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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22 는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공포 스릴러 영화다. 이 이야기는 네브래스카 주에서 살았던 농부 윌프레드(토마스 제인)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1922년 농부인 윌프레드(토마스 제인)는 장인으로부터 상속받은 땅에 농사를 지을 생각에 잔뜩 부풀어 있다. 하지만 아내 알렛(몰리 파커)은 땅을 팔아 도시로 나가 양장점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끝내 두 사람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며 헨리를 데리고 도시로 가겠다고 맞선다. 한편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헨리는 여자친구와 한참 열애중이다. 부모가 이혼하면 여자친구와 헤어질 판이다. 결국 아버지는 떠나고 싶지 않은 아들을 설득해 아내를 죽이기로 모의한다. 땅을 팔자고 축배를 들고 아내를 안심시킨 그날 밤, 비정한 아버지와 아들은 아내이자 엄마.. 2020. 9. 19.
흰여울마을 묘박지 묘박지 영도 흰여울마을 앞바다에배들이 허리띠를 풀고 누웠다 멀리 남항대교를 바라보며 밤이면 바람에 쓸려온 별을 덮고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소리에 몸을 적신다 2020. 9. 18.
계절을 느끼는 삶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득한 바람이 분다. 가을이 깊어지기 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게 아침저녁의 기온차다.간절기인 이때쯤 찾게 되는 옷이 가디건이다.옷장에서 꺼내면서 또 한번의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하는 셈이다. 텃밭학교에 근무하기 전에는 사실 계절을 온전하게 느끼지 못했다.자연과 단절된 아파트 생활과 아스팔트 도로 위와 건물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계절을 체감하는 거라곤 고작 간절기 때 느끼는 기온차와 가로수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다였다. 어떤 해에는 벚꽃이 진 후에야 벚꽃이 핀 걸 보지 못한 걸 아쉬워하기도 했다.그만큼 계절에 대해 무감각하게 지내는데 익숙한 삶이었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삶이란 오롯이 자연속에서만 가능하다.고작 가로수의 변화 하나만으로 계절을 느끼기엔 너무 빈약한 체.. 2020. 9. 17.
마음 /곽재구 마음 나무와 나무 사이 건너는 이름도 모르는 바람 같아서 가지와 가지 사이 건너며 슬쩍 하늘의 초승달 하나만 남겨두는 새와 같아서 나는 당신을 붙들어 매는 울음이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한 번 떠나간 나루터의 낡은 배가 될 수 없습니다 --------------------------------------------------- 마음은 어떤 것일까?... 형체가 없어 어디에도 없으면서, 어디에나 존재하는 게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마음은 잡을 수도, 잡히지도 않는 신기루와 같아서 시인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는 이름도 모르는 바람이라고, 나뭇가지에 슬쩍 초승달만 남겨두고 사라진 새와 같다고 말하는 걸까... 한번 떠난 마음은 그 자리에 돌아오기 쉽지 않다. 대신 다른 마음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2020. 9. 16.
부산 흰여울 문화마을을 걷다 부산의 영도 흰여울마을은 절벽 위에 옹기종기 해안을 따라 길게 자리 잡고 있다. 마을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멀리 송도와 마주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송도에 버금갈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하여 이송도라 불렀다. 문화마을로 지정이 되면서 흰여울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원래 이곳에 터를 잡고 살던 사람들은 이송도라 부른다. 두 개의 이름이 공존하는 흰여울마을은 바다 건너 멀리 암남공원, 송도와 마주하고 있고, 송도에서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거제도가 보인다. 맑은 날씨엔 주전자 섬 뒤로 멀리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을이 형성된 봉래산 줄기를 따라 한 고개를 넘어가면 태종대가 나온다. 해안가에 조성된 갈맷길을 따라 파도소리를 들으며 태종대까지 걸어 갈 수도 있다. 가파른 절벽 위 해안을 따라 형성.. 2020. 9. 15.
[책] 시의 힘 / 서경식 나는 오랫동안 시를 읽어 왔다. 하지만 시집을 들고 언제나 절절맨다. 분명하게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시들을 만날 때는 자괴감마저 든다. 그만두면 될 것을 무엇 때문에 끙끙대며 계속 시를 읽어야 하는지, 돈도 밥도 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매어두고 암호를 풀 듯, 보물찾기를 하듯 문맥 속에서 단어 속에서 허우적대곤 한다. 『시의 힘』을 펼치자 ‘얄따란 시집 한 권을 손에 들고 그 무게에 절절맨다.’는 첫 문장을 만났다. 시 읽기를 이보다 잘 표현한 문장을 만나지 못한 나는 설레었다. 책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온통 시 이야기로 충만할 것이라는 기대로 부풀었다. 하지만 시 이야기는 2, 3장에서만 다루고 있다. 제목이 내용과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서야 수긍이 .. 2020. 9. 14.
[책]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나쓰카와 소스케 우리나라의 독서 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두 명 중 한 명이 아예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독서량도 일 년 평균 열 권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부끄러운 일이다.사실 관심이 없거나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책의 가치에 대해 말해봐야 소용없다. 책을 읽는 사람이 책의 매력에 빠져 들고 책에 힘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애정을 가진 사람만이 안다. 책에도 생명과 마음이 있다는 것을. 만약 책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물음이 없는 단순하고 재미없는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성찰도 사유도 없는 무지막지한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책은 거인의 어깨와도 같이 그 위에 올라 앉아 세상을 보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책은 세계의 모든 것이자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 2020. 9. 13.
비상구 비상구 초록에서 길을 잃었다 사방이 울울창창 여름은 너무 빽빽하다 매미소리도 햇살도 틈이 없는, 그만, 가을로 빠져나가야겠다 2020. 9. 12.
[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 소설은 상처입은 인간의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우발적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윤수의 절박함은 생에 대한 환멸, 치욕이었다. 하지만 윤수 만이 느껴야 했던 것은 아니다. 어릴 적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집안 체면 때문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하는 엄마의 태도 때문에 몇 번의 자살 시도를 한 유정도 그랬다. 결국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순간의 사건이 가져다 준 상처가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는 것과 그 상처에 대해 침묵하거나 묵인하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를 소설은 보여준다. 교도소에 갇힌 윤수와 생의 의미를 잃고 살아가는 유정의 만남은 수녀인 이모를 통해 이루어진다 둘은 서로의.. 2020.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