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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장지문 문살에 어린
밤의 깊이
- 소세이
어두워진 창밖을 내다볼 때가 있다.
도시와 달리 시골은 한점 불빛조차 없어 새카만 커다란 도화지가 눈앞을 가로막은 기분이 들곤 한다
평면인 까만 세상
깊이도 굴곡도 명암도 채색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인은 장지문 문살에 어린 밤의 깊이를 가늠하고 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조금씩 어둠이 쌓여가던 풍경을 그린 것인지
마음 속 불안을 밤의 깊이로 표현했는지는 알 수 없다
밤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로선 한 줄의 시에서 마치 영상을 보듯
어둠이 쌓여가는 모습을 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시인이란 존재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한 세계를 열어젖히고는 기꺼이 그곳으로 초대를 하곤 한다
기꺼이 따라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나로선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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