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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

마음을 가진 자들의 세계

by 나?꽃도둑 2020.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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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고양이 콩이

 

 

터널을 지날때
고양이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버스 바닥 위로
나는 그걸 고양이로 알고 있는데
자세히 보지않았다 
곁눈질로 보았을뿐

고개를 돌리고 본다면
어쩌면 그건 고양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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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아침부터 고양이를 만났다. 그것도 버스가 터널을 지날 때였다.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는데 버스 바닥을 빠르게 지나가는 거였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

,

,

터널이 끝나자 고양이도 사라졌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버스 바닥은 다시 햇빛으로 가득찼다.

조금 전 버스 바닥을 빠르게 지나가는 고양이들과 함께였는데 어느새 현실로 돌아와 있다니.

꿈을 꾸었던 것일까...

헛것을 보았던 것일까, 

어쩌면 잘못 봤을 수도 있다. 터널 천장에 달린 불빛이었을 수도 있다. 버스가 달릴 때마다 나타났다가 사라진 불빛 말이다.

하지만 너무 생생했다. 진짜 고양이들이 지나간 것처럼.

나도 '마음을 가진 자들의 세계'에 다녀 온 것일까?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줄거리나 내용보다 대사 한 마디나 글 한 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요즘 지브리 영화를 찾아 보고 있는데 <고양이의 보은>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을 연이어 보게 되었다.

두 작품에 고양이가 나온다.

<고양이의 보은>에서 주인공 하루가 고양이들이 사는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데 "여기가 어딘가요?" 하고 묻는 장면이 있다. 정중하게 고양이가 대답한다.

 "여기는 마음을 가진 자들의 세계입니다."

 

이건 뭐, 끝났다 싶었다. 저 한 마디면 충분한 영화였다. 나는 그 한 마디에 꽂혀 영화에 몰입을 할 수 없었다. 

마음을 가진 자들의 세계에 나는 갈 수 있는 사람일까?... 그 마음이란 건 어떤 마음일까?...

마치 삶에 던지는 화두 같았다. 생각하게 되고 상상하게 만들었다.

 

 

길고양이들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감정이나 생각, 기억 따위가 깃들이거나 생겨나는 곳이고

사람의 내면에서 성품, 감정, 의사, 의지를 포함하는 주체이고 마음은 지각하고 사유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며 자신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등의 사전적 의미말고 마음이 쓰이고 움직이고 마음을 나타내는 그 바탕자리를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 마음의 바탕을 나타내는 '마음자리' 마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마음결' 마음의 발현은 '마음씀' 모양은' 마음씨'다

마음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과 드러나는 것이 있다. 마음의 근본을 이루는 고요한 마음자리에 외부나 내부로부터 어떤 자극이 오면 움직임이 일어나거나 밖으로 드러나는데 그것이 마음결과 마음씀이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말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을 말한 것은 아닐테고 뭔가 특별한 마음을 요구하는 게 틀림없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마음보다 좋아하거나 가엾게 여기는 마음

생명경시 보다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

누군가 곤경에 빠진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 마음

사소하거나 하찮은 것도 존중할 줄 아는 마음

누군가의 말에 진심으로 귀기울여 들어줄 줄 아는 마음

 

마음....마음..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세계라면 나도 조금의 자격이 있지 않을까?

출근길 버스 안에서 이미 다녀 온 것은 아닐런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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