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
-잇사
우리는 인생을 계절에 비유하기도 한다.
태어남과 모든 것이 튀어오르는 성장의 봄을 만나
청춘과 삶의 절정인 여름이 지나면
삶을 관조할 줄 알게 되는 가을을 맞게 된다.
눈치 챌 겨를도 없이 어느새
싱싱하던 나뭇잎이 시들어가고
삶에도 생기를 잃어가게 된다. 하지만 깊어진다.
비로소 나와 주위를 둘러보게 되면서
세상 모든 만물에 생성과 소멸이 있음을 알게 되고
애잔한 마음을 품게 된다.
시인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이 가을 저녁에 온 몸으로 씌여진 싯구이기에 더욱 더 절절하게 와 닿는다.
왜 그런 표현을 했을까?...
스산해진 가을 저녁에 귀밝고 마음이 환해진 시인은
여름 한철을 살다간 모든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한 시절 함께 살았지만 이제는 가고 없는
지상의 모든 것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숙연해지지 않았을까?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고 했다.
그 만큼 생각도 깊어지고 삶도 깊어지게 마련이다.
단 세줄의 시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좋게 보려고 해도
역시 추운
그림자
-잇사
가을 바람에 한쪽 방향으로 누운 억새는 마치 살 발린 생선 뼈 같다.
그 사이로 바람이 지나고
서늘한 저녁 하늘이 들어 앉았다.
좋게 보려고 해도
역시 추운 그림자다...
온기가 없는...

남은 생
얼마만큼인가
밤을 짧고
-시키
남은 생이 얼마만큼인지...
얼마나 살아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은 살아온 날 보다 살 날이 많이 남지 않은 사람에게
절실하게 와 닿는 문제일 것이다.
차라리 밤이라도 길어라~
내가 살아야 할 하루가 사라지진 않을테니...
몸이 아팠던 시키는 별로 할 게 없었던 밤의 시간조차도
소중했을 것이다.
밤이라도 길게 늘이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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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짧은 문장에 담긴 사색이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까요. 가슴 속, 말로 하기 어려웠던 그 감정을 하이쿠가 풀어주는 듯 합니다. 혹시 알고 계시는 다른 하이쿠들도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답글
그럼요~^^ 계속 올릴 거예요.
여기에 올린 하이쿠도 여러 편 되는걸요..
함 찾아서 읽어보세욤~^^
생각이 깊어지네요. 부모님도 생각이나고... 저도 언젠가는...
답글
뒷 말이 궁금하네요....언젠가는 인생의 가을을 맞는다는 말인가요?...아니면 하이쿠를 쓰겠다는 말인가요?.,.ㅋ
잇사 시키가 멋쟁이네요*_* 가을밤 둘을 훔쳐온 꽃도둑님도~
답글
설마 희진 님 욱하신 건 아니죠?
잇사 시키가 이 눔의 시키! 하는 거 처럼 들려요^^
인생의 가을요 ㅎㅎ
답글
제가 작년쯤 문득 내 인생의 가을쯤에 온 걸까 했더니 친구가 아직 쨍쨍한 여름이야 라고 해서 힘을 얻는적이 있어요. 포스팅의 글을 보며 다시 한번 인생과 사계절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
답글
인생을 사계절에 빚댄 건 기막힌 비유죠~^^
물리적 계절은 어쩔 수 없지만 심리적 계절은 늘 봄과 여름처럼 살아요 우리~~^^
프랑스의 한 교수는 이 하이쿠가 우울증 ,심리치료에도 상당히 좋다고 발표한적이 어렴풋 기억나요..지난번 하이쿠도 잘 읽었는데..이번건 무르익는 가을에,,,,제게 질문을 하게 되네요..남은생....???
답글
하이쿠는 인생의 깊은 통찰이 있어요
짧고 쉽게 씌여졌다고 우습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깊이와 무게가 느껴지죠...하지만 걍 보면 그냥 걍 보면^^
초등학생이 쓴 세줄짜리 시인가 하죠...
살 발린 생선뼈에서 잠시 웃고 갑니다.
꽃도둑님 글 보고 예전에 읽었던 하이쿠집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답글
웃었다니 다행입니다~^^
가을엔 시죠....
읽고 감상평 올려주세요~~
사진도 글도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네요..저도 제 인생 늦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가을을 잘 준비하고 싶어집니다
답글
인생의 늦여름....저도 그래요...^^
일 년 중 가을을 제일 좋아해요^^
사색과 독서의 계절. 하늘까지 높고 투명하고...
사계절 다 의미있지만 지금이 가을이라서 너무 행복합니다^^
답글
저는 봄을 가장 좋아하는데..연꽃의 집님은 가을을 제일 좋아하시군요...
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을을 탔어요..
이제 좀 무뎌졌지만요...^^
사진이 너무 예쁘네요~~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이제 시작한 저의 블로그에도 놀러오세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