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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로 태어나
거미줄 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 교시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하이쿠 시집을 넘기다가 교시의 시에 눈길이 멈췄다
'거미로 태어나 거미줄 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라는 싯구가 '인간으로 태어나 ( ) 않으면 안 되는 건가'로 읽혔기 때문이다
물론 괄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말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거미줄을 쳐서 먹이를 얻어야지만 살아갈 수 있는 거미처럼 인간 역시 생명활동과 관련된 일이라면 노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개미처럼 단순한 노동이 아닌 유무형의 다양한 형태의 노동 말이다
인간의 삶이 여타 동물과는 다르게 고차원적인 것이라 해도
거미줄 치는 거미를 폄하할 수 있을까 쇠똥을 굴리는 쇠통구리를 폄하할 수 있을까
현대 하이쿠 시인 가토 슈손은 이렇게 말한다
"삶이 인간에게 숭고하다면, 똥을 굴리는 일도 방귀를 뀌는 일도 쇠똥구리에게는 숭고한 삶이다"라고
그렇다 모든 생명활동은 숭고함을 담고 있다 그렇지 아니한가
한 그릇의 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인간들, 동식물들의 수고로움에 숙연해지는 가을밤이다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애처롭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시에서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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