앙심을 자아내게 한다.-출처 부산역사문화대전

 

 

해가 들지 않은 해동용궁사의 아침 풍경

 

 

아직 해가 들지 않은 해동용궁사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고요했다. 사람들의 발길도 뜸했다.

어스름한 빛에 둘러싸인 석탑과 등탑의 실루엣이 아름다웠다. 마치 어둠과 빛의 경계를 지우는 것처럼 서서히 그 둘은 섞이어 가고 있었다.

먼 바다로부터 건너오는 해는 해동용궁사 발밑에 겨우 도착하여 그늘을 조금씩 걷어냈다.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바람은 잠잠해졌고 햇살은 더 넓게 퍼져 포근해졌다.

 

 

 

색바랜 단청에서 오랜된 절의 위용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어울리지 않는 슬픈 현수막...
귀여운 동자승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음

 

 

드디어 잠에서 깨어났는지 '해동용궁사'가 그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냈다. 색바랜 대웅전의 단청과 섬세하고 아름다운 꽃문살로 햇빛이 파고들었다. 오래된 소나무 아래 바위 틈에는 귀여운 동자승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도를 하고 있거나 기원을 적은 문구를 들고 있었다. 

붉은 여의주를 움켜쥔 용은 먼 바다를 바라보며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여의주는 예지, 해탈, 우주의 영적 본질 등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이 여의주를 얻으면 온갖 조화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한다. 잠시 갈등했다. 여의주를 빼앗아 온갖 조화를 부리며 살아볼까나?.... 하지만 너무 높아서 사다리를 딛고 올라서야 할 것 같아서 단념했다. 그래 용의 것은 용의 것으로!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내는 순간 탈 난다는 것을 명심하자.

 

 

 

 

여의주를 단념하고 고개를 돌린 순간 나를 보고 활짝 웃고 계신 분이 있었다. 뉘신지.... 

달마대사? 혹시 모르고 불룩한 배를 쓰다듬었던 아들을 낳게 해준다는 득남불인 미륵불이신지?....

뉘신지 이름이라도 알려주시면 좋으련만... 내 속을 휜히 꿰뚫어 보는 저 눈빛 때문에 얼른 그곳을 나와버렸다.

 

 

 

거북이를 따라 갔다가 다시 간을 가져오겠다고 육지로 돌아온 뒤 정신없이 잠에 빠져든 토끼처럼 집에 와서 낮잠을 무려 4시간이나 정신없이 잤다. 아무튼 해동용궁사는 특별한 자극을 주는 곳이다.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장소로 

한 번쯤 다녀오면 좋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여의주를 손에 넣게 될지...득남불을 만지고 아들을 낳게 될지...

 

www.yongkungsa.or.kr/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주차장, 교통편, 주변시설, 갤러리, 참배안내 등)

 

해동용궁사

 

www.yongkung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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