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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

기가 막힌, 문어 낚시

by 나?꽃도둑 2020.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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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남해바다

여름휴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방파제에서 했던 문어낚시다.
동이 터오기전 낚시를 하기 위해 출발했다. 가는 길에 편의점을 겸한 낚시점에 들러

갯지렁이 밑밥 새우등의 미끼를 샀다.
낚시를 경험하고 싶어서 아침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따라나섰다.
잠을 깨울 요량으로 새벽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옅은 어둠속에서 모든 것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들뜨지 않은 세상 속으로 첫발을 내딛는 기분은 뭐랄까,
잠자는 사자의 등을 밟고 지나는 묘한 흥분이 있었다.

방파제에 도착할 무렵 수평선 너머로 희붐하게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남자들은 낚싯대에 미끼를 끼워 여자들에게 건네주었다.

여동생과 나는 세상 둘도 없는 재밋거리를 찾은 거 마냥 낚싯대를 바다에 던지기를 반복했다
새우를 끼워 던지면 깜쪽같이 사라지고...
낚시는 손맛이라고 했거늘, 그게 어떤 맛인지 맛보고 싶었지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남동생 낚싯대에는 줄기차게 복어새끼가 딸려나왔고, 제부와 남편은 제법 큰 물고기를 낚았다.
여동생과 나는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추가 움직일까 싶어 바다만 뚫어지게 바라봤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다 물고기들이 있긴 한건가 싶어 바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어라? 방파제 난간에 뭔가 움직이는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문어였다. 문어는 벽에 붙어 다리를 꿈틀대고 있었다.
비명소리에 가까운 소리가 거의 반사적으로 나왔다.
"문어다! 문어!"
어디 어디하며 다들 내쪽으로 몰려들었다.
내가 가리킨 곳을 보면서도 문어가 있는 곳을 알지 못했다. 안타까웠다 바로 눈앞에 문어가 있는데 그걸 못보다니...
기필코 문어를 잡아 모두를 놀래키고 기쁘게 해주리라...
나는 바다에 드리웠던 낚싯대를 뽑아 문어다리에 바늘을 거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였다.
그야말로 무아지경!
그러다 낚시바늘이 문어에 걸렸다.
"걸렸다. 걸렸어!"

제부와 남동생이 슬그머니 내옆으로 왔다. 끙끙거리며 용을 쓰고 있는 내가 안쓰러운지 

남동생이 낚싯대를 넘겨받았다. 비로소 나의 말을 믿어주는 분위기였다.
남동생이 아무리 끌어올려도 문어는 꼼짝도 안했다.
나와 제부는 다른 낚싯대 두 개로 문어가 떨어지도록 쿡쿡 찔러대기 시작했다.
끌어올리고 찔러대고 셋이서 한참을 씨름을 했다.
포기하지 말자. 조금만 더 힘을 쓰면 문어를 삶아 다같이 둘러앉아 하하호호 즐거운 파티를 열 수 있을 거야.
끄~~으응 남동생이 마지막 힘을 쏟아부었다.
냒싯대가 부러질 만큼 크게 휘어졌고, 튕겨오르듯 낚싯대에 걸린 문어가 하늘로 빠르게 솟아올랐다
"잡았다!"

 환호가 터졌다.

모두의 시선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낚싯대를 따라 움직였다.
아뿔사, 낚싯대 끝에 메달려 있는 건 돌돌말린 그물쓰레기 뭉치였다.
허탈하고 어이가 없어 피실피실 웃음만 나왔다.
남동생의 말이 미사일처럼 날아왔다.
"거봐. 문어가 어디 있다고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눈도 참!"
"아냐. 내 눈엔 진짜 문어처럼 보였단 말야."

일렁이는 물결 속에 문어다리가 꿈틀대는 것처럼 보였는데...어찌 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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