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

개미, 넌 어디로 가는 중이야?

by 나?꽃도둑 2020. 8. 25.

- 개미는 하늘을 나는 게 꿈이어서 연습을 하려고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애인을 만나기 위해 느릅나무 쪽으로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빵조각을 집으로 옮기는 중이다.

- 개미는 넥타이를 매고 향수를 뿌리고 데이트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사슴바위 옆에서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서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마라톤 중이다.

- 개미는 여자친구에게 차여 울면서 구석진 곳을 찾아서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아무도 몰래 보물을 숨기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cf 찍으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자살을 결심하고 죽으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아무 생각없이 가는 중이다.

- 개미는 거미줄에 걸린 친구를 구하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무너진 집을 고치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향수를 만들기 위해 꽃을 따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이웃 마을에 장가들기 위해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억울한 일이 있어 재판관에게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말벌이 처들어 온 것을 알리기 위해 마을로 급히 가고 있는 중이다.

- 개미는 짝사랑하는 여왕개미를 보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몸 전체를 분홍색으로 물들이기 위해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나뭇잎에 올라타서 멀리 바다로 나가고 싶어 바다로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얼간이 친구를 도와주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중이다.

- 개미는 집단 따돌림을 당해 숨어 있으려고 느름바위가 있는 곳으로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병정개미로 살고 싶어 자원입대하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소문난 고잘질쟁이로 자신보다 다른 개미들의 일에 관심이 많아 고자질 하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베짱이에게 놀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날기 위해 연습을 하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여행 중이다.

-개미는....

.

.

.

 

이 땅의 많은 개미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길 위에 서 있다.  삶의 목표나 목적, 꿈이 있어서 고군분투 하기도 하지만 쓸모 없다고 여기는 일에 생애를 거는 개미들도 있다,  또 자신 만의 길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개미들도 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삶은 계속된다.

어떤 모습의 개미가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원하는 것인지, 항상 길 위에서 고민하고 방황하기도 한다.

바람의 진언도 듣고, 친구나 가족의 이야기도 듣고, 나이 많고 지혜로운 개미의 조언도 듣고,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의 삶을 성찰도 하고, 세상은 유기적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하지만 또 각자의 세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면서 개미는 깨닫는다.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일 잘 알고 있는 건 바로 자신이라고 말이다.

특히 놀아본 개미들은 안다. 놀 때 가장 개미다워 진다는 것을, 관습과 교육이 본성을 억누르고 통제하고 있지만 놀 때 만큼은 가장 창의적이고 자유로워 진다는 것을.

외부에서 주입된 가짜 생각과 가짜 감정은 놀 때 작동되지 않는다. 제대로 놀 때는 그야말로 몰입과 본능 그 자체다. 

그러면서 배운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개미들은 조금 자유로워진다.

다른 개미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일인지...

성장은 어제의 나와 비교할 때 만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답게 살아갈 자유!

자유는 삶의 조건이자 개미답게 살 수 있게 하는 본능적 자질이다. 개미사회가 사회집단적이라고는 하지만 항상 덫에 걸리지 않을까를 경계해야 한다. 획일성으로 개성을 죽이고 집단이나 타자의 욕망으로 살아가는데 편승한다면 그것만큼 슬픈 일이 또 있을까?

 

나는 길 위에서 수많은 개미들을 만난다.

비틀거리며 방황하는,

앞만 보고 맹렬히 달려가는,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움직이는,

즐겁게 노는,

끊임없이 소비하는,
저주하는, 불평하는, 통곡하는

 

삶은 여전히 역동적이다. 

 

 

'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을 가진 자들의 세계  (16) 2020.09.01
배려  (4) 2020.08.31
개미, 넌 어디로 가는 중이야?  (12) 2020.08.25
8. 일곱 번의 기적  (2) 2020.08.24
기가 막힌, 문어 낚시  (2) 2020.08.22
5. 눈부신 바다, 남해  (4) 2020.08.21

댓글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