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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의
해와 맞닿은
시든 들판
- 교시
어디선지 모르게 떨어진 낙엽 길 위를 걸었다 바스락 바스락 참 듣기 좋았다
발 아래 무수히 깔린 낙엽들
나뭇잎이 떨어질 때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건 나뭇가지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내게서 떨어져나간 것들은
내가 먼저 알아차렸어야 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짐짓 모른 척 했을 수도
먼 산의
해와 맛닿은 시들고 마른 들판은
계절의 풍경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비유이기도 한 것을
그런 풍경을 바라보는 나도 저와 같을까...
나뭇잎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알아차리는 나뭇가지처럼
내게서 멀어진 것들
떨어져 사라진 것들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망연자실 보고만 있었던 건 아닐까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너는 나다 아니다 너는 내가 아니다
그만 미련 없이 떠나라 아니다
부디 끝까지 견뎌달라는 말에도
끝내 몸을 날린 낙엽들
그건 언어의 시체고 상처의 부스러기들이다
낙엽을 밟으며 그 소리에 귀 기울인다
내 안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인다
가을이다
모든 게 다 가을이다
울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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