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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이여
호수의 밑바닥
구름의 봉우리
-잇사
겨울 풍경 속을 걷는다.
바람은 차고 공기는 맑다.
가볍게 부는 바람에는 제 몸을 일렁이지 않는 호수는
물의 무늬 만으로 가장자리까지 꽉 채운다.
고요하다.
호수의 밑바닥까지도 고요한지
산도 하늘의 구름도 온전히 담아낸다.
내 마음도
겨울의 호수 같이 고요했으면 좋겠다.
어떤 일렁임도 의심도, 계산도 없이
모든 것을 온전히 그대로 다 담아내면 좋겠다.
겨울의 물
나뭇가지 하나의 그림자도
속이지 않고
-구사타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물속이나 산의 높이는 끝이 있어 잴 수가 있지만 사람의 속은 형체도 없고 정함이 없으니
그 속을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언제는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 놓고 풍덩 빠져보지만
금세 얕아진 그 마음에 다치기도 하고 상처 입기도 한다.
그나마 믿고 마음 속을 들락거리고 그 속에 나를 던져보기도 하지만
그 믿음이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겨울의 물처럼 나뭇가지 하나의 그림자도 속이지 않고 다 받아주는...
마음놓고 다 드러내는...
그런 사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불가능한 것인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림자를 받아주는 겨울의 물과
속이지 않고 드러내는... 그런
사이를 언제나 꿈꾼다.
해를 들이마시다
-산토카
자, 그럼 안녕
눈 구경하러
넘어지는 곳까지
-바쇼
며칠 전 산에서 만난 고양이들이
눈 구경하러 떠났는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넘어지는 곳까지 갔으려나?,...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자꾸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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