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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내 맘대로 읽기

겨울밤에 읽는 하이쿠(24.1월)

by 나?꽃도둑 202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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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한 줄기 강
눈 덮인 들판
 
    - 본초
 
 
강둑을 따라 걸었다.
강가 억새의 흐느낌을 다 받아주는 듯 겨울강은 제 가슴을 열고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긴 강줄기를 따라 들판은 차라리 하얀 눈으로 덮여 있으면 좋으련만  알 수  없는 슬픔으로 일렁였다.
...너에 대한 마음에서 언제쯤 놓여날까?... 언제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떤 말은 말이 되지 못해 눈물이 된다고 했던가...  터져 나오려는 말들과 뱉어낼 수 없는 말들이 엉키어 꺼억꺼억 소리만 토해내었다. 
그렇게 가슴 속에는 소화되지 못한 말들이 심장을 후벼팠다.
그랬다... 한 번도 감춰두었던 감정을 쏟아낸 적이 없었다. 그저 눌러두고 잠재우기 바빴다.
도망가고 회피하는 게 최선임을 알았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살았다.
그러는 사이, 나는 살았고 너도 살았다.
 
나라는 우주에서 너는 가장 오랫동안 빛나는 별이었다. 가까이 있는 듯 보였지만 멀어서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네가 있었다.
언제나 너와 나는 반대로 돌고 있었다. 그래야만 했으니까...
그런데...갑자기 너는  방향을 바꾸고는 그대로 훅, 내게로 날아들었다.
실수였을까...기억의 오류였을까...
순간, 나의 우주는 카오스 그 자체... 혼돈이 시작되었다.
 
아플 만큼 아팠던 시간 
나만 견딘 것이 아니라고 믿어본다.
억새의 흐느낌을 받아주는 겨울강 처럼 나의 흐느낌을 너에게 위로 받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어찌 되었든
바람에 맡겨 두라
마른 억새꽃
 
   -지요니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어찌 되었든 바람에 맡겨두라
나는 마른 억새가 되어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속울음을 견디고  차디 찬 시간을 견디고...
다시 봄이 돌아올 것을 믿는다.
나에게 봄은, 너를 찾는 것이 아니라 너를 보내는 것이다.
아니다...그냥 그 자리에 몰래 가져다 놓는 일이다.
어찌 되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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