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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복종 네가 쓰다듬던 방향으로만 네가 부르던 방향으로만... 2021. 1. 9.
[영화] 아무도 모른다 제57회 칸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이자 남우주연상을 안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감독의 는일본에서 있었던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실제의 이야기는 훨씬 더 비참하지만영화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의 삶을 보여준다. 엄마는 열두 살의 첫째 아키라와 마치 둘만 이사온 것처럼 집주인에게 말한다. 셋째 시게루와 막내 다섯 살 유키는 여행용 가방에 숨겨서 이삿짐인 것처럼 들어오고 둘째 쿄코는 밖에서 기다리다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온다.다같이 모여 즐겁게 저녁을 먹는 장면에서 엄마는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투정부리듯 "엄마는 행복하면 안돼?" 하고 되묻는다. 그리고 아이들만 남겨둔 채 몇 주씩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때마다 아키라는 동생들을 돌보며 엄마.. 2021. 1. 8.
용두산 공원 부산의 눈 왁자한 지상의 한나절을 굽어보는 용두산 공원의 오래된 눈 볼 거 못 볼 거 다 보고야 말았던 세월은 흘러 처연했던 가슴 위로 어느새 푸른하늘이 열렸다 2021. 1. 7.
겨울나무와 저녁노을 겨울나무/ 나태주 빈손으로 하늘의 무게를 받들고 싶다 ​ 빈몸으로 하늘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 ​ 벗은 다리 벗은 허리로 얼음밭에서 울고 싶다. 땅거미가 내려 앉을 저녁무렵이면 겨울나무는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조차 숨을 곳이 없다. 빈 손으로 하늘의 무게를 받들고 빈 몸으로 하늘의 마음을 배우겠다는 듯이 벗은 다리 벗은 허리로 울고 있는 겨울나무를 만나게 된다. 조용히 뒷배경이 되어주는 저녁노을은 헐벗은 겨울나무를 온기로 감싸며 하루 중 가장 빛나는 시간을 보낸다. 무수한 너와 나처럼 나를 더 돋보이게 하는 너라는 배경 너를 더 돋보이게 하는 나라는 배경은 겨울나무와 저녁노을처럼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도 하는 것을... 2021. 1. 6.
국제시장 국제시장 삶의 어지러운 퍼즐이 흩어졌다 모이는 곳 누구는 떠나고 누구는 돌아와 꿈의 조각들을 맞추곤 하는, 눈물과 땀의 어지러운 발자국들이 파도처럼 밀려갔다 밀려오는 곳, 2021. 1. 5.
1월에 읽는 하이쿠 밑바닥의 돌 움직이는 듯 보이는 맑은 물 -소세키 좋은 시는 명쾌하게 이해되는 시가 아니라 독자에 의해 새로운 의미가 창조되는 함의를 지닌 시이며 시적 순간으로 데려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소세키의 하이쿠는 시적 순간으로 데려가는 시라고 할 수 있다. 맑은 물 밑바닥의 돌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나 역시 경험한 적이 있다. 마치 물결 따라 돌이 흘러가는 듯한 돌이 물결이 되는 순간을 만난 것이다. 살면서 이러한 시적순간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보고 느껴야 하는데 우리는 사는게 바쁘다 는 이유로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보고 느낀다는 건 몸과 마음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일인데 우리는 불감증 환자처럼 아무런 감흥도 생각도 없다. 너무나 상식적이거나 단편적인 지식으로만 사물을 보고 판단하여 무심히 지나쳐.. 2021. 1. 4.
청춘 청춘 한때 그러는 것이다 아무거나 그려대고 아무 말이나 내뱉고 아무 꿈이나 꾸고 또 아무려면 어떤 날들을 살아내기도 하는 것을, 잠시 머문 그 자리 온통 낙서투성인 것을... 2021. 1. 3.
[영화] 캐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는 영어권 여성작가에게 수여하는 문학상인 ‘오렌지상’을 수상한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제목처럼 캐빈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아니 할 수밖에 없는 영화로 2011년 칸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후 언론과 평단을 뜨겁게 달구었던 화제작이다. 현재와 과거를 세련되게 오가며 혼자 남겨진 에바의 고통과 삶을 보여준다.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모험가이자 여행가 에바는 원치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캐빈을 낳는다. 준비 없이 엄마가 된 에바는 캐빈에게 정이 가지 않았고 캐빈 역시 그걸 알아차린다. 에바는 행복하지 않은 얼굴로 일과 양육에 메달리고 캐빈의 이유 모를 반항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유독 에바에게만 마음을 열지 않는 캐빈은 교묘한 방법으로 에바를 골탕먹이기 일쑤다. 에바는.. 2021. 1. 2.
내 몸에 백두대간 MRI검사를 통해 뇌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목 쯤이야....그래 머리 보다는 목이 아픈 게 낫지...내심 안도하고 있는데 신경외과 과장이 엑스레이 결과에 대해 설명을 해주겠다고 불렀다.흑백의 사진 속에는 덩그라니 두개골부터 경추와 흉추로 이어지는 뼈대만 있었다.마치 백두산 가장 높은 봉우리를 떠받치며 뻗어내린 백두대간 처럼 나의 근간을 이루는 큰 뼈대였다.그때 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의사는 몸을 돌린 상태여서 나는 정지된 화면의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바로 가까이에서 나의 백두대간을 본 적이 없었다.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내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것처럼 보이는 두개골도 너무 낯설었다. 너무 열심히 사진을 들여다본다고 여겼는지 통화를 끝낸 의사가 웃으며 말했.. 2021.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