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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내 맘대로 읽기

바다와 고양이

by 나?꽃도둑 202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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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거제도 대계리 마을 갯바위에서 태어난지 두 달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 고양이를 만났다.

어쩌다 험난한 갯바위까지 왔는지 알 수 없으나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듯 했다.

낚시꾼 근처에 가만히 엎드려 있거나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매우 익숙해 보였다.

이 아이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고양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저 아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하고 궁금해졌다.

코끝에 감기는 비릿한 바다내음과

일렁이는 물결과 수면에 부서지는 눈부신 햇빛을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도하고 의연하고 신중한!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은 자유로운 삶,

하지만 모든 걸 스스로 해내야 하는 고단한 삶,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위에서 

고양이는,

또 그걸 오래 바라보는 나는,

삶은 그런 거라고 수고로움을 알고 있다고 서로를 다독였다.

 

바다를 한참 바라보던 고양이는 풀쩍 뛰어내려 그늘이 있는 곳에 배를 깔고 앉았다.

배가 고픈 건 아닌지 죽은지 얼마되지 않은 물고기를 던져 주었다.

큼큼 냄새를 맡더니 아내 고개를 돌려버리고 자리를 옮겨 앉았다.

고양이는 영물이라고 했다. 배가 고파도 먹을 거 안 먹을 걸 구분한다고 했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매한가지였다.

입맛에 맞지 않아 먹지 않아도 어차피 날생선으로 끼니를 해결할 것이다. 

고양이에게 날생선은 기생충 감염, 식중독, 히스타민 중독 등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인간이나 고양이나 밥벌이의 지겨움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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