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희망의 인문학 - 세상을 치유하는 힘

by 나?꽃도둑 2020. 4. 16.
반응형

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얼 쇼리스 지음, 이병곤.고병헌.임정아 옮김 / 이매진 / 2006년 11월

 

희망의 인문학

빈민들을 동원해 훈련시키는 대신 그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도록 돕는 클레멘트 코스. 자신을 돌아보는 힘을 밑천으로 자존감을 얻고,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며 더 나아가 ‘행동하는 삶’을 살도록 함으로써 ...

www.aladin.co.kr


인문학은 연구가 문제가 아니라 소통이 문제다. 일상의 몸을 얻지 못하면 사상과 이념은 한낱 교리문답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여기 일상의 몸을 얻은 사례가 있다.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이 그것이다. 감옥에서 만난 한 여성의 말에서 영감을 얻은 얼 쇼리스는 '생각없는 자유' 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라는 질문 아래 대물림되는 가난과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무력의 포위망에 갇힌 이들을 위해 클레멘트 코스라는 인문학(소크라테스, 플라톤을 비롯한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철학, 논리학, 문학, 역사 등을 다룸) 강좌를 개설한다. 

거리의 부랑자,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자, 전과자, 미혼모 등 그들의 이력은 다르지만 인문학 강좌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이 모였다. 

"인문학은 정신적 삶을 살게 해주는 길이다. 무엇보다도 성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율적 인간으로서 공적세계로 나아가 정치적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힘을 갖는 위험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얼 쇼리스는 말한다.

여기서 위험한 존재란 자기 권리를 찾고 누릴 줄 아는 존재일 것이다. 권리를 두고 어떤이는 '주장'이라고도 하고 어떤이는 '자격'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시민의 자격, 시민의로서의 주장(발언권)을 갖기 위해서는 아는 것이 힘이요, 성찰적 사고를 바탕으로한 정치적 삶이 하나의 대안임을 간파한 것이다. 클레멘트 코스는 강의 위주가 아닌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인 산파술을 이용하여 그들의 생각을 끌어내고 고취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항상 깨어 있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인식의 힘이 필요함은 더 말해 무엇하리! 상아탑에 갇혀 있는 인문학의 육중한 옷을 벗어 던진 얼 쇼리스의 인문학은 미망에 젖어 있는 자를 깨우고, 빈곤에 빠져 무력증과 마약과 폭력, 폭언의 세계에 젖어 있는 자들을 깨우는 정직한 몸의 실용학문으로 거듭난다. 클레멘트 코스가 주는 유용성은 잠자는 자들의 의식을 깨우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데 있다. 클레멘트 코스를 끝낸 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자기의 생각을 글과 말로 표현하고, 외곽지대에서 사회 중심부로 한발 한발 내딛는 시민의 모습을 갖춰간다. 고대 아네테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정치가인 페리클레스가 주창한 정치적 삶(행동하는 삶)의 공적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강좌에 참여한 사람들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 이미 세계 곳곳에 인문학 코스가 개설돼 운용중이라고 한다. -

 

인문학을 '보다 더 인간다운 학문' 으로 부르기도 한다는 사실을 감안해 본다면 빈곤의 뒷골목에서 어두운 거리를 배회하는 그들에게 보다 인간답게 살게하기 위해 밝은 곳으로 인도한 학문이라 해야 할 것이다. 성찰할 수 있는 능력과 정치적 기술을 터득함으로써 빈민들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고, 게임의 법칙이 근간을 이루는 사회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또는 무력의 포위망에서 탈출하여 좀 더 안락한 삶을 누리기 위해 정치를 이용할 수 있다고 얼 쇼리스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몇 해 전, TV에서 해외에 사는 자랑스런 한국인을 방송한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희망을 가르치는 한국인 이영길' 편이었는데 인도의 낙후지역에서 그는 맨 처음에는 무조건적인 구호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구호활동은 밑 빠진 독의 물 붓기나 다름없었고 그들의 생활을 변화시키지 못하자 이영길은 그들이 자립을 할 수 있게끔 방법을 달리한다. 그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물 부족에서 벗어나기 위한 우물파기, 버섯을 재배하기 등을 교육한다. 힌두교의 영향 때문인지 현세에 별 뜻을 두지 않고 내세를 믿는 그들의 종교관으로 인해 처음엔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서서히 그들에게 변화가 나타남을 보게 된다. 

NGO 종합개발대표인 이영길 씨처럼 문맹퇴치, 우물파기 등의 교육을 통해 일시적 충족이 아니라 그들이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도운 것은 얼 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가 갖는 성격과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외부에서 가하는 힘이 아닌, (그것이 물자 원조든, 생활보조금이든 )강화되고 확장된 내부의  힘이 궁극에 가서는 삶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희망이다' 라는 명제를 참인 것으로 돌려놓은 일인 것이다.

빤한 비유이긴 하지만, 복잡다단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좋은 낚싯대와 물고기를 잡고자 하는 적극적이고 긍적적인 행위가 중요함이다. 따라서 얼 쇼리스의 인문학은 무력의 포위망에 둘러싸인 그들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도구로 그들에게 주어졌음을 알 수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