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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슬프기 보다 아픈 소설

by 나?꽃도둑 2020.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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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봉순이 언니 이후 7년, 공지영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생명이란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며, 때론 살아서 이 생을 견디는 것이 죽음보다 괴로울 수도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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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었다. 영화를 보며, 책을 보며 펑펑 울었다는 사람들의 귀띔을 소홀히 흘려 보내지 않아서였다. 살인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니 사형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니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생각만큼 눈물이 나지 않았다. 딱 두 장면, 유정이가 엄마에게 달려가 용서해주겠다고 말하는 장면과 윤수의 집행이 있던 마지막 날의 서늘한 묘사로 그려진 장면이 그랬다. 그리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조의 '미워도 다시 한번' 처럼 시종일관 감성으로 작가는 밀어 부쳤다. 이것이 좋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만큼 대중적 글쓰기의 한 면모를 여실히 보여 준 작가의 감성과 보편적 가치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사형에 대하여 한번쯤은 정말 생각해 보았을까? 까뮈는 사형을 또 다른 살인이라고 하였다. 작가는 그 문제를 두고 이야기한다. 결과 보다 과정에 비중을 두고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 과연 사형제도가 인간 존엄성에 위배되는 건 아닌지, 존치론과 폐지론에 대해 열띤 토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묻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한가지 의문을 가졌다. 마지막 벼랑 끝에 몰려서까지 반성하지 않고 죽음에 대해 초연할 수 있을까? 이 지구상에 죽음을 앞두고 반성하지 않는 인간이 몇이나 될까 하고 말이다. 고통 받고 싶지 않는 것은 누구나의 욕망이므로 사후 세계를 두려워 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삶의 문제이기보다 죽음의 문제이다. 사형은 또 다른 복수이다 라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사형수들이 끝내 자기가 저지른 죄에 대해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고 천사로 돌아선다는 것은, 그들 역시 인간이고 태어날 때부터 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들에겐 단지 사랑의 결핍과 무관심만이 생을 떠받치고 있어서 존재의 방식이 어둡고 비루하고 철저히 소외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았다. 하지만 그들의 방식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불완전하고 흔들리는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소설은 슬펐다기보다 아프다. 정말 유정과 윤수의 고통을 고스란히 껴안을 수 있다면 일단 그들에게로 한 발짝 다가선 것이라고 본다. 생에 대한 환멸, 치욕은 윤수만이 느껴야 했던 것은 아니다. 가진 것이 많은 그럴듯한 집안의 딸인 유정이도 그랬고 나도 그렇고 누구나 조금씩은그럴 것이다. 생의 비밀! 사는 것이 그저 견디는 것이라 해도 너무 지리멸렬하고 지난 하다. 상처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나누어야 함을 소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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