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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

2. 야옹~ 야옹~ 내가 왔어

by 나?꽃도둑 2020.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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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일이다. 퇴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우스 뒤에서 느닷없이 가녀리고 구슬픈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보니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고양이었다. 노란색 털을 지녔고 자그마한 입을 벌려 끊임없이 울어댔다. 

 "냐옹~ 냐옹~"

어미를 찾는 건지 배가 고파서 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찌나 애처롭게 우는지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마침 사무실 선반에 챙겨두었던 캔사료가 생각났다. 가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다보니 아는 분이 기증해주신 사료였다.

행여 놀라 달아날까 싶어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놓아주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새끼 고양이는 사료를 먹는지 이내 조용해졌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퇴근을 해야하는데 참으로 난감하였다. 밤이 되면 동네를 돌아다니는 들개들과 알 수 없는 짐승들의 습격을 받지나 않을까 싶어 걱정이 앞섰다. 그렇다고 집에 데리고 갈 수도 없었다. 

나는 새끼 고양이가 있는 자리를 살펴보기 위해 갔다. 녀석은 사료를 반쯤 먹은 상태였고 먹이를 앞에두고는 계속 울어댔다. 마치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라도 하듯.

그러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벽 사이에 난 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조용해졌다.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좁고 길게 나 있는 틈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밤새 안전하게 지낼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의 그림자는 꿈 자리에까지 찾아와 어지렵혔다.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새끼 고양이를 찾았다. 밤새 걱정했던 마음이 어서 해소되길 바라며 여기저기 찾아보았다. 하지만 고양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반쯤 남은 캔사료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데려간 것일까?... 어디 구석진 곳에서 죽은 건 아닐까...
잔뜩 궁금증만 남긴 채 새끼고양이는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2주가 지난 무렵이었다. 밀린 서류 정리를 하고 있는데 야옹~ 야옹~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혹시 새끼고양인가 싶어 반가운 마음에 하우스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삼색고양이었다. 자주 나타나 사료를 먹던 녀석이 온 것이다. 안 그래도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 궁금해하고 있었다.
녀석은 마치 자기를 봐달라는 것처럼 내쪽을 쳐다보며 야옹 .야용 거렸다.

자세히 보니 삼색고양이는 뭔가 변해있었다. 성묘치고는 좀 작았지만 퉁퉁한편이었는데 몰라보게 날씬해져있었다.

아니 그동안 못 먹었는지 홀쭉해보였다.
나는 서둘러 사료를 챙겨주러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삼색고양이 옆에는 세 마리의 새끼가 있었다. 노란 털 두 마리와 검은 털 한 마리였다.
한 녀석이 눈에 익었다. 얼마 전 끊임없이 울어대던 그 새끼고양이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나는 반가움과 놀라움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무료한 일상에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어난 것이다. 임신한 몸으로 먹이를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된 것도, 새끼 한 마리를 맡기고 간 것도(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제 새끼들을 데리고 나타난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사료를 듬뿍 챙겨주었다.
그 후로 어미와 새끼고양이들은 가끔 온다. 와서는 내가 있는 곳을 쳐다보며
"야옹~ 야옹 내가 왔어" 라며 신고식을 한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들을 환대하기 위해 달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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