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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내 맘대로 읽기45

르네 마그리트 <할 말이 있는 식물> 귀기울여 들어보기로 한다. "자 이제 하고 싶은 말을 해봐."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길래 기회를 주었더니 식물은 별 다른 말이 없다. 단지 시크하게 'canon' 이러고 만다. 할 말이 뭔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식물의 표준을 세우겠다는 건지... 기준을 만들겠다는 건지... 식물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아는 사람? 누구 통역해줄 사람?... 이전 관련 글 flower-thief20.tistory.com/224?category=804438 르네 마그리트 를 읽다 이 그림의 제목을 보는 순간 예전에 손석희 뉴스룸에 나와서 이효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긴 싫다 가능하지 않은 얘기 아닌가요? 라는 손 flower-thief20.tistory.co.. 2021. 1. 30.
노을과 황홀 사이 달리는 차안에서 찍은 사진들이라 몽롱하다.... 노을과 황홀 사이 개와 늑대의 시간... 2021. 1. 26.
바다와 고양이2 지난 일요일 해동용궁사 근처 바닷가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났다. 해동용궁사 건너편 일출봉이 있는 해안로를 따라 걷고 있는데 쌍둥이처럼 생긴 두 녀석이 우리를 보자마자 스스럼없이 촐랑촐랑 다가왔다. 꼬리를 잔뜩 치켜세우고 와서는 다리에다 얼굴을 부벼대며 냐옹냐옹거렸다. 경계심이라곤 전혀 없는 거의 개냥이 수준이었다. 딸이 마구 쓰다듬어도 가만있었다. 우리집 고양이도 이렇게까지 애교는 없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키우다가 누가 버린 건가?....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둘 다 귀끝이 조금 잘려 있었다. 중성화 수술을 한 길고양이들이었다. 혹시 배가 고파서 그런가 싶어 딸이 뭐라도 사오겠다며 아빠한테 돈을 받아들고는 왔던 길을 뒤돌아 뛰어갔다. 남편도 먹을 게 있으면 사오겠다며 원래 우리가 가려던 길로 가버.. 2021. 1. 18.
겨울밤에 읽는 하이쿠2 한겨울 칩거다시 기대려 하네이 기둥 -바쇼 그야말로 한겨울 칩거다.사방은 고요하고 세상은 정지되어 버렸다.갈 곳도 없고 갈 곳도 잃어버린 채 멍하니이 자리에서 삶이 얼어붙었다.무엇에 기대어 살아야 할까...다시 일어서고자 할 때 삶이 휘청이면 어쩌지?그때 무엇에 기대야 할까...다시 기댈 수 있는 기둥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텐데그게 너라도 상관 없고또 다른 나라도 상관 없다.그래도 기울어버린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게 나 자신이었으면 하는 것은결국 삶은 혼자 서는 것이므로내 안의 단단한 기둥 하나쯤을 가지고 싶은 거다. 모조리 죽어버린 들판에 내 발자국 소리 -호사이 이 짧은 한 줄의 시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풍경을 담아내는지 정말 감탄스럽다.모조리 죽어버린 겨울 들판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시인이 그.. 2021. 1. 16.
복종 복종 네가 쓰다듬던 방향으로만 네가 부르던 방향으로만... 2021. 1. 9.
겨울나무와 저녁노을 겨울나무/ 나태주 빈손으로 하늘의 무게를 받들고 싶다 ​ 빈몸으로 하늘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 ​ 벗은 다리 벗은 허리로 얼음밭에서 울고 싶다. 땅거미가 내려 앉을 저녁무렵이면 겨울나무는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조차 숨을 곳이 없다. 빈 손으로 하늘의 무게를 받들고 빈 몸으로 하늘의 마음을 배우겠다는 듯이 벗은 다리 벗은 허리로 울고 있는 겨울나무를 만나게 된다. 조용히 뒷배경이 되어주는 저녁노을은 헐벗은 겨울나무를 온기로 감싸며 하루 중 가장 빛나는 시간을 보낸다. 무수한 너와 나처럼 나를 더 돋보이게 하는 너라는 배경 너를 더 돋보이게 하는 나라는 배경은 겨울나무와 저녁노을처럼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도 하는 것을... 2021. 1. 6.
1월에 읽는 하이쿠 밑바닥의 돌 움직이는 듯 보이는 맑은 물 -소세키 좋은 시는 명쾌하게 이해되는 시가 아니라 독자에 의해 새로운 의미가 창조되는 함의를 지닌 시이며 시적 순간으로 데려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소세키의 하이쿠는 시적 순간으로 데려가는 시라고 할 수 있다. 맑은 물 밑바닥의 돌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나 역시 경험한 적이 있다. 마치 물결 따라 돌이 흘러가는 듯한 돌이 물결이 되는 순간을 만난 것이다. 살면서 이러한 시적순간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보고 느껴야 하는데 우리는 사는게 바쁘다 는 이유로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보고 느낀다는 건 몸과 마음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일인데 우리는 불감증 환자처럼 아무런 감흥도 생각도 없다. 너무나 상식적이거나 단편적인 지식으로만 사물을 보고 판단하여 무심히 지나쳐.. 2021. 1. 4.
청춘 청춘 한때 그러는 것이다 아무거나 그려대고 아무 말이나 내뱉고 아무 꿈이나 꾸고 또 아무려면 어떤 날들을 살아내기도 하는 것을, 잠시 머문 그 자리 온통 낙서투성인 것을... 2021. 1. 3.
르네 마그리트 <불가능의 시도>를 읽다 이 그림의 제목을 보는 순간 예전에 손석희 뉴스룸에 나와서 이효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긴 싫다 가능하지 않은 얘기 아닌가요? 라는 손석희의 질문에 이효리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저에 대한 바람이고 욕심은 한도 끝도 없이 낼 수 있는 거니까요" 맞다. 이효리의 바람 자체가 모순적이긴 하다. 유명인들은 유명세를 치루게 되어 있다. 대중의 관심속에서 살아가는 연예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효리가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라고 반문을 하던 순간 탁 하고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가능한 것만 꿈꾸고 시도하고 받아들이고 그러한 생각에만 갇혀 있던 내게 이효리의 말 한마디는 내 안.. 2020.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