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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내 맘대로 읽기45

겨울밤에 읽는 하이쿠 쓸쓸함이밑빠진 듯 내리는진눈깨비여 -조소 눈 녹아온 마을에 가득한아이들 -잇사 자가격리 4일 째. 창밖으로 보는 겨울 풍경은 한없이 쓸쓸하다.하얀눈이 쌓이진 않았지만 세상은 온통 얼어붙어 있다.소박했던 삶도 일상의 자유도 사람들과의 만남도 일시정지된 상태로 겨울을 맞은 셈이다.고립되고 소통부재의 시간속에 갇혀뻥 뚫린 마음속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쓸쓸함을 견디고 있다.엄청난 일을 겪었을 때 대자연의 위엄 앞에 인간은 살기 위해, 미치지 않기 위해 웃음을 발명했다고 한다.웃어야 하나?...이 어이 없는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인간의 오랜 발명품인 웃음은 해결책이 되어줄까...다행이 남편은 경미한 증상을 보이고 있어서 낙담할 상황은 아니지만 쉽게 웃음은 나오지 않는다.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 수는 줄어들 기미를.. 2020. 12. 16.
르네 마그리트의 <종속당한 독자>를 읽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몰입되어 마치 현실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고,나에게 일어난 일처럼 뇌는 착각하여 땀을 분비하거나 몸에 신호를 보내고책에 설득되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한마디로 책의 힘은 대단하다. 멀쩡하게 두 눈 뜨고 당하게 되는데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며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경험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가끔책을 읽을 때 나와 책은 한 몸이 된다.일심동체....맞다... 책에 종속당한 독자가 되는 일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그 순간을 경험한다면 책에 어떤 반항도 할 수 없다. 설득당하고 수긍하고 체험했기 때문이다.무서운 일일까?...어느 한 부분, 어느 한 순간책에 종속당하는 건 노예의 삶은 아닐 것이다 기꺼이 얼마든지 그럴수만 있다면 나는 종속당한 독자로 남겠다. 이.. 2020. 12. 6.
자유 한 발자국만 나서면 너른 풀밭인데.... 그걸 알지 못해 너는 죽어가고 있구나 2020. 12. 4.
12월에 읽는 하이쿠 겨울 밤 내 그림자와 함께 나에 대해 쓴다 -세이센스이 겨울은 낮보다 밤이 길어지는 계절이다. 예전에는 일찌감치 집에 들어박혀 할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사색에도 빠지기도 하고 쓸데 없는 생각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겠지만 읽을거리 볼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선 자신과의 대화나 성찰은 어려운 일이 되었다. 관심과 시선은 늘 밖으로 향하거나 타인의 욕망에 맞추어 살다보니 나를 잃어버렸다. 연예인이나 타인에 대해선 이러쿵 저러쿵 잘 알면서 정작 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가십거리엔 침을 튀겨가며 말할 순 있어도 조금만 철학적 주제로 넘어가면 그 진지함을 견디는 힘이 없어 얼렁뚱땅 넘겨버린다. 내가 진짜 뭘 좋아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2020. 12. 3.
르네 마그리트의 <정신적 위안>을 읽다 이 그림은 그야말로 정신적 위안을 준다. 구도와 배치에서 오는 안정감은 세상 만물의 근원인 불과 물, 흙(땅)과 공기,나무를 소재로 사용해서인지 모르겠다. 아래로는 물이 흐르고 있고 그 옆에 투쟁하는 불이 이글거리고 있다. 이글거리는 불이지만 두렵지 않다. 물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이 오면 불은 언제든 끌 수 있을 것이다. 그 위에 배치 된 나무는 푸른 하늘을 향해 마음껏 자라고 있다. 이 그림에서 나는 프랑스 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르를 떠올렸다. 물과 꿈, 공기와 꿈,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의 시학, 공간의 시학 촛불의 미학을 저작한 가스통 바슐라르는 눈 뜬 상태에서의 꿈꾸기인 몽상을 통해 부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것들을 인식하고자 한다. 논리와 체계를 밀쳐내고 전이와 전.. 2020. 11. 30.
빈 나뭇가지에 새가 앉았네 서리가 내린 이른 아침 빈 나뭇가지에 새들이 앉았다. 곧추 서 있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먹을 것도 없는 빈 나뭇가지에 날개를 접고 허공의 한 점으로 앉았다. 멀리서 보면 시든 나뭇잎 같은 앙증맞은 새들이 초겨울 한 때를 즐기고 있다 발바닥 만큼의 공간을 차지하고 허공에 몸을 내 맡기고 언제든 날아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새들이 오늘 내게 찾아왔다. 포르르포르르 푸르르푸르르 가지를 옯겨 다니느라 분주하다. 흩어졌다 다시 질서를 잡고 다시 흩어지는... 무질서 속의 질서의 패턴은 어쩌면 저리도 아름다울까?... 2020. 11. 28.
르네 마그리트 <생략> 을 읽다 마그리트 그림집을 보다가 피노키오의 코를 가진 사람을 발견했다. 르네 마그리트는 이 그림에 대해 '생략'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자 한 것일까? 제대로 달려있지만 보는 기능과는 멀어보이는 인형눈과 모자 위에 달린 또 하나의 눈, 긴 총부리의 코, 오른손 위에 얹혀진 또 다른 손은 참으로 기괴하다. 전시안 같은 눈으로 누군가를 꿰뚫어 보고 있지만 시선이 곱지 않다. 진짜 마음을 감추고 있지만 코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싫어도 아닌 척, 못이기는 척 끌려가기도 하고 가짜 위로와 칭찬도 넘쳐나지만 그것에 대해 대수롭게 않게 여긴다. 아무리 페르소나로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그 진짜 속마음은 본인은 알 것이다. 피노키오의 코는 거짓말하지 못하는 속.. 2020. 11. 25.
울릉도 해안 암벽에 난 구멍의 정체는? 작년 봄, 울릉도에 갔다가 매우 특이해서 찍은 사진이다. 암벽에 난 구멍 두개를 발견했는데 아무리 봐도 눈(Eye)처럼 생겼다. 사실 별 의미 없는 구멍 두개가 아주 절묘한 위치와 생김새로 인해 그렇게 보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내게는 아주 특별한 눈으로 다가왔다. 판타지 영화에서 나올법한 바위인간과 마주친 느낌이었다. 울퉁불퉁한 눈두덩이 아래 깊고 검은 눈은 호루스의 눈만큼 강렬해 보인다. 미국1달러 지폐에도 있는 피라미드의 눈이라고도 불리는 호루스는 죽음과 부활의신 오시리스와 최고의 여성신 이시스의 아들이며 사랑과 미의 여신인 하토르의 남편이다. 이집트 파라오의 상징이자 태양과 달을 상징하는 호루스의 눈은 건강과 총체적인 인식과 이해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집트의 장례의식에서 미라에 사용하는 귀금속으로도.. 2020. 11. 21.
빵구 씨를 다시 만나다 빵구 씨를 다시 만났다. 얼마나 반갑던지! 나는 그를 한눈에 알아봤다.빵구 씨는 어떤 가게 앞에서 열심히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처음 빵구 씨를 만났을 때보다 훨씬 깔끔하고 활기차 보였다.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안녕하세요,빵구 씨! 저 기억하시겠어요?" 빵구 씨는 금세 나를 알아보며 인사했다. "아 네 흰여울 마을 뒷길에서 만난 분이군요..." "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신 건가요?" 빵구 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빵구 씨는 얼마 전 식당을 개업해서 밤늦게 까지 일을 한다고 했다.나는 그의 가족들이 모두 한집에 모여 사는지 따로 사는지 궁금했지만 남의 가정사에 개입하는 것 같아 모른 척 했다. 빵구 씨가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왠지 측은하면서도 든든해보였다.가족에 대한 책.. 2020.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