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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읽는 하이쿠 겨울 밤 내 그림자와 함께 나에 대해 쓴다 -세이센스이 겨울은 낮보다 밤이 길어지는 계절이다. 예전에는 일찌감치 집에 들어박혀 할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사색에도 빠지기도 하고 쓸데 없는 생각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겠지만 읽을거리 볼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선 자신과의 대화나 성찰은 어려운 일이 되었다. 관심과 시선은 늘 밖으로 향하거나 타인의 욕망에 맞추어 살다보니 나를 잃어버렸다. 연예인이나 타인에 대해선 이러쿵 저러쿵 잘 알면서 정작 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가십거리엔 침을 튀겨가며 말할 순 있어도 조금만 철학적 주제로 넘어가면 그 진지함을 견디는 힘이 없어 얼렁뚱땅 넘겨버린다. 내가 진짜 뭘 좋아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2020. 12. 3.
4번 달걀의 문제, 잘 알고 사야! 달걀 껍질에는 숫자 10자리의 일련 번호가 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오늘 뉴스를 보고 알게 되었다. 산란일, 고유번호, 그리고 마지막 한 자리는 닭을 어떤 환경에서 키웠는지 알 수 있는 사육환경을 나타낸다고 한다. 3번과 4번은 좁은 케이지 안에서 키우는 방식이라고 한다. 특히 사육환경 4번은 A4 용지 한 장보다 작은 공간에서 닭들이 본능적으로 해야 하는 행동을 할 수 없어서 날개가 부러지거나 다리가 부러지거나 다른 닭을 쪼아서 죽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육환경의 96%가 케이지라고 한다. 유통되는 달걀 10개 중 9개는 4번 달걀이라고 하니 놀랍다. 소비자는 이왕이면 싼 가격의 달걀을 원하고 있고 이왕 먹는 거 어떤 환경이든 그게 무슨 문제가 될까 생각할 수도 있다. 글쎄다... 인권의 척.. 2020. 12. 2.
방탄소년단 빌보드 핫100 1위라니? 아침부터 기분 좋은 뉴스가 날아들었다. (어제는 빌보드 200에서 1위 소식 오늘은 핫100 1위 소식) 한국어로 된 노랫말로 라디오 집계에 큰 영향 없이 1위를 했다고 한다 그것도 3위 안에 두 곡이나 랭크 되었다고 하니 이건 기적의 역사다. 방탄소년단의 유리천장 뚫기가 성공한 셈이다. 이제 머지않아 유색인종에게 인색한 그래미의 천장도 뚫고 나갈 것이다. 우리사회는 한동안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식을 줄 모르고 사용되어 왔다.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지옥에 가까울 만큼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모두 다 탈출하거나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 가운데서도 움트거나 터져오르는 좋은 기운이 즐거움과 희망을 갖게 해주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줄 알고 위기에 강한 것이 우리 대한민국이 아.. 2020. 12. 1.
르네 마그리트의 <정신적 위안>을 읽다 이 그림은 그야말로 정신적 위안을 준다. 구도와 배치에서 오는 안정감은 세상 만물의 근원인 불과 물, 흙(땅)과 공기,나무를 소재로 사용해서인지 모르겠다. 아래로는 물이 흐르고 있고 그 옆에 투쟁하는 불이 이글거리고 있다. 이글거리는 불이지만 두렵지 않다. 물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이 오면 불은 언제든 끌 수 있을 것이다. 그 위에 배치 된 나무는 푸른 하늘을 향해 마음껏 자라고 있다. 이 그림에서 나는 프랑스 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르를 떠올렸다. 물과 꿈, 공기와 꿈,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의 시학, 공간의 시학 촛불의 미학을 저작한 가스통 바슐라르는 눈 뜬 상태에서의 꿈꾸기인 몽상을 통해 부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것들을 인식하고자 한다. 논리와 체계를 밀쳐내고 전이와 전.. 2020. 11. 30.
[영화] 향수- 냄새에 집착한 살인자의 이야기 1985년 취리히에서 초판되어 전세계적으로 2천만 부 넘게 팔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원작 소설인 가 2006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2007년에 개봉하였고 2016년에 재개봉하였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책에서처럼 영화에도 그대로 사용되었다. 책을 읽을 때도 그랬고 영화가 나왔을 때도 냄새라는 특별한 소재의 이야기는 여전히 생생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책에 비해 영화는 이야기의 비약이 있거나 충분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설정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이야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맥락을 따라가다보면 향수에 취하고 만다. 특별한 후각을 가진 한 남자의 생애를 통해 겹겹의 섬세하고 복잡한 냄새의 세계를 이미지화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탈리아 의사 조반니 카르 다노는 '감각 중 후각 만이 인.. 2020. 11. 29.
빈 나뭇가지에 새가 앉았네 서리가 내린 이른 아침 빈 나뭇가지에 새들이 앉았다. 곧추 서 있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먹을 것도 없는 빈 나뭇가지에 날개를 접고 허공의 한 점으로 앉았다. 멀리서 보면 시든 나뭇잎 같은 앙증맞은 새들이 초겨울 한 때를 즐기고 있다 발바닥 만큼의 공간을 차지하고 허공에 몸을 내 맡기고 언제든 날아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새들이 오늘 내게 찾아왔다. 포르르포르르 푸르르푸르르 가지를 옯겨 다니느라 분주하다. 흩어졌다 다시 질서를 잡고 다시 흩어지는... 무질서 속의 질서의 패턴은 어쩌면 저리도 아름다울까?... 2020. 11. 28.
폴링 업(Falling UP)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 셀 실버스타인의 은 기발하고 재미난 상상력이 넘쳐나는 책이다. 작가의 다양하고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재밌는 책이다. 이 사람은 재능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재즈와 포크 가수와 작곡가로 글쓰기와 그림까지 유명하지만 철저하게 은둔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은 길고 짧은 글에 재밌는 삽화도 곁들여져 읽으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과 온가족이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허를 찌르기도 하고 웃음 대폭발을 일으키기기도 하고 철학적이고 풍자적이고 은유로 가득해서 정말 기지가 넘쳐난다. 고양이와 아이와 엄마 "난 고양이이며 앞으로도 죽 그럴 거라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고양이가 말했다. "왜 내가 밤에 어슬렁거리며 다닌다고 해서 놀라는 거야? 왜 내가 야옹.. 2020. 11. 27.
역시 먹는 게 최고다! 내가 최근에 목격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진 음식들이다. 어릴땐 기름진 튀김이나 육식은 거의 먹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인가 할아버지가 닮목을 비틀어 죽이는 걸 보고는 고등학생이 되도록 고기를 아예 먹지 않았다. 국 속에 둥둥 떠 있는 기름만 봐도 입맛이 뚝 떨어지곤 했다. 나이가 들어서 고기맛을 알고 기름진 튀김 맛을 알게 되었다. 오메~ 오메~ 환장할 맛들! 입맛은 황홀한데 굴곡이 있던 몸의 실루엣은 점점 단순해져 가고 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삶의 기막힌 공평성! 2020. 11. 26.
르네 마그리트 <생략> 을 읽다 마그리트 그림집을 보다가 피노키오의 코를 가진 사람을 발견했다. 르네 마그리트는 이 그림에 대해 '생략'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자 한 것일까? 제대로 달려있지만 보는 기능과는 멀어보이는 인형눈과 모자 위에 달린 또 하나의 눈, 긴 총부리의 코, 오른손 위에 얹혀진 또 다른 손은 참으로 기괴하다. 전시안 같은 눈으로 누군가를 꿰뚫어 보고 있지만 시선이 곱지 않다. 진짜 마음을 감추고 있지만 코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싫어도 아닌 척, 못이기는 척 끌려가기도 하고 가짜 위로와 칭찬도 넘쳐나지만 그것에 대해 대수롭게 않게 여긴다. 아무리 페르소나로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그 진짜 속마음은 본인은 알 것이다. 피노키오의 코는 거짓말하지 못하는 속.. 2020.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