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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

배려

by 나?꽃도둑 2020.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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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하니~~~



늦었다...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무작정 뛰었다
이대로 달리면 바로 버스를 탈지도 모른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달리면 5분. 걸으면 7분 거리다.
교통앱을 보니 두 정거장 앞에 버스가 있다.
아슬아슬...
조마조마,,,
지금 이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를 타야 한다.
어쩌면 환승버스까지 타이밍이 안 맞으면
길바닥에서 30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이 더운 날씨에?
노노노...노~~~~
마음속으로 소리를 지르며 속력을 내본다.


오늘 따라 힘들다.
몸무게가 늘어서인지 몸이 예전처럼 가볍게 날아오르지 않는다.
속도는 안 붙고 힘은 배로 들어간다.

두통과 메스꺼움...

어젯밤에 마신 맥주 탓이다.
아, 세상 살 맛 안난다. 그래도 달려야 한다.

 

버스가 보인다.
곧 모통이를 돌아 버스정류장에 멈춰 설 것이다
땀은 삐질삐질
숨은 차고...
한 사람씩 올라타는 게 보인다.

아~~~~~안돼!
제발 천천히 좀 타라...
시선을 버스에 고정한 채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빛의 속도로 달려본다.

이제 한 사람 남았다.
5미터만 가면 된다.
나는 잠깐만요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버스에 오르려고 하던 남자가 고개를 돌렸는데 나를 봤다.
그리고 그대로 멈춰 섰다.
이럴 땐 눈치는 또 얼마나 빠른가
버스를 못 가게 막고 있구나.,..아, 감동, 감동...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나를 먼저 타게 한 다음 올라탔다.

-고맙습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뒷쪽으로 갔다

지각 안 하려고
아침 굶고
미친듯이 달리고
숨차고, 땀나고
뭐 이렇게 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들면서도
한 사람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기분좋은 출근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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