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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나태주
빈손으로 하늘의 무게를
받들고 싶다
빈몸으로 하늘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
벗은 다리 벗은 허리로
얼음밭에서 울고 싶다.
땅거미가 내려 앉을 저녁무렵이면 겨울나무는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조차 숨을 곳이 없다.
빈 손으로 하늘의 무게를 받들고
빈 몸으로 하늘의 마음을 배우겠다는 듯이
벗은 다리 벗은 허리로 울고 있는 겨울나무를 만나게 된다.
조용히 뒷배경이 되어주는 저녁노을은
헐벗은 겨울나무를 온기로 감싸며 하루 중 가장 빛나는 시간을 보낸다.
무수한 너와 나처럼
나를 더 돋보이게 하는 너라는 배경
너를 더 돋보이게 하는 나라는 배경은
겨울나무와 저녁노을처럼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도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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