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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앞에서 서성거리다

[영화] 향수- 냄새에 집착한 살인자의 이야기

by 나?꽃도둑 2020.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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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다음영화
출처 인터넷서점 알라딘

 

 1985년 취리히에서 초판되어 전세계적으로 2천만 부 넘게 팔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원작 소설인 <향수>가 2006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2007년에 개봉하였고 2016년에 재개봉하였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책에서처럼 영화에도 그대로 사용되었다.

책을 읽을 때도 그랬고 영화가 나왔을 때도 냄새라는 특별한 소재의 이야기는 여전히 생생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책에 비해 영화는 이야기의 비약이 있거나 충분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설정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이야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맥락을 따라가다보면 향수에 취하고 만다. 특별한 후각을 가진 한 남자의 생애를 통해 겹겹의 섬세하고 복잡한 냄새의 세계를 이미지화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탈리아 의사 조반니 카르 다노는 '감각 중 후각 만이 인간을 무기력하고 다른 사람으로 될 수 있다.'라고 했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이 연기가 된다 해도 우리 콧구멍은 그것을 구분할 것이다” 라고 했다.

냄새를 맡고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고등 동물인 인간의 특권이기도 하다. 

여기, 그 능력이 보통 인간과는 다른 차원의 한 인간이 있다.

 

 

배설물과 부패로 악취가 넘쳐나던 18세기 프랑스 파리 뒷골목, 생선거리에서 태어난 장바티스트 그르누이.

태어날 때부터 버림받았지만 그르누이는 특별한 후각을 가지고 태어난다. 고아원에 맡겨져 자라다 악명높은 무두장이 그리말에게 맡겨져 죽어라 일만 하다가 심부름을 가게 된다.

그르누이는 거리에서 향기로운 냄새에 이끌려 자두 파는 아가씨의 뒤를 밟는다.  그녀에게서 나는 향기에 깊이 취하게 된다. 그녀의 냄새를 마음껏 맡고자 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자 그르누이는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자신을 매료시킨 알 수 없는 냄새의 정체를 알고자 죽은 여자를 오랫동안 탐닉한다.

 

그르누이는 파리에서 한때 유명했던 향수제조기술자 주세폐 발디니 가게로 심부름을 갔다가 기회를 잡게 된다.

그르누이는 발디니 후계자로 들어가게 되고 향수 제조법에 대해 조금씩 배워나간다. 그러다 그르누이는 자신 만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향수의 낙원인 그라스로 가기로 결심한다. 발디니에게 향을 섞는 방법을 최대한 알려주고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다.

그라스로 가던 중 냄새가 없는 동굴에서 그르누이는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겸험을 하게 된다. 정작 자신에게는 아무런 체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절규한다. 

 

동물유지층 사이에 꽃잎을 얹는 과정

향수는 첫인상과 같은 휘발성향을 가지는 헤드와, 몇 시간 지속되는 완화제향을 가지는 하트, 며칠 지속되는 기초향으로 이루어지는 베이스로 이루어진다. 고급 향수는 100가지 이상의 재료를 쓰기도 한다. 

수증기정유법, 냉침법냉침법(冷浸法)이라는 추출법에서는 꽃잎들을 정제시킨 동물유지층 사이에 넣어 꽃정유가 동물유지로 스며들면 그다음 알코올을 사용해 농축 정유를 얻는다. 과일껍질에서 감귤향 정유를 추출하는 데 사용되는 착유법(搾油法)은 스펀지로 누르는 전통적인 방법에서부터 기계 연화법(軟化法)까지 다양하다.-다음 백과사전에서 인용

 

 

 

 

그라스에 도착한 그르누이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집착한다. 냄새가 없는 자신의 존재를 최고의 향수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그르누이는 거리에서 황홀하게 경험했던 냄새를 잡기 위해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살인을 저지른다.

그르누이의 탐미적 행위는 급기야 어리고 아름다운 처녀들을 죽여 동물유지를 발라 향을 입힌 뒤 수증기로 정유하는

방식으로 향수를 하나 하나 모은다.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남자 그르누이.

세상 그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한 향수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세상을 장악하고 싶었던 그는 귀족집안 딸인

로라를 죽이고 마지막 향을 얻어 자신 만의 향수를 완성한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잡혀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르누이는 머리가 깎인 채 나체로 버려진 25명의 여자들을 죽인 죄명으로 사형을 선고 받는다.

 

 

그르누이의 꿈은 이루어진다. 

사형장에서 목이 날아가기 전 향수를 이용해 인간의 마음을 자신의 뜻대로 조종한다. 사형집행을 보기 위해 모인

군중을 무기력하게 사랑에 취하게 하고는 추앙받는 존재가 된다.

그르누이는 그라스를 유유히 떠나 다시 파리로 돌아간다. 자두 파는 아가씨의 향기를 쫓아 헤매던 거리에서

사람들에 둘러싸여 옷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마지막 장면은 참으로 은유적이다. 체취가 없던 그르누이는 존재하지 않음의 상태인 무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냄새는 사물의 보이지 않는 본질이다. 직접 보지 않아도 냄새로 사물이 무엇인지 알기도 하고 상태를 파악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냄새로 맡을 수 있는 세계를 언어로 다 표현 할 수 있을까? 

<향수>는 그것에 대한 물음과 존재에 대한 성찰을 냄새로 풀어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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