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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앞에서 서성거리다

[영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by 나?꽃도둑 2020.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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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출품된 13분의 짧은 에니메이션이다.

대사 한 마디 없는 영화지만 그들이 겪은 아픔과 상실감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하지만 감히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죽음과도 같은 시간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학교에서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사랑하는 딸을 잃은 어느 부부의 일상으로 단지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딸의 죽음으로 인해 집 안에는 침묵 만이 감돈다. 소리내어 울 수도 없고 말을 꺼내기도 힘든 부부는 

그림자를 통해 자책과 서로를 향한 책망과 분노를 드러낸다.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부부의 거리는 일억 광년 쯤 멀어져 있다.

그때 학교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왜 하필 그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왜 하필...

 

 

 

흑백으로 처리된 영화에서 딸의 옷과 딸이 벽에 남긴 흔적은 파란색으로 표현되었다.

집을 나서다가 벽의 흔적을 보며 딸과의 즐거운 공놀이를 떠올리는 아빠

빨래를 하다가 나온 옷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리는 엄마

딸아이의 방문 앞에서 하염없이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고양이,

이 세가족은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가족의 빈자리를 온몸으로 느낀다.

 

집 곳곳에는 딸이 태어나던 순간부터 열 살의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함께 해온 추억이...

딸 아이의 웃음소리가 남아 있지만 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미국은 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는 나라이다. 

세상을 놀라게 했던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사건, 버지니아 공대 조승희 사건,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 

샌디훅 초등학교 난사 사건 등이 떠오른다.

총기 난사 사건은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며 끊임 없이 반복되고 있다.

서부 개척과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통해 조직된 민병대 정신인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은 내가 지킨다는 

미국인 특유의 인식과, 미국총기협회와 정치인들의 정치 후원금이라는 뒷거래는 총기규제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총기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예전에 읽은 수잔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가 생각난다.

다정하고 관심이 많고 적극적인 좋은 부모와 에너지가 넘치고 애정이 많은 아이였음에도  딜런은 학교 친구들을 총기 난사로 죽이는 일을 저지른다. 물론 우울증이라는 병이 그 아이를 망가뜨렸다고는 하지만 언제든 쉽게 총기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문제의 본질을 다르게 한다.

 

누구든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그 일을 부부가 겪은 것이다.

사랑하는 딸을 총기난사 사고로 잃고 난 뒤의 세상은 이적지 살아오던 세상이 아니다.

그들은 차갑고 냉혹한 새로운 별에서 외롭고 힘겹고 고통스럽게 시간을 보내게 된다.

결국엔.....

 

 

 

 

결국엔 서로를 따뜻하게 다시 끌어안게 되는데 그 원동력은 서로가 공유한 딸에 대한 추억이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사랑한다는.... 그걸 잊지말라는 듯한...

딸이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에서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딸이 절대로 엄마 아빠가 멀어지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 마음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위로하고 드러내놓고 아픔과 슬픔을 나누게 된다.

러닝타임 13분이 주는 삶의 무게가 마치 몇 십 만톤이나 되는 것처럼 무겁고 마음 아픈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진실이 담긴 영화이기도 하다.

 

 

 

 

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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