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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달려라 냇물아 - 눈에 보이는 세상이 다가 아니다

by 나?꽃도둑 2020.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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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냇물아
최성각 지음 / 녹색평론사 / 2007년 8월

 

달려라 냇물아

소설가이자 환경운동가로 활동해온 풀꽃평화연구소 소장 최성각 씨의 산문집. 직접 체험한 다양한 환경 사안을 작가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글로 옮겼다. 무엇보다 자연을 되살리기 위해 우리가 모든 가능한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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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들이 있다. 취향의 문제이긴 하지만, 관심 밖의 내용을 담거나 소박한 책 표지에 낯선 이름의 저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최성각의 <달려라 냇물아>도 그랬다. 그 말은 결국 내가 환경 문제의 바깥에 있었다는 소리일 것이다. 

<달려라 냇물아>는 소설가이면서도 환경운동가인 저자가 일선에서 직면한 문제, 안타까운 문제, 자신의 체험 등을 체화된 언어로 조곤조곤 풀어놨다. 1990년 초반, 상계동 쓰레기소각장 건설 저지운동에 가담하는 체험을 통해 환경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고, '풀꽃운동'이라 하여  생물이 자연계에서 온전하고도 건강하게 생활하도록 반생태적인 일에 나서고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지를 뛰어다니고,핵 폐기장 시설을 반대하는 부안에 다녀오고, 환경운동가를 초청해 사상강좌를 열고, 한국에 왔다가 억울하게 6년 4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감금된 네팔 여성 찬드라의 구명과 모금운동을 통한 인연의 실타래가 히말라야 구릉을 지나 아름답게 펼쳐진다. 또한 새나 돌, 자전거 등에게 풀꽃상을 드리는 일로 자연에 대한 존경심 회복과 인간에게 있어 유용한가의 유무를 떠나 모든 존재물들이 스스로 지니고 있는 가치를 옹호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느꼈던 일들에 대해 담담하게 씌여진 그의 글에 대해 몸과 마음을 다해 썼다는 추천평이 조금의 반감 없이 받아들여져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의 글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또한 힘있게 다가오는지 뭔가 절실한 감정들이 마음 속에서 꿈틀거렸다. 사실 불편했다. 이 한 권의 책이 내 삶을 바꾸라고 종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때껏 누군가의 등에 업혀 냇물을 건너고 진흙탕을 건너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가면 서서히 삶아 먹는 개구리 요리가 있다고 한다. 식탁에 둘러 앉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개구리가 좋아하는 따듯한 온도의 물에 담겨져 나온 개구리는 은근한 불에 자신의 몸이 익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서서히 죽어간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왜 이 내용이 생각났을까?  '잠행성 정상 상태'라는 글귀에서 눈이 멈췄을 때였다. 불규칙한 변동으로 인해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잘 드러나지 않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지구온난화 같은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 당장 사는데 그닥 불편함이 없다고, 눈에 확연히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은 아무 일 없 없어 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사태를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냄비속 개구리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냄비 안만 보며,  냄비를 서서히 달구고 있는 불의 존재를 인식 못하는 우매한 개구리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저자와 같이 냄비 바깥을 볼 수 있는 인식의 눈을 가진 이들의 노고로 인해 환경문제가 재고(再考)

 되고, 이슈화되고 저지되거나 지연되는 일련의 성과를 거두고 있음은 얼마나 다행하고도 감사해야 할 일인지 모른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그 무엇보다도 녹색가치를 우선시 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현실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발이 아니라 보존이 우선시 되어야 하고, 이익이 되는 일에 움직일 것이 아니라 옳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저자도 피력했지만) 일에 움직이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나를 벗어난 우리 모두의 세계로  눈을 돌려야  이 지구상에 사는 인류를 포함한 생물의 생존이 위협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환경운동은 범죄자들과의 싸움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한 말이 얼마나 타당한 표현인가,

환경문제 또한 연대의식 없이는 힘들 것이다.  공생의 문제인 동시에 지구의 미래가 달린 인간을 비롯한 생태계 전반의 안위를 걱정하고 대안을 세우고 실천하고자 하는 일에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함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운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의식을 갖는다는 것, 관심을 갖는다는 것, 당장 샴푸의 양을 줄이고 공중 목욕탕에서든 가정에서든 물 아껴 쓰고 전기 아껴 쓰고 산에서 함부로 쓰레기 버리지 않기 등 작은 실천부터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에서 나부터 라는 의식으로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함을.  그렇다고 저자는 훈계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냇물에 떠내려간 돼지의 안위를 걱정하고 구하러 간 어린 소년의 심성으로 세상을 대하고 절규하고 있을 뿐이다.  그 목소리가 하나 헛되지 않고 공허한 메아리도 아닌 성숙한 시민의식과 삶에 관한 것이다. 정말 시간이 없다는 대목에서 순간 숨이 턱 막혔을 정도로 시급하고도 절실한 문제들에 대한 목소리다.

얼마나 풍성하고 아름답고 힘있는 글인지 누구에게나 망설임 없이 추천하고, 선물하고 싶은 책 목록에 넣어 두었다. 일회성의 독서가 아닌 두고두고 곱씹고 되새김질해 볼만한 내용들이다. 그리고 내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생각케 하는 글이다. 분명 '기회'가 주어지면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명제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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