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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시3

겨울밤에 읽는 하이쿠(24.1월) 길고 긴 한 줄기 강 눈 덮인 들판 - 본초 강둑을 따라 걸었다. 강가 억새의 흐느낌을 다 받아주는 듯 겨울강은 제 가슴을 열고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긴 강줄기를 따라 들판은 차라리 하얀 눈으로 덮여 있으면 좋으련만 알 수 없는 슬픔으로 일렁였다. ...너에 대한 마음에서 언제쯤 놓여날까?... 언제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떤 말은 말이 되지 못해 눈물이 된다고 했던가... 터져 나오려는 말들과 뱉어낼 수 없는 말들이 엉키어 꺼억꺼억 소리만 토해내었다. 그렇게 가슴 속에는 소화되지 못한 말들이 심장을 후벼팠다. 그랬다... 한 번도 감춰두었던 감정을 쏟아낸 적이 없었다. 그저 눌러두고 잠재우기 바빴다. 도망가고 회피하는 게 최선임을 알았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살았다... 2024. 1. 15.
겨울밤에 읽는 하이쿠(22.1월) 눈에 부러진 가지 눈 녹여 물 끓이는 가마솥 아래 -부손 부산엔 눈이 잘 오지 않는다. 눈을 본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어릴 적 강원도에서 자란 나는 지겹도록 눈과 뒹굴며 살았다. 게다가 방학만 되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어김없이 우리를 데리러 오셨다.경상북도 봉화군 봉성읍 남면.... 도로가 없어 십 리나 되는 길을 걸어야 나오는 오지 마을엔자주 눈이 내렸다. 하얗고 탐스런 함박눈이 하늘에서 펑펑 쏟아지곤 했었다.아침에 일어나 보면 밤새 내린 눈에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처마끝에는 며칠 째 녹지 않은 고드름이 달려 있고우물은 얼어 물을 구하지 못할 때,할아버지는 커다란 가마솥에 눈을 퍼 담고는 불을 지폈다. 지금 가만히 떠올려 보면 시골의 겨울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눈의 .. 2022. 1. 10.
[책] 겨울밤 0시5분/황동규 겨울밤 0시 5분 /황동규 별을 보며 걸었다. 아파트 후문 정류장, 마을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려다 그냥 걸었다. 추위를 속에 감추려는 듯 상점들이 셔터들을 내렸다. 늦저녁에 잠깐 내리다 만 눈 지금도 흰 것 한두 깃 바람에 날리고 있다. 먼지는 잠시 잠잠해졌겠지. 얼마 만인가? 코트 여며 마음 조금 가다듬고 별을 보며 종점까지 한 정거를 걸었다. 마을버스 종점, 미니 광장 삼각형 한 변에 얼마 전까지 창밖에 가위와 칼들을 바로크 음악처럼 주렁주렁 달아놓던 철물점이 헐리고 농산물센터 '밭에 가자'가 들어섰다. 건물의 불 꺼지고 외등이 간판을 읽어준다. 건너편 변에서는 '신라명과'가 막 문을 닫고 있다. 나머지 한 변이 시작되는 곳에 막차로 오는 딸이나 남편을 기다리는 듯 흘끔흘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2021.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