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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내 맘대로 읽기

12월에 읽는 하이쿠 (2021)

by 나?꽃도둑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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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법기수원지의 아름드리 반송들

 

고요함이여

호수의 밑바닥

구름의 봉우리

 

-잇사

 

겨울 풍경 속을 걷는다.

바람은 차고 공기는 맑다.

가볍게 부는 바람에는 제 몸을 일렁이지 않는 호수는

물의 무늬 만으로 가장자리까지 꽉 채운다.

고요하다.

호수의 밑바닥까지도 고요한지

산도 하늘의 구름도 온전히 담아낸다.

 

내 마음도 

겨울의 호수 같이 고요했으면 좋겠다.

어떤 일렁임도 의심도, 계산도 없이

모든 것을 온전히 그대로 다 담아내면 좋겠다.

 

 

 

겨울의 물

나뭇가지 하나의 그림자도

속이지 않고

 

-구사타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물속이나 산의 높이는 끝이 있어 잴 수가 있지만 사람의 속은 형체도 없고 정함이 없으니

그 속을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언제는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 놓고 풍덩 빠져보지만

금세 얕아진 그 마음에 다치기도 하고 상처 입기도 한다.

그나마 믿고 마음 속을 들락거리고 그 속에 나를 던져보기도 하지만

그 믿음이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겨울의 물처럼 나뭇가지 하나의 그림자도 속이지 않고 다 받아주는...

마음놓고 다 드러내는...

그런 사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불가능한 것인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림자를 받아주는 겨울의 물과

속이지 않고 드러내는... 그런

사이를 언제나 꿈꾼다.

 

산등성이는 이제 막 넘어가는 해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있다

 

해를 들이마시다 

 

  -산토카

 

며칠 전 산에서 만난 어미고양이와 새끼 고양이의 안부가 몹시 궁금한 겨울밤...

 

자, 그럼 안녕

눈 구경하러

넘어지는 곳까지

 

-바쇼

 

며칠 전 산에서 만난 고양이들이

눈 구경하러 떠났는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넘어지는 곳까지 갔으려나?,...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자꾸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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