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곳
마음 닿는 곳마다
올해의 첫 벚꽃
-오토쿠니
파란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벚꽃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그림이 있었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꽃이었다.
건물을 오려내면 파란하늘과 꽃만 남을 것이다. 이미지가 너무 닮은 풍경이다.
보통 남쪽 지방의 벚꽃 개화시기는 3월 중순쯤인데 벌써 벚꽃이 피다니 무슨 일일까?...
봄이 되어도 벚꽃이 피고 진 것도 모른 채 봄을 보낸 적도 있고
벚꽃이 언제 피나하고 기다리며 봄을 맞은 적도 있다.
그런데 올해는 느닷없이 벚꽃이 피었다. 너무 때 이른 개화 앞에 어리둥절하다.
올해의 첫 벚꽃이다.
보이는 곳 마음 닿는 곳마다 기다리지 않아도 느닷없이 핀 벚꽃 때문에 기다리는 설레임보다 앞선 건 어리둥절이다.
피어도 너무 많이 피었다.
왜 그랬니?.. 꽃샘 추위에 질까 걱정된다...
바라보느라
고개가 뻐근하다
꽃이 필 때면
-소인
피기만 해도
바라보기만 해도
꽃 지기만 해도
-오니쓰라
노란 꽃망울 터트린 산수유를 바라보느라 진짜 고개가 뻐근하다.
봄을 알리는 건 봄에 피는 꽃만한 게 없는 것 같다. 잎보다 먼저 나와 마른 가지를 부풀게 한다.
피기만 해도 바라보기만 해도 지기만 해도 기쁘면서도 슬퍼지는 게 꽃이다.
우리의 운명과 같아서,,,,
이름 몰라도
모든 풀마다 꽃들
애틋하여라
-산푸
나태주 시인은 '풀꽃'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산푸는 애틋하다고 노래하고 있다. 풀꽃은 대부분 작고 앙증맞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편이다. 자세히 보아야 그 생김새를 알 수 있다.
시인은 작고 하찮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들에까지 애정과 관심을 가진다.
생명에 대한 찬사이자 경외심이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한 존중이다.
그래서 꾸미지 않은 이런 소박한 시에 마음이 깨끗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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