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를 기르다
윤대녕 지음 / 창비 / 2007년 1월
세익스피어 연구가인 브레들리는 '성격이 운명이다' 라는 말을 했었다. 윤대녕의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를 읽으면서 왜 그말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한 인간이 지닌 특성이 자기를 넘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운명의 수레를 끄는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 소설을 통해서 본다. 그래서 살다보면 균열이 생긴다거나 비의에 둘러싸일 수도 있다는 말은 윤대녕의 소설로 들어가기 위한 암호로 읽혀진다. 인간의 불완전성, 불가해성, 환멸과 페이소스에 관한 인간 관계의 탐구서인 <제비를 기르다>에는 늘 같이 있으면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도, 소통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 나온다.
소통불능의 시간을 견디며 사는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며 나는 참으로 쓸쓸해졌다.
운명적으로 고독한 어머니로 인해 아버지와 화자인 나는 거의 버려진 상태이고(제비를 기르다), 친정 간다고 나간 어머니를 찾으런 간 아버지의 오랜 방황과 고향으로의 회귀는 화자인 내게 이해될 수 없는 일이고 (편백나무 숲 쪽으로) 또 못났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소외당하고 무시당하지만 가슴 한 켠에 절름발이 사랑을 간직한 고모의 신산한 삶 또한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고,(탱자)삶에 대해 무모하리만큼 허세를 피우며 매정한 아버지 또한 마찬가지였다.(고래등) 그저 우연한 일로 부부가 되지만 서로에 대한 무관심, 한번의 실수가 깊은 상처가 되고, (못구멍)
그들은 저 죽을 때를 알고 오래 떠나있던 고향을 찾아 편백나무 숲에 들기도 하고, 평소 다녀보고 싶었던 곳을 두루 다니다 결국 옛사랑을 찾아가 애궂은 탱자만 따오는가 하면, 결국엔 편지 한 장으로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도 하는(낙타주머니) 등.
아무리 가족이고 연인이고 부부사이라지만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없는 그 거리가 너무 멀다. 이 소설에는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는 말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지치고 상처투성이의 삶의 회환만 있을 뿐이다. <못구멍>에서 처럼 다시 그 자리를 메운다해도 못자국은 남는 형국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핍과 부재의 이야기.... 그래서 그리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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