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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엘리펀트맨 - 존엄성이란 어떨 때 빛을 발하는지 보여준 사람

by 나?꽃도둑 2020.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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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맨
크리스틴 스팍스 지음, 성귀수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10월

 

엘리펀트맨

1862년 영국의 한 소도시에서 태어난 기형인간 조지프 캐리 메릭의 삶과 죽음을 그린 실화소설이다. 이야기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동명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인생을 바라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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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펀트맨 조지프 캐리 매릭은 1862년에 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스물일곱의 나이로 침대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한 한 남자다. 그 당시만 해도 아무것도 알려진 바 없는 신경섬유종증을 앓았던 존 메릭(작중이름)의 외모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정도였다고 한다.  나와 다름에 대해 쉽사리 받아들이고 인정하려 들지 않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님비현상이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 대우, 약자들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과 편견은 여전히 현실 속에 존재하고 있다.  외모가 주는 혐오감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먼저 발견하기란 인식의 틀을 바꾸지 않는 한,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가령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상한 병에 걸린 외모를 가진 사람과 아무 거리낌없이 악수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이며, 그를 옹호하며 그의 편에 서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에 대해 냉정히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른바 정상인이라고 하는 범주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받고 편견 속에 살아가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문제는 엘리펀트맨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인권이라는 게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괴물 취급을 받았고, 돈을 벌어 들이는 도구로 이용당했으며, 한 인간임을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는 철창 속에 갇혀 학대와 냉대 속에 삶을 견뎌야 했다.  이 책에서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을 허물자는 의도로 읽힌다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엘리펀트맨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는 책으로 읽으면 좀더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무엇이 짐승같은 삶인가? 그를 우리에 가두고 원숭이처럼 길들인 서커스 단장 바이츠의 비정함고 악랄함인가? 그를 철저히 조롱하고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한 런던 병원 급사인 랜쇼의 저질적 발상과 언행인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며 아름다움에 위배되는 외모를 가진 엘리펀트맨인가? 하지만 외모가 멀쩡하다고 해서 그들이 하는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는 없다. 단지 외모가 흉칙한 엘리펀트맨은 누구에게도, 그 어떤 것으로도 해를 입히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양 호들갑을 떨며 피하기에 바빴다.  진정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란 말인가?

 아름다운 것에 이끌리고 추한 것은 멀리하려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여도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의 악조건에서도 그가 가지고 있었던 고결함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그는 누구를 원망하거나 분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편지를 쓸 줄도,  성경을 읽을 줄도 알았고 외우고 있는 구절도 있을만큼 온화하고 지성을 갖추고 있었다. 야만적이고 지성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가슴을 후려친 것이다.  이에 영국 황실에까지 알려지게 되고 알렉산드라 공주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엘리펀드맨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체념한 결과였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값진 보석인 심성과 영혼을 지니고 있었든, 천벌을 받았다고 생각한 운명론자였든, 엘리펀트맨의 인간적 승리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악조건 속에서도 순수한 영혼을 고스란히 지켜내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볼 줄 알았던 의사 트리브스의 맑은 심성도 빛을 발한다.  엘리펀트맨은 구차한 삶에서 용기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나 인간의 조건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 싶은 사람, 존엄성이란 어떨 때 빛이 나는지, 왜 지켜져야만 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또한 위로가 될 수 있다면 행운을 절실하게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행운을 비네 친구! 우리만큼 행운이라는 게 절실한 사람이 또 누가 있겠나?" p.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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