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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호두 올해가 가기 전 국가건강검진도 받을 겸 병원을 찾았다. 사실 건강검진보다 시급한 건 머리 어지러움 증세와 왼쪽 손끝 저림이었디. 거의 한달간 지속된 증상이라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았다. 검사를 하루만에 다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입원을 했다. 먼저 신경과에서 뇌진료를 받았다. 문진이 끝난 뒤 확대경을(?) 눈에 대고는 이쪽저쪽 눈알을 굴리라고 해서 열심히 굴렸다. 그러고는 무릎하고 몇 군데를 작은망치로 툭뚝치더니 일자선위로 걸어보래서 또 당당하게 걸었다. " 신경성 같아 보이는데요. 자세한 건 정밀 검사를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요즘 스트레스 받은 일 있나요?" "아뇨...정산서류 한다고 한달 반 넘게 컴퓨터 앞에서 모니터를 뚫어지게 본 것말고는 없어요.." 의사는 아무래도 목에 문제가 있어보인다길래 나.. 2020. 12. 31.
[영화] 벌새 소문만 들었던, 국내외 유수영화제 25관왕에 빛나는 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김일성 사망과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있었던 1994년을 건너는 열네 살 은희의 삶을 스크린에 섬세하게 담아냈다. 떡집을 하느라 늘 지쳐있는 엄마, 가끔 몰래 양복을 빼입고 춤추러 나가는 아빠, 뻑하면 은희를 때리는 오빠, 연애하느라 밖으로 나도는 언니 때문에 집안 분위기는 싸우고 찌지고 볶는 그야말로 콩가루다. 심부름을 갔다가 엉뚱한 집에 초인종을 누르고 문열어달라고 신경질 부리는 첫 도입에서 알 수 있듯이 집은 은희에게 포근하거나 열린 공간이 아니다. 언제나 불안을 품고 있는 그늘진 곳이다. 대신 단짝친구나 남자친구와 있는 공간은 환하다. 열네 살 은희로 돌아가 마음껏 웃고 떠든다. 하지만 매일 즐겁거나 순탄하게만 흘러가지 않는.. 2020. 12. 29.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은 2006년 영국에서 출간되어 큰 화제를 일으켰던 존 보인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여덟 살 소년 브루노는 독일군 장교인 아빠를 따라 베를린에서 폴란드로 이사를 가게 된다. 여덟 살 브루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참으로 이상하다. 창밖너머 멀리 보이는 농장에 파란 줄무늬 잠옷을 입은 사람들에 대해 묻자 아빠는 창문을 가려버린다. 집에서 허드렛 일을 하는 할아버지도 왜 줄무늬 잠옷을 입고 있는지 궁금해하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브루노는 직접 알아보기로 한다. 엄마가 시장 간 틈을 타 창고 창문으로 몰래 빠져나온다. 숲 속을 가로질러 달리던 브루노는 철조망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안에 있는 슈무엘이라는 동갑내기 유대인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곳이 홀로코스트가 이루어지던 아우슈비츠 .. 2020. 12. 28.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방탄소년단의 뷔가 발표한 노래 스노우 플라워(Snow Flower)를 듣다가 깜짝 놀랐다. "당신이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했어(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 이 대사가 흘러나왔는데 워낙 유명해서 금세 알아차렸다. 개봉한지 23년이 된 영화 에서 유달이 캐롤에게 한 말이다. 내가 이 영화를 다시 보기로 결정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드디어 오늘 자가격리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어제 검사를 했는데 오늘 음성 문자가 왔다.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접촉을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찜찜함을 훌훌 털어버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는 지금 보아도 촌스럽거나 나쁘지 않은 유쾌한 로멘틱 코미디 영화다. 다만 유달의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독설은 .. 2020. 12. 27.
자갈치 시장 자갈치 시장 길목마다 생활이 널렸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한끼의 배부름 한 무더기의 행복 눈물이 쌓이고 시간이 쌓일 동안 흩어졌다 모이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인생들 2020. 12. 26.
[영화] 나를 찾아줘(외국) 길리언 플린의 원작소설로 만든 는 밴 애플렉과 로자먼드 파이크 주연의 스릴러 영화다. 신문기자 출신인 닉(벤 애플렉)과 미모, 지성, 재력까지 갖춘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는 남들이 부러워 하는 완벽한 커플이다. 그런데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에 에이미가 실종된다. 어린시절 인기 있던 동화시리즈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주인공인 에이미가 사라지자 세상은 떠들석해진다. 경찰은 에이미가 결혼기념일 선물과 편지와 함께 곳곳에 숨겨두었던 단서와 다이어리로 남편 닉을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하게 되고, 미디어는 그의 집앞에서 진을 치며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한다. 닉과 쌍둥이 여동생 마고는 유명한 변호사를 선임하지만 닉이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던 사실로 인해 상황은 점점 닉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보이는 것만이.. 2020. 12. 25.
르네 마그리트 <불가능의 시도>를 읽다 이 그림의 제목을 보는 순간 예전에 손석희 뉴스룸에 나와서 이효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긴 싫다 가능하지 않은 얘기 아닌가요? 라는 손석희의 질문에 이효리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저에 대한 바람이고 욕심은 한도 끝도 없이 낼 수 있는 거니까요" 맞다. 이효리의 바람 자체가 모순적이긴 하다. 유명인들은 유명세를 치루게 되어 있다. 대중의 관심속에서 살아가는 연예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효리가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라고 반문을 하던 순간 탁 하고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가능한 것만 꿈꾸고 시도하고 받아들이고 그러한 생각에만 갇혀 있던 내게 이효리의 말 한마디는 내 안.. 2020. 12. 24.
[영화] 셔터 아일랜드(살인자들의 섬) 세계 추리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은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원작 소설 를 영화계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스크린에 담아냈다. 1954년. 중범죄자를 수용하는 감옥이자 병원이 있는 셔터아일랜드로 연방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수사를 위해 동료 척(마크 러팔로)과 함께 도착한다. 자식을 셋을 죽여 수감된 레이첼이라는 여자가 '4의 규칙과 67번째 환자는?'이라고 적힌 이상한 쪽지만을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테디는 수사를 위해 의사와 간호사, 병원관계자 등을 심문하지만 모두 비협조적이다. 수사에 진척이 없자 섬을 떠날 것을 결심한 다음 날, 폭풍이 불어 닥쳐 테디와 척은 섬에 고립된다. 테디는 섬에 올 때부터 악몽과 환각에 시달리는데 .. 2020. 12. 23.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의 는 1963년 칼데콧상을 수상한 그림책으로 출간 당시엔 기괴한 괴물 캐릭터와 반항적인 주인공이 논란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2000만부가 판매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에니메이션과 오페라로 제작된 바 있고 2009년에 의 감독인 스파이크 존즈가 영화로 탄생시켰다. 원작에 충실하면서 괴물들을 디테일하게 살려낸 점이 돋보인다. 엄마와 누나와 사는 아홉 살 소년 맥스는 심심하고 외롭다. 엄마는 늘 바쁘고 누나는 놀아주지도 않는다. 어느 날 집에 온 엄마 남자친구로 인해 뿔이 난 맥스는 한바탕 고집을 피우다가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집을 뛰쳐나간다. 그러다 강가에 이르게 되고 배를 탄 맥스는 강을 건너 바다 너머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하게 된다.괴물들은 자신들을 다스려.. 2020.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